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잠재적 범법자' 취급 받는 증권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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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는 정당한 행위일까. 아니면 고객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하는 행위일까. 최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임직원의 주식투자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허용하면 고객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길 여지가 있어 금융당국이 꺼낸 강수다.

반면 증권업계는 모든 증권사 임직원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에 불만이 가득하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반발하며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고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근절방안을 놓고 금융당국과 증권사 임직원들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당국, 금투업계 불신 없애려 ‘제재’

금융당국이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두달여 전부터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1일 3회 이내, 매매회전율 월 500% 이내로 하고 주식취득 후 5영업일간 의무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어 지난 3일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 합리성 제고방안’을 내놓고 내년부터 증권사 임직원이 불법적인 자기매매를 할 경우 금액과 관계없이 최소 ‘감봉’ 이상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투자원금이 1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정직’ 이상의 처벌을 내릴 방침이다. 현재는 1억원 미만의 자기매매는 ‘주의’ 조치, 1억~2억원은 ‘견책’ 조치를 내린다.


[이슈] '잠재적 범법자' 취급 받는 증권사 직원

금감원이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꼭 집어 업계를 몰아세우는 이유는 고객을 위해서다. 증권사 임직원이 자기매매에 치우치면 고객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길 수 있기 때문.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근절해야 금융투자업계에 만연해 있는 불신을 없앨 수 있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제재는 경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위반사례가 매년 늘어남에 따라 처벌수위를 높이는 강수를 둔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제재한 건수는 지난 2010년 3명, 2011년 1명, 2012년 8명, 2013년 34명에서 지난해에는 18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증권사 임직원 일평균 매매횟수는 1.8회, 평균 투자금액은 6100만원이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일평균 매매횟수가 0.1회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18배나 많은 셈이다.

◆임직원 “어쩔 수 없이 자기매매”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접근하면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제재가 당연하다는 해석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증권사 임직원들은 현재 업계의 상황에서는 자기매매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물론 지나친 자기매매는 문제가 되지만 실적 압박을 받는 증권사 임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 예컨대 증권사 임직원은 손익분기점과 월급의 3배가 넘는 수수료 수익 기준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임금의 20%가 삭감된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증권사 전체 임직원의 70%가 넘는 2만5550명이 자기매매를 했다. 하루 평균 10회 이상 매매하는 직원도 1163명이나 됐다. 자기매매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낸 일종의 관행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사정에 개의치 않고 모든 증권사 임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는 오래 전부터 이어진 과도한 성과주의의 단면”이라며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과잉영업행태를 관리·감독하기는커녕 임직원들의 자기매매를 통제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물론 과도한 자기매매가 고객 자산관리 부실이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과잉영업행태를 바로잡는 근본적인 대안 없이는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자기매매가 오히려 음성화돼 불법 차명계좌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과도한 영업환경 개선 ‘급선무’

금감원이 압박수위를 높이자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영업직원의 자기매매 실적을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기매매 실적을 성과에 반영하는 구조가 오히려 자기매매를 부채질해 고객관리 소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과 맞물린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NH투자증권은 임직원 평가 및 성과급 산정 시 자기매매 수익을 반영하지 않는 제도를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이다. 다만 수익지표의 비중을 축소하고 고객수익률 등으로 구성된 고객중심지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 4분기에 영업직원의 자기매매 거래실적을 성과급 산정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임직원들이 고객의 수익률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영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지점 영업직원의 자기매매 거래실적을 이달부터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직원의 과당매매 계좌수익을 성과로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기준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내년 1월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제재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이 같은 대응책을 마련하자 사무금융노조 측이 반기를 들었다. 사실상 증권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자기매매 근절은 대형증권사보다 매매수수료 비중이 큰 중소형증권사에 더 치명적이다. 사무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이 시장을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속셈으로 받아들인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자기매매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증권사들의 성과압박으로 인해 자기매매가 과도할 수밖에 없는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증권사에서 차지하는 리테일 영업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무조건적인 자기매매 규제는 오히려 영업직원들의 성과압박을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기매매 규제로 당장 직원들의 영업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제도가 자리 잡으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실제로 회사 차원에서 자기매매를 금지하고 고객수익률을 직원평가에 반영하면서 임직원 사이에서는 고객의 수익을 높이려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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