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로또 1등보다 어려운 '사장님 되기'

복권의 경제학 / 판매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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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권에는 ‘내집 마련’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머니위크>는 월급쟁이들의 영원한 희망인 ‘복권’을 집중 취재했다. 복권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로또판매점의 불편한 진실까지 마주했다. 아울러 로또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당첨비법도 소개한다.

Q. 다음 중 가장 어려운 일은? 

1) 로또 1등 당첨되기 2) 로또판매점 사장 되기 3) 로또판매자 찾기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1번을 꿈꿀 테지만 노후를 준비하거나 뚜렷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2번을 외칠 것이다. 로또판매가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너도 나도 로또판매점 사장을 꿈꾸기 때문.

하지만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치열한 것이 로또판매권을 갖는 일이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30조에 따르면 로또판매인 자격은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으로 제한한다. 일반인에겐 더더욱 하늘의 별 따기란 소리다. 오죽하면 ‘로또 사장님’이 되는 것 자체가 로또라는 말이 나올까.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 사고파는 ‘취약계층 신분증’

경기도의 한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 그는 지난해부터 장애인인 B씨와 동업 중이다. 말이 좋아 동업이지 실제론 사업자등록증에 B씨 이름만 올라있는 위탁형태다. B씨는 A씨의 가게에 출근을 하지도, 어떤 일을 담당하지도 않는다. 투자금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들은 동업이 가능했을까. 그 이면에는 바로 ‘로또판매권’이 있다.

A씨는 몇년 전부터 매출이 제자리걸음에 머물자 고민에 빠졌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로또’. 마침 A씨 가게 주변에 로또를 판매하는 곳이 없었다. A씨는 로또판매권만 가져오면 고객 집객효과는 물론 점포매출과의 시너지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던 차에 자주 들르던 온라인커뮤니티 관계자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로또판매권을 가진 사람의 명의를 빌려 위탁판매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A씨는 장애인인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로또판매인이 될 취약계층 자격을 갖춰 판매자로 선정됐지만 판매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가게보증금, 시설비, 운영비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형편이 안됐기 때문이다.

결국 A씨와 B씨는 동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A씨의 가게에 B씨의 로또단말기를 설치하고 수익은 반반씩 나누기로 한 것. 하지만 실제 판매자는 A씨로 B씨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가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A씨는 “건별로 보면 매우 작은 금액이지만 로또판매를 시작한 후 매출이 증가한 건 사실”이라며 “내 입장에서는 고객이 로또를 사러왔다가 껌이나 담배 등의 매출을 함께 올려주니 좋고 판매자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니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로또판매권을 얻기 위해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수법은 업계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비밀이다. 로또판매액이 매년 증가하고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꼼수를 써서라도 로또단말기를 들여놓으려는 것이다.

실제 로또 구매자가 다른 상품도 함께 구입하는 ‘유인효과’ 때문에 로또판매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진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로또판매점 창업을 앞둔 업체마다 로또판매권에 목을 매는 이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위장영업거래

판매권만 소유한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판매권 취득 후 6개월의 개점 준비기간을 준다지만 취약계층의 경우 점포를 임대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단말기를 임대해서라도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로또판매권 불법거래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생기기 시작했다.

편의점주가 모인 인터넷카페에는 로또판매권 위탁과 관련된 게시물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한 카페 관리자는 ‘로또가맹점이 되신 분과 로또 샵앤샵을 원하는 분들에게’라는 글을 통해 ▲로또권을 가지고 개인 편의점 창업을 하려는 분 ▲로또권이 있지만 창업보다 위탁자가 필요한 분 ▲좋은 상권에 점포를 소유하고 있어 로또권 위탁을 받고 싶은 분 ▲편의점 매매를 원하는 분 등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썼고, 덧글은 순식간에 100개를 넘겼다.

한 중고거래사이트에서도 ‘월 수익 50만원 보장’의 로또판매권을 구한다거나 위탁판매자를 찾는다는 글이 버젓이 게재된다.

온라인거래만 성행하는 건 아니다. 과거부터 부동산을 통한 로또거래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로또 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주위에 판매권을 가진 사람이나 가게를 연결해주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로또대리점 매물의 경우 로또판매권을 넘기는 조건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위장거래가 횡행하지만 사실상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격 없는 사람이 로또를 판매하는 건 엄연한 불법, 계약위반으로 적발될 시 판매점 자격도 박탈당할 수 있지만 올 한해 적발된 곳은 단 2곳뿐이었다.

로또판매점 관계자는 “사실상 불법이라고 해도 상부상조하는 구조다 보니 복권위원회도 이렇다 할 제재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결론적으론 사회적 약자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는 목적이 유명무실해졌는데 복권법을 개정해 사회적 약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로또 위탁판매상 C씨

“단속 피하는 법 공유해요.

C씨는 3년 전부터 한 국가유공자의 로또판매권을 위탁받아 본인의 가게에서 판매 중이다. 다음은 C씨와의 일문일답.

Q. 로또를 위탁판매하게 된 계기는?
A. 가게를 운영하면서 스포츠토토만 판매했는데 로또판매와 병행하면 수익이 크다는 얘기를 듣고 위탁하게 됐다.

Q. 판매권을 가진 사람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A. 편의점을 하는 지인의 소개로 이뤄졌다. 주위 사람 대부분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하면서 로또 위탁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알음알음 소개로 판매권을 가진 사람을 몇명 알게 됐다. 인터넷으로도 판매권 거래가 이뤄지는데 거기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높아 도중에 포기했다.

Q. 수익분배는 어떻게 이뤄지나.
A. 수익금 5.5%에서 부가세 0.5%를 내고 5%가 남는데 2.5%는 사업자가, 2.5%는 내가 나눠 갖는 식이다. 경쟁이 치열한 강남 같은 경우는 7대 3으로도 수익을 나눈다고 들었는데 5대 5가 대부분이다.

Q. 사실상 불법인데 적발되면 어떻게 하나.
A. 단속을 피하는 몇가지 대안을 공유한다. 사업자가 잠깐 자리를 비워 대신 판매 중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 그래도 안될 경우엔 전화해서 사업자를 부르면 된다. 따라서 사업자의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가게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팁이라면 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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