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도 명인] 떡과 함께 인생 2막… 전통을 빚다

[창간8주년] 숨은 8도 명인을 찾아서 / 밀양 떡지기 강홍원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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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방자치제도가 20년을 맞았다.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은 지난 20년 동안 전국 각 지역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이양됐다. <머니위크>는 창간 8주년을 맞아 전국 8도에서 본보기가 될 만한 지역의 숨은 인재를 찾아 ‘8명의 명인(名人)’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이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미담’을 통해 각박해진 우리 사회에 따듯한 위안을 전해주고자 한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오~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오~소.'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이 흐르는 ‘전통’의 고장 밀양. 그곳에 또 다른 전통의 맥을 잇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떡의 남자’ 강홍원 명장(57). 올해로 11년째 떡지기로 활약 중인 강 명장은 최근 밀양의 전통 떡인 ‘부편’을 새롭게 복원, ‘전통 떡 지킴이’로 주목받고 있다. 파란만장한 그의 떡살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밀양 부편… 통 떡 지킴이로

밀양 하남읍에 위치한 조그마한 그의 일터. 지난 2일 찾은 이곳은 여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한쪽에선 떡 재료를 다듬느라 바빴고 한쪽 떡시루에서는 거친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올해 추석 대목을 잘 넘긴 강 명장 역시 빠른 손놀림으로 떡을 빚고 있었다.

“옛날엔 떡이 대표적인 국민 간식이었는데 요즘엔 빵이나 과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잖아요. 잊혀지는 우리의 전통을 되새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떡을 만들고 있습니다.”

강 명장을 대표하는 떡은 부편이다. 부편은 과거 밀양 사람들이 즐겨 먹은 전통 떡으로 찹쌀반죽을 삶아 만든 떡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맥이 끊겼고 떡을 만들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이 떡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전통떡에 관한 연구와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 부편을 복원시켜 고장을 대표하는 떡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맥이 끊긴 떡을 복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 밀양 부국면에 있는 여주 이씨 종가댁을 찾아갔죠. 며칠 동안 그곳 종부로부터 부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만드는 방법과 기술을 습득했어요. 그것을 기반으로 현대에 맞게 변형해 지난 2011년 복원했습니다. 출시한 것은 지난달부터네요. 반응은 아주 좋은 편입니다.”

강 명장의 부편은 향토먹거리 활성화품목 중 하나로 꼽혔다. 강 명장은 밀양시로부터 ‘밀양 부편’을 국내를 대표하는 떡으로 만들어 달라는 특명을 받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부편은 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쫀득한 맛을 자랑해요. 둥글게 빚어 대추를 얹고 고물을 입혀놓으니 모양도 좋죠. 어렵게 복원한 떡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니 사명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는 지역 떡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떡으로 만드는 게 목표예요.”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새롭게 시작된 인생 2막…‘떡’과의 인

강 명장이 떡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불과 11여년 전이다. 1990년대 후반 IMF 여파로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어렸을 적부터 즐겨 먹던 ‘떡’이 눈에 들어왔다.

“왜 떡이었냐고요? 몸에도 좋고 맛있잖아요(웃음). 단순히 좋아서 인생 2막을 떡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죠. 늦바람이 무섭다고 밤낮없이 열심히 떡 만드는 데만 시간을 쏟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하남읍 시장 안에서 떡을 조금 만들어 파는 정도로 작게 시작했죠. 우리 떡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3~4년 전부터는 트렌디한 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떡이 비주류로 밀려난 데는 트렌드 변화에 안일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는 게 강 명장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떡에는 그만의 특별함이 담겨 있다. 바로 건강을 생각한 기능성 떡이다. 떡에 구지뽕, 와송 등과 같은 좋은 약초 등을 결합시킨 것이 특징이다. 그중 민들레떡, 와송떡 등 3가지는 특허를 출원해놓은 상태다.

“야산과 들의 풀 한포기도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중요한 약재가 됨을 알게 된 뒤부터 떡의 재료로 활용하게 됐어요. 새로운 걸 개발하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면 발전이 없다는 게 제 철학이기도 하고요. 늘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떡을 만들면 좋은 떡이 안 나올 수가 없죠.”

떡에 대한 시각을 넓히기 위해 강 명장은 해외에서 열리는 떡 전시회에도 자주 참여한다. 지난 2007년부터 시카고, 뉴욕, 뉴저지 등에서 열리는 한인의 날 행사에 참여해 떡을 전시하고 알리는 일에 동참했다. 

[8도 명인] 떡과 함께 인생 2막… 전통을 빚다

◆ 아들이 대 이어… “전통 활성화 위해 노력”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그의 떡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단골행렬이 이어졌다. 올해에는 좋은 일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제9회 전국 떡명장선발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해 공식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강 명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떡을 연구하고 만드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전통 떡문화를 즐기자는 취지다.

“우리 떡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죠. 맛과 영양을 넘어 떡 한조각에 담긴 의미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시대는 변하더라도 민족고유의 전통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아들이 대를 이어 떡을 활성화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떡. 전통의 맥을 이으려는 강 명장의 손길로 새로운 떡의 역사가 밀양에서 시작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밀양(경남)=김설아
밀양(경남)=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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