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코카콜라의 '품격 있는 사과'

World News / 서명훈 특파원의 New York Report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사과는 코카콜라처럼." 무타 켄트(Muhtar Kent)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의 기고문에 대한 평가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비만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단어와 어조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영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건의 발단은 뉴욕타임스(NYT)가 비만을 막으려면 식습관보다는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들이 코카콜라의 자금지원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이들 연구는 대부분 비영리기구인 '글로벌에너지균형네트워크' 소속 과학자들이 내놓은 것이었다. 비영리기구인 탓에 더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에 연구 결과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과학자들은 지난해에만 150만달러를 코카콜라에서 지원받았고 2008년 이후 지원 금액은 4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비만을 질병으로 여길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탓에 파장이 컸다. 지난 6월 미국의사협회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25세 이상 성인의 과체중·비만 인구 비율은 남성 75%, 여성 67%에 이른다. 이는 20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씩 늘어난 것이다.

◆'내 탓' 인정한 기업의 CEO

비난이 거세지자 켄트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명 기고문을 게재했다. 기고문의 제목은 '코카콜라: 우리는 앞으로 더 분발하겠습니다'(Coca-Cola:We’ll Do Better)였다. 명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지만 켄트는 비판론자들에게 코카콜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했다. 기업이나 최고경영자들은 종종 '내 탓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이번 기고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그는 기고문에서 "그동안 과학적인 연구와 헬스·웰빙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해 온 일부 행동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이런 연구들이 소비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잘못된 믿음을 심어줬다"고 인정했다.

독자들은 코카콜라가 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런 점에서 '실망'(disappointment)이라는 표현은 자신들이 판단과 행동을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이는 사과를 하는데 있어 효과적인 시작이다.

켄트 사장은 또 "연구와 비영리재단을 지원한 것은 보다 과학적인 기반 위에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결코 이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웰빙을 위한 투자와 노력들에 보다 집중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이윤을 남기고 싶어 하고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사과를 할 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켄트가 앞으로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한 점은 독자들에게 코카콜라가 그동안 투명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실제로 트위터 등에서 '그동안 코카콜라가 투명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리 언론과 기업에 좋은 본보기

반대로 비만 문제를 언급, 코카콜라가 사회의 한 일원으로 행동하겠다는 점과 앞으로 보다 진실성을 갖고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게다가 건강한 다이어트와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코카콜라가 믿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켄트는 또 "우리 사업은 계속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이는 제품 혁신은 물론 믿을 수 있는 마케팅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잘못을 인정한 이후에 켄트는 앞으로 코카콜라가 하게 될 일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설탕이 덜 사용되고 더 낮은 칼로리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은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파트너십과 후원현황도 모두 공개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일부 독자들은 코카콜라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일부 독자들은 추가적인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 비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켄트의 기고를 혹평했다.

마지막으로 켄트 사장은 "우리는 계속 배워나갈 것이기 때문에 열린 자세로 우리를 포용해 달라"며 "우리는 실질적인 변화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반드시 이번 일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번 기고문만으로 코카콜라에게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다. 기고문에서 한 약속을 얼마나 지킬 것인지도 두고 봐야할 문제다. 다만 치밀한 취재를 통해 연구 논문의 배후를 밝혀낸 NYT나 코카콜라의 품격 있는 사과 만큼은 우리 언론과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402호·제4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3012.95하락 86.7418:03 02/26
  • 코스닥 : 913.94하락 22.2718:03 02/26
  • 원달러 : 1123.50상승 15.718:03 02/26
  • 두바이유 : 64.42하락 1.6918:03 02/26
  • 금 : 64.29하락 1.118:03 02/26
  • [머니S포토] '예타면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 [머니S포토] 허창수, 전경련 정기총회 입장
  • [머니S포토] 대화하는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
  • [머니S포토] 체육계 폭력 등 문체위, 두눈 감고 경청하는 '황희'
  • [머니S포토] '예타면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