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당신의 자식은 효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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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 A씨는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해 지금은 개인회사를 운영한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막내동생 집에 기거하는 어머니를 찾아뵙는 날이 거의 없다. 어머니 생신 때도 찾아뵙기는커녕 안부전화조차 하지 않는다. 모자나 형제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장남인 A씨에 대한 어머니의 정은 오히려 더 각별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을 보러오지 않고 전화 한통 없어도 바빠서 그러겠거니 별말을 안한다. 심지어 어머니가 다쳐서 병원에 오래 입원했을 때도 A씨는 문병을 가지 않았다. 그는 막내동생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어머니를 모시는 동생에게 생활비를 한푼도 보태지 않는 것은 물론 어머니에게 용돈조차 드리지 않는다. 입원비도 모른 체한다.

외부에서는 존경받고 부모에게 효자로 알려진 A씨가 실제로는 어머니를 외면하는 이유는 아마도 물려받을 재산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킨 후 빈털터리가 됐다. 또 어머니가 행여 큰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할까봐 일부로 멀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현재 지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증세도 보인다.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부양료 청구소송 10년 만에 두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 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으로 돈을 꼽는다. 노인의 상당수가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한다. 그 외 돈이 필요한 이유는 돈이 있어야 자식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혹자는 돈을 보고 찾아오는 자식을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자식을 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이 불효자일지라도 남 앞에서 흉보는 부모는 별로 없다. 실제로는 불효자여도 그렇게 믿지 않고 남에게는 효자라고 말하는 것이 한국 부모의 마음이다. 다만 학대 등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을 때 자식의 불효가 드러난다. 지난해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은 262건으로 10년 전의 135건에 비해 약 두배 늘었다. 노인 학대사건은 정서학대(2169건), 신체학대(1426건), 방임(983건), 경제적 학대(521건) 등 총 5772건에 달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10배 이상일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학대를 당해도 한국정서상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과 법무부가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자식이 상속만 받고 부모 부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을 부모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자식이 부모 부양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자녀와 계약서를 쓰지 않은 이상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지 못한다.

지난 8월24일 열린 ‘불효자식 방지법 정책토론회’에서 한 사례발표자는 둘째 딸이 집을 사주면 평생 모시겠다고 말해 전재산(6000만원)을 딸에게 준 노인의 사례를 전했다. 딸에게 집을 사주기 위해 모든 돈을 쓴 노인은 사위에게 용돈 50만원을 받았는데 그 돈을 갚지 않는다며 딸의 집에서 쫓겨났다. 다시 노인은 아들 집으로 갔지만 아들은 “장남인 내게 돈을 안주고 왜 누나에게 줬느냐”며 집에서 나가라고 폭행과 폭언을 해 쉼터에서 생활 중이라는 것.

이 경우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형법상 범죄행위를 했을 때만 재산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한 현행 민법 제556조에 따라 자식이 부양의무를 끝까지 이행하지 않음을 이유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반면 민법 558조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어쨌든 자식이 부모를 부양한 것은 사실이므로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

이처럼 상호충돌하는 현재의 민법을 개정해 부양의무를 불이행하면 이미 상속된 재산을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법 개정안에는 ‘학대와 그 밖의 부당한 대우’를 했을 경우도 포함돼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재산증여 취소가 가능하게 했다.

불효자식 방지법 정책 토론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불효자식 방지법 정책 토론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전신 기자

◆중국 등, 부양의무 저버리면 범죄

개정안에 따르면 부모가 증여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시점은 자식이 홀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1년 이내다. 자식이 물려받은 재산을 모두 사용해 없어졌어도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다만 부모가 정신이 온전치 못해 자식에게 증여했다가 해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과정의 합당성을 따져서 재산환수를 하는 법적과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한 것을 철회할 수 있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민법에서 규정한다. 프랑스 민법에서는 ▲생명에 위해를 한 경우 ▲학대 및 모욕범죄를 한 경우 ▲부양을 거절한 경우 등이다. 독일은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 대해 중대한 배은행위로 비난을 받을 때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신체, 명예, 자유 또는 재산에 대한 가해 등 중대한 망은행위에 대해 증여를 철회할 수 있으며 중국이나 싱가포르는 부양의무를 하지 않은 자식에게 징역형을 내리기도 한다.

민법 개정안과 더불어 형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현재는 형법 제260조2항에 의해 부모를 학대한 자식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더라도 같은 조 3항에 의해 부모가 용서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번 형법 개정안에는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직접 고소가 있어야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제’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했다.

자식이 존속폭행죄를 범했을 때 부모가 자식을 용서해 고소하지 않거나 고소 뒤 합의서를 제출하더라도 존속폭행에 대한 수사와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모가 자식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겠지’라는 기대심리로 부모를 학대하는 걸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아이, 학업보다 인성교육 중요

모 대학의 교수가 학생들에게 ‘부모가 언제 죽으면 좋겠냐’고 질문했더니 “63세”라고 답한 학생이 40%를 넘었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회자됐다. 돈을 벌 능력이 없어지면 재산을 남기고 바로 돌아가시길 바라며 연로해 살아계셔서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과거 평균수명이 60세가량인 시절에는 부모의 사망으로 자식이 30대쯤 재산을 물려받으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됐다. 하지만 고령화시대에는 장수하던 부모의 사후유산을 물려받을 경우 자식도 이미 노령기에 다가서기 때문에 이런 폐륜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가 명문대학에서 나온 것을 고려하면 사교육비 등 온갖 비용을 들여 자녀를 공부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또 요즘 부모들이 지나치게 학업성적이 우수하기를 바라는 마음만 앞선 채 인성교육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말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겨 심성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듯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식의 태도가 아이들로 하여금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를 주는 동시에 심성을 피폐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부모 중에는 자신의 재산수준을 일부러 자식들에게 알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가 과거와 달라진 면이 있는 만큼 자칫하면 자식이 부모의 재산을 탐하는 마음을 가질 우려가 있으므로 재산 얘기는 삼갈 필요가 있다.

필자의 지인 중 한명은 자식이 어릴 때부터 “네가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돈을 쓰지만 네가 경제적으로 자립한 이후에는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가 아직 많지 않다. 다소 냉정해 보이는 이런 태도가 오히려 자식에게 공짜로 재산이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경제적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다. 이것이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402호·제4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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