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 '창구은행'과는 달라야 산다

[창간8주년]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가다 - 일본편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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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글로벌화두인 핀테크와 관련해 “금융산업에 더욱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업권 간 칸막이도 완화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를 위한 첫번째 조치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선포하고 핀테크 트렌드에 한국도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특화된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직면한 국내상황을 고려했을 때 과연 어느 나라를 이상적인 성공사례로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 2000년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과 야후재팬이 각각 41%씩 출자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최초 설립한 이후 현재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 중이다. 출범 당시 기존은행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거란 우려와 달리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데 성공, 앞으로 출범할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성장세 지속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00년 비금융기업 등 이업종에 대한 은행업 진출 면허심사 및 감독지침이 마련되면서 도입됐다. 일본 금융청은 기존 은행업 테두리 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하는 동시에 모회사로부터의 사업 독립성 확보, 사업위험 차단 등을 고려해 세부지침을 마련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주체 측면에서 ▲은행과 비금융기업의 공동출자형식 ▲비은행금융회사 설립 ▲비금융기업 단독설립 등의 형태로 분류된다. 후지쓰·미쓰이물산 등이 대주주로 참여한 재팬넷은행을 비롯한 스미신SBI넷뱅크, 소니은행 등은 은행과 비금융기업의 합작형태다. 지난 2010년 다이와증권그룹이 설립한 다이와넥스트은행은 비은행금융회사가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며 유통업체인 세븐일레븐과 이온이 각각 설립한 세븐은행과 이온은행 등 비금융기업이 설립한 경우도 있다.

일본 전체 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 및 순이익이 차치하는 비중(2014년 9월말 기준)은 각각 1.62%, 1.73%다. 하지만 출범 후 스미신SBI넷뱅크, 다이와넥스트은행 등 후발업체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은 2010년 3월말 6조6000억엔에서 2014년 9월말 15조7000억엔으로 연평균 24.2%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2010년 209억엔 수준에서 2013년 588억엔으로 연평균 41.3%나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뱅킹을 이용 중인 일본 시민.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뱅킹을 이용 중인 일본 시민.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금융거리로 꼽히는 오테마치 거리.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금융거리로 꼽히는 오테마치 거리.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편의성 강화·금리 차별화로 고객 유입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만 해도 일본 내에서 “기존은행이 제공하던 업무수준과 편의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온라인채널 기반 영업에 특화된 ‘거래의 간편성’과 ‘우수한 상품성’ 등을 강조한 영업전략을 펼쳐 결국 금융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인터넷은행의 장점은 모든 것을 손바닥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과 대면채널에 비해 상품성이 우수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인건비, 지점 운영비 등에서 효율적인 비용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좀 더 높은 상품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스미신SBI넷뱅크 주택담보대출상품인 ‘인터넷주택론’의 경우 20~30년 사이의 긴 상환기간 동안 고객이 질병에 노출되는 상황에 대비, 관련보험을 보장내역에 포함시켰다. 또 대면채널의 주택대출은 조기상환 시 일정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이 상품은 조기상환에 따른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밖에도 다양한 금융회사 및 비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지급결제 등 특정 은행서비스에 집중하는 형태로 성장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다이와넥스트은행은 모회사인 다이와증권 고객과 연계된 스윕어카운트서비스(계좌잔액이 일정수준 초과 시 자동이체) 등의 상품 및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설립 3년 만에 2위권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올라섰다.

제팬넷뱅크의 경우 일본 내 유명포털사이트인 야후에서 출자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다양한 거래체계를 구축 중이다. 라쿠텐은행 역시 일본의 유명 인터넷쇼핑몰인 ‘라쿠텐 이찌바'를 활용한 다양한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카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징은 그룹 간 연계”라며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모델과 제휴관계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청의 적절한 대응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안착을 도왔다는 평가다. 일본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한 이후 감독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만약 비금융기업이 은행지분을 5% 이상 매입할 경우 금융당국에 신고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론 20% 이상 매입 시 반드시 사전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 최소자본금은 20억엔 이상을 유지할 것을 규정에 명시했다.

<인터뷰> 하토리 다카유키 스미신SBI넷뱅크 기획부장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기존은행과 다른 서비스 제공이 중요”

- 인터넷전문은행이 발전하기 위한 한가지를 꼽자면.

“‘그룹 간 연계영업’을 강조하고 싶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단독 운영이 아닌 사업분야가 다른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운영한다면 그에 따른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고 이는 곧 ‘고객유입’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면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취급상품의 우수성이다. 예금상품의 경우 대면채널에 비해 높은 수준의 금리를 보장하는 반면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 결과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대다수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로 이뤄져있다. 이밖에도 인터넷은행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 한국은 인터넷은행이 곧 출범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서 거래하는 곳인 만큼 부정거래 및 보안문제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또 고객이 일반 시중은행과 전혀 다른 차원의 서비스를 받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가 없기 때문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대응하기가 힘들다. 이 경우 회사로선 찰나의 순간에 큰 손실을 입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요소다. 끝으로 새롭게 탄생할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화된 분야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지녀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영훈
한영훈 han0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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