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 '잃어버린 20년' 되찾은 열도에서 답을 찾다

[창간8주년]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가다 - 일본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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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금융권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며 국내 금융사들의 경영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일본 금융업계가 겪은 저금리시대와 유사하다. 일본은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로부터 발발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저금리정책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후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금융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일본은 ‘수익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아시아 중심의 ‘해외시장 진출’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고 20년 불황을 넘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섣부른 저금리정책이 가져온 ‘장기불황’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장기침체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종합연구소 연구원은 “플라자합의 이후 찾아온 엔화강세 및 경기침체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저금리정책 대응으로 장기침체가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정부의 저금리정책은 무분별한 부동산투자, 재테크 융자, 은행 대출경쟁 등을 불러일으켜 심각한 경제거품을 초래했다. 이에 일본정부는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으로 황급히 대처에 나섰지만 부동산거품이 꺼지자 빚으로 부동산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줄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부실채권 문제는 일본 은행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부동산담보가치 하락→부실채권 발생→금융부실 →대출억제 및 기대출금 회수율 증가→기업도산 증가→새로운 부실채권 누적’의 악순환 체계가 조성된 것.

카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995년 당시 부실채권비율은 75%에 달해 처음 문제가 발생한 4년 전보다 무려 35%포인트나 증가했다”며 “부실채권 규모는 1995년에 17조4000억엔에서 1996년 41조9000억엔으로 1년 동안 약 2.4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정부는 1997년부터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 관리에 돌입, 부실채권을 점차 줄여나갔다. 그 결과 지난 2006년 일본 주요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2%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농림중앙금고 본사.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 농림중앙금고 본사.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은행, ‘수익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위기극복

일본 은행들 역시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기존대출 위주의 영업구조가 한계점에 직면하자 국채 등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고 비이자수익인 수수료 수익비중을 확대한 것.

일본은행연합회(JBA)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의 자산규모는 2000년 804조3000억엔에서 2011년 870조7000억엔으로 8.3% 증가했다. 이 중 대출비중은 59%에서 52.6%로 감소한 반면 유가증권 비중은 21.9%에서 32%로 확대됐다.

특히 일본 은행들의 수수료 관련 신규수익 발굴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일본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발굴 노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상업은행들의 수수료이익 비중은 2001년 9.7%에서 지난해 9월 말 20%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수수료 확대가 펀드 및 방카슈랑스 판매 등 소매금융부문은 물론 자산관리와 신디케이트론 등 기업금융부문에서도 진행 중이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

신디케이트론이란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주는 중장기대출을 일컫는다. 그간 유럽 및 미국 은행들이 시장을 석권했지만 최근 일본 은행들이 진출, 현재 일본 3대 메가뱅크(도쿄미쓰비시·미즈호·스미토모)가 아시아지역의 신디케이론 분야에서 1~3위를 차지하며 선전 중이다.

아카히로 모리시지 미쓰비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민간이 투자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신디케이트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주요 은행들이 선제적 대응을 통해 (신디케이트론) 관련 기반을 마련해놨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일본 은행들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자산규모를 유지하는 전략을 폈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일본 전체 은행의 자산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27%로 확대됐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도쿄미쓰비시은행.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도쿄미쓰비시은행.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해외영업 주력하는 일본 은행

일본 금융사들은 국공채투자를 통해 예금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동시에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가 필요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은 정답지가 바로 ‘해외금융시장 진출’이다. 결과는 성공적. 일본 은행들은 최근 몇년 사이 동남아시아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최대규모의 상업은행인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중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이외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도 해외비중이 30%를 넘는다.

고객도 다변화됐다. 과거(1970년대)만 해도 일본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해당 시장의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파이낸스 및 무역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일본계 기업들로 거래대상이 확장되는 추세다. 미즈호그룹의 지난해 수익 중 비일본계기업의 수익이 71%에 달한 반면 일본계기업의 수익은 29%에 불과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 도쿄지점.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 도쿄지점.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특히 요 근래에는 일본 대형은행들의 아시아지역 은행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도쿄미쓰비시금융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태국 아유타야은행의 지분 75%를 56억달러에 매입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또 미쓰이스미토모 금융그룹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미즈호금융그룹은 베트남에 투자했다.

과거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던 해외직접투자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전체 해외진출기업 중 중소기업비중은 지난 2000년 12.5%에서 2012년 32.6%로 확대됐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나자 일본 주요은행들은 해외직접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해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은 ‘글로벌경영상담실’을 운영해 해외투자기업들에게 무역업무부터 해외진출, (해외)현지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글로벌어드바이저리부’, 미즈호은행은 통합적으로 기업의 해외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롱스판서포트’ 체제를 구축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 플라자 합의

지난 1985년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달러를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일본의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를 평가절상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일본은 한때 달러당 240엔대까지 치솟았던 엔화가 3년 만에 120엔대로 평가절상됐고 이후 극심한 엔고현상으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들은 국제무대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영훈
한영훈 han0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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