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살인 부르는 ‘2.3m×5.0m 전쟁’

대한민국은 주차 전쟁중 / ‘사각갈등’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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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한민국은 지금 ‘주차전쟁’ 중이다. 지난해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대를 돌파했지만 주차장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머니위크>는 주차 스트레스에 몸서리치는 운전자들을 조명하고 불법주차로 발생하는 보상과 견인문제를 살펴봤다. 아울러 주차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봤다.

#1. 지난해 11월11일 경기 부천 원미구의 한 주택가. 김모씨(43)가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에 몸을 숨긴 뒤 옆집 빌라에서 나오는 최모씨(39)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어 최씨의 여동생(38)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참극을 벌인 김씨의 살해 동기는 이웃 간 주차갈등. 그는 경찰조사에서 “3개월 전부터 주차시비로 악감정이 쌓였다”고 진술했다. 


주차갈등으로 흉기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한 피고인이 경찰의 심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주차갈등으로 흉기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한 피고인이 경찰의 심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2. “집에 돌아와 주차하려는데 아파트 주민도 아닌 사람이 이중으로 주차한 걸 보고 술김에 그만….” 지난 6월22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한모씨(45)가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이모씨(23)가 주차선 밖 통행로에 차량을 주차한 것에 앙금을 품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피해차주 이씨는 친구의 집에 놀러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결과 평소 아파트 내 협소한 주차 공간과 외부인의 이중주차 문제로 주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최윤신 기자
/사진=최윤신 기자

‘2.3m×5.0m’의 사각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매년 자동차 수는 불어나는데 주차장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주차 시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 사소한 다툼에서 방화, 살인에 이르기까지 갈등의 모습도 해가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2명당 1대 보유, 1대당 1회 단속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241만9447명인데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1만7955대에 이른다. 전체 인구 2명당 1대꼴로 차를 보유한 셈이다.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국내 인구는 5143만4583명에서 1.91%(98만4864명) 증가한 반면 자동차 등록대수는 1794만1356대에서 12.13%(217만6599대) 급증한 수준이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시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 2010년 298만1400대에서 1.07%(3만2141대) 늘었다. 이 기간 주차장은 29만9166개에서 30만2719개(공영 1만3694개, 민영 28만9025개)로 3553개소 늘었다.

제한된 땅에 인구와 차량만 늘다보니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은 날이 갈수록 급증했다. 공간을 잃은 차량들은 불법지대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허용된 사각지대 안에서도 분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작은 사각형(주차장) 안팎에 차주와 주차관리인, 주정차단속원, 점주와 집주인, 대리주차인(발렛파킹)까지 최소 5명 이상의 이해관계자가 묶여 있어 천태만상의 주차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 7월 말까지 서울시에서 주정차 단속으로 적발된 건수는 188만건이다. 지난 2011년 266만건에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300만건을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320만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에 등록된 차량 수인 301만대를 넘어서는 것이다. 사실상 차량 1대당 1번씩 단속에 걸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속반이 꼽은 주차위반 사례로는 ▲길 가장자리에 놓인 황색실선위반 주차 ▲교차로 또는 도로의 모퉁이로부터 5m 이내 주차 ▲거주자 우선주차구획에 신고되지 않은 차량의 주차 ▲주차구획선 밖의 주차 ▲타인의 집 앞, 가게 앞, 주차장 입구 등에 주차해 차량 진입방해 혹은 영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 ▲보도 위의 주차 등이 꼽힌다.

국민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차문제는 국민체감 교통불편 1위, 지자체 민원 1위로 국민안전을 위협함은 물론 지역상권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법주차로 시야가 가려진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교통사고가 급증했으며 화재진압 및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도 다반사다. 이웃 간 주차시비가 붙으면 사소한 말다툼이 끝내 있어서는 안될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2.3m×5.0m’의 한계, 해결책은?

심각한 주차난에 정부도 해결책을 들고 나섰다. 지난해 9월 주거지 및 구도심 지역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주차대책안을 발표한 것.

당시 국토부는 지자체별로 구도심과 주택가의 폐·공가 및 자투리땅 소유주에게 주차장 조성비용을 지원해 쌈지공영주차장을 확산하도록 했다. 또 현재 상업시설에만 이용되는 주차빌딩에 주택설치를 허용, 주차빌딩의 건축 활성화를 유도했다. 나아가 주택가 인근 공공청사, 교회, 은행 등의 부설주차장을 야간·휴일에 개방할 경우 주차장 시설개선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승용차 중심의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시설물 용도별·자동차 유형별 주차유발량 조사 및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안도 내놨다.

주차장 규격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주차장 규격은 일반형이 ‘2.3m×5.0m’로 지난 1990년 개정된 이후 25년째 변화가 없다. 지난 2012년 7월 이후 건설된 주차장에 ‘2.5m×5.1m’의 확장형 주차면을 30% 이상 설치토록 했으나 급속도로 불어나는 중·대형 차량의 수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분양하는 아파트 내 주차장의 주차공간 폭을 법규격보다 더 넓혀 입주민들의 편의에 나섰다. GS건설은 기존 규격보다 10~20㎝ 더 넓어진 ‘2.4~2.5m’의 주차장을 전체 주차 공간의 85% 이상 제공하며 대림산업도 차량크기의 변화를 반영해 주차 공간의 폭을 2.4m로 넓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족한 주차시설과 주차관련 법체계의 정비를 통해 새로운 주차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채희
정채희 poof34@mt.co.kr  | twitter facebook

IT 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통3사, TV홈쇼핑,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따끔한 말씀, 혹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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