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청년희망펀드'를 보는 불편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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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등장한 청년희망펀드. 출범 초 이 펀드는 사회 지도층, 공직자, 일반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를 목표로 했다. “대기업 기부는 받지 않겠다”는 게 당시 정부의 입장. 하지만 정부의 참여율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모금이 시작된 지난 9월21일부터 한달 동안 모인 기부금액은 64억원.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재계 움직임이 바빠진 건 그 즈음부터다. 대기업들이 하나 둘, 구원투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250억원, 현대차가 200억원을 내놓으며 기부 신호탄을 쐈고 LG와 포스코, 롯데도 거액의 기부를 확약했다. 아직 기부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들도 기부금액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상황. 하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일각에서 준조세라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재계 오너들의 기부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대기업 기부행렬… 남모를 ‘속앓이’

지난 3일 정상영 KCC명예회장을 비롯한 정몽진 KCC회장과 정몽익 사장 등 KCC 오너 일가가 29억원을 사재 출연하고, 계열사 임원진들이 모은 3억원을 더해 총 32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전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사재 30억원을 출연했고, 같은 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사재 20억원과 임원진이 모은 2억원을 기탁하는 등 지원 행렬에 동참했다.

청년희망펀드 기부에 첫 테이프를 끊은 인물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0월22일 이 회장 명의의 200억원과 경영진 50억원을 더해 250억원을 기부했고, 사흘 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임원진이 200억원을 내놨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롯데그룹도 10월 말 신동빈 회장이 사재 70억원, 그룹 임원진이 30억원을 출연해 총 100억원을 기부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임원진도 같은 날 총 20억원을 기탁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11월에도 기탁 소식이 줄을 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원이 총 100억원,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임원이 50억원의 기부금을 내놨다. 이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모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재계 순위 중상위권 기업 총수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현재까지 재계의 이름으로 기부된 청년희망펀드 기부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선 상황. 이렇다 보니 아직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재계 오너들은 혹여나 불똥이 튀진 않을까 정부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재계 한 임원은 “정부가 공개적으로 희망펀드 모집을 주도하는데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아직 기부에 참여를 안한 기업들도 액수를 조정하는 수준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출발부터 삐그덕거린 펀드

사실 청년희망펀드는 출발부터 우려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탁자가 된 뒤 이른바 ‘박근혜 펀드’라 불리면서 기부보다는 정부 코드 맞추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KEB하나은행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해당 펀드 가입을 지시해 ‘관치 펀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용도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 모금 목표액이 얼마인지, 적립된 기금을 정확히 어떻게 누구를 위해서 쓰는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펀드에 기초해 청년희망재단을 만들고 청년 구직자를 지원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민간 일자리 창출의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일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기부 형태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 취지와 달리 대기업들의 기부가 중심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의미가 반감됐다고 평가한다. 재계 서열에 따라 줄을 선 기부액수도 의심을 키우는 상황이다.

오너 입장에서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좋은 일을 위해 거액의 사재까지 내놨다고 할지라도 ‘정부 눈치보기식 기부’라는 삐딱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설사 불만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도 없는 처지. 일부 기업들은 정부 인허가사업이 걸려 있거나 그룹 오너와 전현직 임원들이 재판 및 검찰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준조세라는 소리가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곘냐”며 “정부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재원이 부족하면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단순 협조를 넘어 새로운 관치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미비한 상태에서 과연 돈부터 걷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돈을 낸 쪽도 정확한 용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모인 기금이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는 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쓰일지 더 큰 의구심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해소를 기부 방식으로 접근한 발상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청년창업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쥐고 있는 기업이 고용을 책임지도록 하지 않고 정부 주도의 펀드에 목돈을 내놓는 방향으로 흐른 것부터 문제”라며 “차라리 청년 고용 폭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구체적인 방안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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