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블랙프라이데이, 닫힌 지갑 열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소비를 늘려라” / 정부발 '세일폭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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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코리아 그랜드세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대한민국에 ‘반값 폭탄’이 떨어졌다. 골 깊은 소비심리 탈출을 위한 정부의 프로젝트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할인전쟁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갑을 움켜쥐었던 소비자들도 흔들리고 있다. <머니위크>가 새롭게 등장한 한국판 대형 할인이벤트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매년 11월의 네번째 금요일. 미국 최대명절인 추수감사절이 끝난 다음날부터 미국인의 소비는 급격히 늘어난다. 이른바 ‘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상승해 이전까지 지속된 장부상의 적자(red figure)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이 용어가 붙었다.

이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세일기간은 미국 소비자의 각종 상품구매가 집중되는데 블랙프라이데이 소비는 미국 연간소비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온라인을 통한 직구가 늘면서부터다. 우리 정부도 경기불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영향으로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도입, 시행하기로 했다.

◆소비활성화대책 ‘방점’

지난달 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표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추진계획은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연장선에서 시행된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은 쇼핑-한류-관광의 융복합을 통해 외국인 대상으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쇼핑관광 축제로, 기존에는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추진하는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 행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8월14일부터 10월말까지 시행하며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코리아 그랜드세일기간동안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규모 쇼핑 할인행사를 추가해 8월14일 임시공휴일 이후 본격화된 소비회복세에 점정을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0월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전국 200여개 전통시장, 16개 온라인쇼핑몰 등 2만7000여 점포가 참여한다. 업체별로 최대 50~70% 할인을 제공하고 경품행사 및 사은품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기존 세일행사와 차별화를 뒀다. 소비자 구매확대 기반을 마련하고자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국내 모든 카드사가 무이자할부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하반기 들어 정부는 광복절 전날인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자동차와 대형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소비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회복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만이 경기침체를 타파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앞서 공언했던 연간 3% 성장률 달성 성패를 결정할 갈림길인 셈이다.

메르스 여파로 부진했던 소비는 7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정부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6월 소매판매는 3.5% 줄고 서비스업은 1.5% 감소했지만 7월에는 전월 대비 각각 1.9%, 1.7% 증가했다.

또 지난 8월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대비 10.3% 상승했고 차량 연료 판매량은 6.2%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승용차 판매도 전년대비 14.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특히 지난 8월26일자로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 이후에는 20% 이상 판매량이 뛰었다. 이밖에 5~7월 마이너스였던 휴대폰 번호이동자 수도 8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9.7% 늘며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코리아 그랜드세일 개최, 개별소비세 인하, 업계의 적극적 마케팅 등으로 내수시장이 회복되는 상황”이라며 “미국 등 많은 국가가 대규모 세일행사를 정부가 주도해 내수를 진작하고 소비 활성화를 유도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별성 없는 단기적 방안 아쉬워

그러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시행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밝지 못하다. 우선 정부는 최대규모의 할인행사라고 홍보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할인율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가 매년 이와 비슷한 시기에 통상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해온 점도 지적된다. 특히 백화점은 추석 이후를 ‘상품권 회수기간’으로 보고 현재 시행되는 규모와 큰 차이가 없는 할인을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백화점들은 매년 10월 정기 세일행사를 추진했으나 이번 행사는 범국가적인 내수진작 노력에 부응해 백화점들도 예년에 비해 5~10%포인트 이상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한 정부의 소비촉진 방안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정부가 소비부진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일시적인 정책들로 단기간에 경제성장률만 높이려 한다는 지적이 그것.

지난달 2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부 소비촉진 방안의 쟁점 및 보완대책’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 원인으로 메르스를 꼽았으나 최근 민간소비 부진은 미래를 대비해 가계가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부가 소비촉진을 위해 민간부문 참여를 대거 독려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카드사 할인, 프로모션 실시, 병행수입품 할인, 배송료 할인 등의 대책이 정책수단의 선택 측면에서 적절한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일시적 효과가 아닌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근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소득 증가대책, 주거비 상승지원책, 노후불안에 따른 공적연금 정비, 의료지원시스템 확충 등을 통해 소비심리 위축을 해소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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