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사람] 자전거로 인생 '새 판' 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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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바이클로아카데미서 만난 김선경, 오중록, 김현준, 이일곤씨(왼쪽부터). /사진=박정웅 기자
3일 바이클로아카데미서 만난 김선경, 오중록, 김현준, 이일곤씨(왼쪽부터). /사진=박정웅 기자
바이클로아카데미 자전거매장운영관리사 13기 교육생 면모


최근 수년간 자전거 이용 인구 증가와 함께 자전거 관련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으면서 창업과 취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관심은 소비자와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한 자전거 매장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자전거포'에서 '자전거숍'으로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가 생각하는 매장 개념이 발전할수록 그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최근 다른 유통업계 못지않은 새로운 서비스로 재무장하거나 창업한 자전거 매장이 늘고 있는 점도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자전거로 인생 '새 판'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국제통상학을 전공한 무역업계 종사자부터 입시학원 전문가, 12년 경력의 토목기사, 그리고 대학 졸업 예정자까지 자전거로 블루오션을 찾는 이들을 지난 3일 서울 바이클로아카데미(원장 이미란)서 만났다.

LS네트웍스의 비영리 자전거 교육기관인 바이클로아카데는 11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자전거매장운영관리사'(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증 2014-0101) 13기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 송도서 자전거로 '글로벌 시대'를 열 오중록씨

국제통상학을 전공한 오중록(35·서울 영등포구)씨는 동생 경록(30·매장운영관리사 1기)씨와 인천 송도서 자전거 매장(바이크브로스)을 운영중이다. 경록씨는 2013년 1월 매장운영관리사 수료생 중 첫 매장을 연 주인공으로, 형에게 이번 과정을 추천했다 한다.

오중록씨는 동생의 창업 소식에 3년간의 무역업을 접고 지난여름 바이크브로스에 몸을 담았다. 매장 이름이 '자전거 형제'의 우애를 암시하는 듯했다.

"송도 특성 탓인지 방문객 중 외국인이 꽤 많아요. 이것저것 설명을 했더니 재방문과 소개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어요."

영어가 짧거나 혹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외국인 고객을 제대로 맞지 못하는 상황을 알아채고 한 발 더 다가섰다 한다. 그들이 자전거 매장을 찾는 이유는 자전거일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파악한 것. 그동안 갈고닦았던 무역영어가 자전거 생활 용어로 쓰일 줄이야….

"손님 중에 유럽 현지서 결제하고자 하는 사정을 듣고 해외송금 결제를 돕기도 했고요. 또 다른 손님에게 서울서 리튬건전지를 사다 드린 적도 있었는데 정말 좋아하더군요. 두 분 모두 매장과 다른 손님을 연결하는 '키맨'이 됐지요."

◆ 자전거 유통업계 '홍일점' 김선경씨

김선경(40·서울 양천구)씨는 자전거 유통업계에서 보기 드문 '홍일점' 매장주다. 입시학원 강사로 오랜 경력을 쌓은 김씨는 2012년 5월 서울 강서구에 자전거 매장(철수네자전거)을 열었다.

자전거를 즐기는 부친 덕에 생애 두 번째 자전거(세컨드바이크)를 서른 줄에 시작했다. 세컨드바이크는 어릴 적 세발자전거 이후 청소년이나 성인이 돼서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오른다는 뜻이다.

"바람을 맞고 가르는 시원한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스트레스가 싹 가신 느낌, 이게 자전거 매력 아닐까요."

자전거 매력에서 인생 새 판을 자전거 매장으로 짰다는 그는 "기분 좋게 매장을 나서는 손님들을 볼 땐 물건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며 행복해 했다.

그런 그가 왜 전문자격 과정에 입문했을까. 들어보니 매장 미캐닉(정비기술자)인 고성원(6기)씨의 추천 때문이란다. 직원이 사장을 하루 8시간 과정의 고된 교육현장으로 내몬 셈이다.

"여성 매장주로서 철수네자전거의 특화된 콘셉트를 찾고 싶어요. 또 업계 종사자들이 전문직에 걸맞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요. 왜냐면 자전거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돼야 자전거 산업이나 문화가 올라오겠죠."

섬진강 종주 중 남도대교를 지나는 이일곤씨. /사진제공=이일곤씨
섬진강 종주 중 남도대교를 지나는 이일곤씨. /사진제공=이일곤씨
◆ 미캐닉 실장이 된 12년 경력 토목기사 이일곤씨


이일곤(42·서울 노원구)씨는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자전거 매장(바쿠둘)의 어엿한 미캐닉 실장이다. 12년간 토목기사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그의 자전거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전거 타는 지인을 보고 안장에 올랐다는 이씨는 이 자전거 매장서 자전거를 구입했고, 또 직원이 됐단다.

라이딩 외에 관련 도서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토목기사답게 손으로 만지고 고치는 게 좋아 2008년 타기관서 정비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기술직으로만 살았지 사람 대하는 일은 매장이 처음이었어요. 자전거 매장서 정비는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고쳤는지 또 관리는 어떻게 해야 고장을 막을 수 있는지' 고객들에게 설명할 부분도 많거든요."

정비 외에 매장운영관리 전반의 노하우가 필요해 이번 교육과정에 참여했다는 이씨는 "특히 고객관리(CS)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 참이죠. 매장 일은 '일인 다역'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라며 교육과정에 만족스러운 눈치다.

정비 교육과정이 있던 이날, 최연소 교육생도 만났다. 대학 졸업 예정자로 경기 수원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에서 근무 중인 김현준(23·수원시)씨가 그 주인공.

대학 1학년 때부터 자전거를 시작했다는 김씨는 사회 첫발을 아예 자전거로 디뎠다. 현업에서 그의 역할은 조합 내 매장 운영과 교육사업이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매장관리전문가 혹은 자전거 교육 지도자로서 활동하고 싶어요. 자전거 쪽 진로에 대해 가족, 친구 모두 응원하는 분위기예요. (바이클로아카데미) 이곳에서의 교육을 발판 삼아 스스로와 모두가 응원하는 '자전거 꿈'을 이룰 겁니다."

한편 바이클로아카데미 자전거매장운영관리사 교육 과정은 ▲ 매장운영 ▲ 고객관리 ▲ 라이딩 ▲ 정비 등으로 구성되며 인증시험을 거쳐 민간자격증을 발급한다. 오중록씨를 비롯한 이번 교육생은 8일 인증시험 통과 후 수료식을 갖고 자전거 전문가로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꾼다.

 

박정웅
박정웅 parkjo@mt.co.kr  | twitter facebook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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