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생존게임, 중소형사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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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발표했다. 보험상품 개발과 보험료 결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가 폐지된다. 보험사간 자율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다. 가히 역대급 개혁안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보험업권의 규제 빗장을 완전히 풀어준 것은 1993년 이후 22년만이다.

지금까지는 규제의 틀 에서 제한적으로 경쟁했지만 보험사들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펼쳐질 전망이다.

보험업계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한다. 대형보험사들은 당국의 이번 로드맵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중소형사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과도한 경쟁체제가 부담스런 눈치다. 인력이 적은 중소형보험사로서는 무한경쟁체제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보험사 생존게임, 중소형사 깊어지는 고민

◆1년간 타사 신상품 ‘베끼기’ 금

그동안 서로 비슷한 상품을 팔면서 채널·마케팅 경쟁에 치중했던 보험사들이 앞으로는 타사의 신상품을 복사(카피)해 팔기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따르면 보험상품의 ‘배타적 사용권’ 행사기간이 현행 3~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늘어난다. 신상품 개발이익을 보호하고 상품복제에 따른 무임승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사용권 침해행위에 대한 제재금도 최대 3000만원에서 수입보험료의 20%를 걷는 방식으로 대폭 강화했다. 

또한 인가제도처럼 운영돼온 보험상품 사전신고제가 폐지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된다. 대신 부실상품 판매 시 보험사에 대한 사후적 책임은 강화하기로 했다. 법규를 위반해 소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보험상품을 개발·판매할 경우 상품변경권고권 발동과 함께 사유공개 및 과징금을 엄중 부과키로 했다. 판매인의 설명의무 미이행 또는 기존계약 부당해지(승환) 시에도 보험사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현행대비 20~30% 가중된다.

그야말로 보험사 간 무한경쟁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본연의 실력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대형보험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언더라이팅(가입심사)을 강화해 타깃 고객층과 가격대, 판매채널 등을 전면 검토하는 중”이라며 “앞으로 누가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무한경쟁시대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 소비자에게 유용한 상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규제방안에 맞춰 경영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중소형사 한 관계자는 “상품개발 부분의 경우 자본력과 많은 인력을 갖춘 대형사에 밀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보험료를 내릴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코치’ 역할을 했던 당국의 사전신고제가 사라지면서 중소형사들은 방향조차 잡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그는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제로 바뀌면 상품개발단계에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소요해야 하지만 대형사와 비교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상품개발과 언더라이팅을 강화해야 하는데 중소형사 대부분이 자체통계가 부족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대형사의 경우 자사요율과 참조요율을 참고해 보험상품의 가격을 조율하지만 중소형사는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만을 쓰고 있다.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형사와의 경쟁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보험사 생존게임, 중소형사 깊어지는 고민

특화된 영역 살려야 살아남는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보험사는 40여곳에 달한다. 이중 빅3 대형보험사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 시장점유율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이 54%를 차지했다. 나머지 21개사가 46%를 나눠 갖는 셈이다. 손해보험의 경우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3사의 시장점유율이 무려 59%에 달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보험경쟁력 강화방안이 대형사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력과 인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어 신상품 개발과 보험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형사는 수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무건전성 규제로 고전 중인 중소형사보다는 상품개발능력을 보유한 대형사에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회사의 자본여력 및 상품의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여 상위권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체 보험사 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경쟁에서 밀린 보험사는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완화로 보험업계에 아주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경쟁에서 밀린 보험사는 M&A를 통해 몸집불리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소형사는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라도 경쟁력 확보에 승부를 걸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중소형사들은 대형사와 비슷한 상품포트폴리오로 독자생존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보험업권의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따라하기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사와 동등하게 경쟁하지 못하더라도 자산운용이 강한 미래에셋생명이나 치아보험에 강점을 보인 라이나생명 등처럼 자사만의 색깔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오히려 시장변화 면에서는 의사결정과 실행과정이 긴 대형사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소형사가 유리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어느 정도 과도기를 겪을 수 있겠지만 이번 규제완화를 계기로 중소형사들이 자사만의 특화된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는 등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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