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주택시장, 한국만 따로 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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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과 전세시장이 강세다. 이달 중 전국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2010년 이후 최대물량인 138개 단지, 10만8045가구에 달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9월 수도권 새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평균 7.8% 상승했다.

기존 주택시장은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면서도 수도권 전체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78% 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매매가격 상승세를 능가해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비율이 계속 올라 9월 전국 74.2%, 서울 71.4%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의 매매·전세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매매·전세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아파트단지 가운데 전세가율이 90% 넘는 곳이 수도권에서만 10%를 넘었다. 또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단지 중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곳이 18.7%나 됐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줄고 있음에도 매매를 꺼리는 이유는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란 심리적 작용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변화는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전세계 주택시장이 장기적으로는 비슷하게 연동해 움직인다는 점을 참고하자.


에스토니아 탈린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광고가 붙어 있다.

◆한국, 소득대비 집값 비율 ‘저평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주택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주택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동반 추락했다. 이후 다시 회복되면서 홍콩의 경우 주택가격이 2007년 4분기 이후 2012년까지 86.8%나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주거용 주택가격을 조사한 결과 소득대비 집값(price to income ratio, PIR)과 임대료 대비 집값 비율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고평가를 받은 국가는 벨기에, 노르웨이, 캐나다, 뉴질랜드가 꼽혔다. 대부분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들이고 벨기에를 제외한 국가들은 인구밀도가 낮음에도 주택가격이 높은 것을 보면 인구론 관점에서만 주택시장을 예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2013년 전세계 집값은 평균 4%가량 올랐다. 국가별로는 두바이(28.5%), 중국(21.6%), 홍콩(16.1%), 대만(15.4%), 인도네시아(13.5%), 터키(12.5%), 브라질(11.9%) 순이다(CNN머니). 장기침체를 겼었던 일본(7.63%)도 꽤 올랐다. 중국은 베이징이 연간 28.3% 오르는 등 과열양상을 보여 거품 우려가 대두됐다.

미국도 50개 대도시 중 오클라호마시티, 피츠버그, 오스틴, 덴버 등 10곳에서 금융위기 이전의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회복세를 나타냈다. 독일 주택가격은 2008년 1분기와 비교해 5년 동안 약 25% 올랐다.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세계 주요 도시의 신축 주택가격 평균값(South China Morning Post)을 보면 서울을 크게 능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분양가는 지난해 3.3㎡당 1785만원이었으며 올해는 130만원 올라 1915만원을 나타냈다(닥터아파트).

부동산컨설팅회사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가 지난 3월 전세계 56곳의 주요 거주지를 대상으로 발표한 ‘연 주택가격 상승’ 통계를 보면 홍콩(20.7%), 터키(18.5%), 에스토니아(13.4%), 룩셈부르크(13.2%), 뉴질랜드(10.9%), 아일랜드(10.7%), 스웨덴(8.8%) 순으로 많이 상승했다.

홍콩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여전한데 생소하게도 동유럽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가 3위로 부상했다. 에스토니아 역시 금융위기 때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한 이후 2010년부터는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아직까지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전세계 국가의 주택가격이 돌아가면서 상승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주택, 세계적 관점에서 봐라봐야
세계적인 주택시장조사연구기관인 PUP(Performance Urban Planning)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은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영국, 일본보다 낮았다. 반면 캐나다, 미국, 아일랜드보다는 고평가를 받았다.

지난 5년간 한국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득증가율보다 낮아 PIR이 8% 하락했다. 세계 주요 29개국 중 지난 5년간 소득보다 주택가격이 더 많이 오른 국가는 12개국이고 소득보다 주택가격이 덜 오른 국가는 14개국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덜 오른 순서로 29개국 중 9위다.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도시 중에는 근래 하락한 도시도 보인다. 스위스는 제네바와 취리히 등 대도시의 부동산가격이 지난 5년간 70%나 올랐지만 지난 여름에 두달간 5% 하락하면서 뒤늦게 대출을 많이 끼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가 생기면서 매매전환을 고려하던 전세 세입자들이 아파트를 매입할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 하반기 미국에서 금리인상이 발표되고 내년에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오면 주택구매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면 대출기간 및 규모에 따라 분할상환대출이 적용된다. 대출심사의 기준도 담보 위주에서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되므로 아파트 구입 시 대출이 불리해지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다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라면 가계부채 대책에 크게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다. 대출이 거의 없이 또는 대출을 약간만 받으면서 구입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하락전환이 우려될 수는 있으나 한국 주택가격의 수준이나 그동안의 상승률이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므로 속단하기도 힘들다. 전세 품귀 현상은 월세거래 증가로 이어져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

9월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보증부월세 포함)은 전체 전월세거래량의 36.3%에 달해 서울시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임대료가 외국에 비해 비싼 편은 아니므로 장기적으로는 월세의 상승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국만의 독특한 임대형태인 전세가 점점 줄고 월세가 자리 잡아가는 시기이므로 외국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이제는 세계와 무관하게 한국만의 주택시장 특성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대비가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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