[포커스] 파업의 다른 이름, '협력사 쥐어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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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지나 추석 연휴를 맞기까지. 임금협상으로 우리나라 산업계의 노사갈등이 가장 뜨거운 시기다. 특히 ‘강성노조’로 이름 높은 조선,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는 연례행사처럼 파업이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 애꿎은 협력업체들만 죽어간다는 지적이 인다.

◆노사싸움에 협력사 등 터질라

지난 9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연대파업에 돌입하자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은 "조선업 종사자 모두가 힘든 시기에 파업만은 제발 자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9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3차 부분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울산 본사 노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안정섭 기자
지난 9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3차 부분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울산 본사 노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안정섭 기자

조선업체 사내·외 협력사들이 자기회사의 근로자가 아님에도 파업을 이토록 우려한 것은 본사의 노사갈등으로 인한 고충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선사 협력업체는 대개 현장 인력과 장비를 파견해 선박 건조 과정에 참여한다. 일부 건조일정을 도맡아 이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는데 파업에 따라 공정이 지연되면 손해는 협력업체가 도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사들이 협력업체와 계약할 때는 공사내용 및 기간만을 명시한다. 몇명의 인력을 선발해 투입할지는 전적으로 협력업체에 책임이 주어지는 셈이다. 공정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인원을 늘릴 경우 매출은 맞출 수 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건비가 투입돼 부담은 가중된다. 이뿐 아니라 중장비를 본사에서 보유·운영하고 있어 이들이 일손을 놓으면 협력업체는 일을 진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본사 노사가 임금문제로 다투는 동안 애꿎은 협력사들만 피해를 본다”며 “노조에 대해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파업만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웃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파업안건을 통과시켜 협력업체들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현대차 1차협력사 측은 “내수와 중국시장에서 부진을 겪는 등 현대차가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현대차에 납품하며 먹고사는 하청업체들도 위기이긴 마찬가지”라며 “파업으로 인해 이러한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금호타이어도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협력업체와 지역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역대 최장기간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 등으로 노사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 9일 협상이 재개됐지만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계 2위 자리를 넥센타이어에 내준 상황에서 이러한 파업으로 경쟁력을 상실할까 우려가 큰 상황이다. 납품 협력업체뿐 아니라 대리점 운영주들도 불만이 커졌다. 장기화된 노사갈등으로 인해 금호타이어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돼 사용자들이 이용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서울의 한 금호타이어 대리점의 경우 9월 첫주 매출이 예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넥센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아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계속되는 노사관계 이슈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영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9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을 이유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이날 오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개표가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구미현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9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을 이유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이날 오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개표가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구미현 기자

◆원청직원 배부르면 하청직원은 배곯는 구조

이런 노사갈등으로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들의 원망은 기업보다 노조를 향하는 경우가 많다. 원청 근로자의 임금상승이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경영상황을 어렵게 하고 임금상승을 억제한다는 판단에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2, 3차 협력사의 경우 1차 혹은 2차하청업체로부터 “원청에서 노조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 단가를 낮추기로 했으니 동참하라”는 식의 납품단가 인하압박이 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10년 이상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해온 B씨는 “대기업 노조의 임금상승은 우리 같은 2차 하청업체에게는 단가 낮추기의 구실만 될 뿐”이라며 “파업이 거세질수록 하청업체 운영은 힘들어지고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만 커진다”고 한탄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업체 직원의 임금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노동연구원이 5만411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원청업체의 월평균 정액급여는 322만9000원이지만, 하청업체는 71.9%인 232만2000원에 불과했다. 이는 2,3차 하청업체로 갈수록 더욱 열악해진다. 게다가 정액급여에 초과급여와 성과급을 더하면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 원청업체의 임금총액이 559만7000원인데 비해 하청업체 평균은 51.1%인 286만1000원에 지나지 않았다. 1차 하청업체는 29
1만1000원, 2차는 279만1000원, 3차는 236만원 등으로 임금격차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의 임금 상승과 하청업체의 단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회사 측이 하청업체에 충분한 비용을 지급할 여력이 되면서도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폄하하며 자신들을 피해자처럼 만들어 단가 낮추기를 위한 구실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하청업체의 고충은 전형적인 ‘갑을 관계’로 귀결되는 국내산업을 구조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원·하청업체의 상생을 위한 방안을 법제화 한다면 하청업체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하청업체의 상생과 협력을 위해 원청기업의 초과이윤 중 3분의 1을 하청업체 협력기금으로 활용하거나 하청업체 근로조건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최윤신 chldbstl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 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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