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청바지' 다시 입은 팔순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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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뱅이론. 1) 주위에선 ‘뱅뱅’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은 사람을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국내 청바지업계 매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음. 2) 남성이 40대가 되면 몸이 저절로 ‘뱅뱅’ 청바지에 맞춰짐.

올해로 45살이 된 국민청바지 ‘뱅뱅’. 이제는 한물간 토종브랜드로 치부되던 뱅뱅은 중저가 청바지업계에서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한다. 한때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뱅뱅이론도 그 중 하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가 국내 청바지 시장점유율 1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착용하는 청바지는 뱅뱅이다. 뱅뱅은 2000년대 단일브랜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이어오고 있다. 뱅뱅의 반전 성적, 그 선봉엔 권종열 회장(82)이 있다.

◆ 1세대 청바지 신화…2세는 ‘글쎄’

권 회장은 지난 1961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의 작은 옷가게 ‘제일사’에서 출발해 지금의 중견 의류업체 뱅뱅그룹을 키워낸 주인공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1%를 위한 옷이 아니라 99%가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자는 것. 외환위기를 겪었던 뱅뱅의 재도약과 중국·홈쇼핑 진출 등 새로운 활로 모색도 모두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권 회장은 ‘일 욕심’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 패션업계 1세대 중 현재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창업주는 권 회장이 유일무이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80세를 넘긴 노익장이 아직도 ‘현장 경영’을 챙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권종열 회장(왼쪽), 권성윤 사장.
권종열 회장(왼쪽), 권성윤 사장.

패션업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그간 경영권 승계가 유력했던 큰 아들 성윤씨에게 경영을 맡겼다가 최근 다시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장은 고사하고 장남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3년 7월 (성윤씨가) 뱅뱅어패럴 사장으로 취임한 뒤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 되는 듯 보였지만 이번에 실질적으로 아버지 눈 밖에 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에드윈 대표로 있는 권 회장의 부인만 계속해서 큰 아들을 지지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큰 아들이 직급은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아버지에게 내쳐져 회사 내부 결재권과 결정권 등이 전무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마케팅부문만 담당하면서 아버지가 회사에 없을 때만 눈에 거슬리지 않게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권 회장은 지난 2004~2005년부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자신의 세 아들인 성윤·성재·성환씨에게 계열사 하나씩을 분리해 줬고 장남인 권 사장이 맡은 곳이 바로 리틀 뱅뱅 등 유·아동복사업을 하는 디시티와이다. 둘째인 성재씨는 캐주얼 의류브랜드 더휴컴퍼니를 맡았고, 셋째 성환씨는 헨어스를 운영 중이다.

차남과 삼남에 비해 장남이 맡고 있는 디시티와이의 사업 실적은 유난히 저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씨티와이는 몇년간 계속된 영업손실을 이기지 못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4억원가량 많고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78억원가량 많다.

디씨티와이의 자본잠식 상태는 뱅뱅어패럴에서 분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2006년부터 이어졌다. 이후에도 부분자본잠식과 완전자본잠식을 오가는 상황이 계속됐다. 딱히 뜨고 있는 브랜드도 없을 뿐 아니라 신규매장 출점도 거의 없었다.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운영만 이어온 셈이다.

권 사장이 뱅뱅어패럴 사장으로 취임한 뒤 이 회사 매출도 떨어졌다. 뱅뱅어패럴의 지난해 매출은 2013년보다 10.3% 줄어든 1565억원. 잠뱅이의 제이앤드제이글로벌은 매출이 6.1% 감소했고, 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나마 차남과 삼남이 이끄는 회사들이 빛을 보고 있는 형편이다. 차남이 운영하는 더휴컴퍼니는 지난해 5개 브랜드(어드바이저리, 로드사인, YMD, 프리템포, 필로소)를 신규 론칭한 데 이어 스트리트 캐주얼의 선두주자인 어드바이저리의 단독매장 30개와 복합숍 8개에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매출을 끌어올려 주목받았다. 삼남 성환씨의 헨어스는 론칭 20년이 넘는 에드윈의 친근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어반 캐주얼 콘셉트로 브랜드 고유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대중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에 비해 장남이 맡은 회사의 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누구도 디씨티와이의 회생 가능성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권 사장이 기존의 예상대로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뱅뱅그룹 측은 “회사 경영권과 관련해선 답변해줄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뱅뱅그룹 한 관계자는 권 회장과 세 아들의 경영 현황과 실적, 승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어렵게 키운 회사 M&A에 나오기도

패션업계 2세 경영에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 계열이 아닌 전문 패션업체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 경우 오너의 경영능력이 회사의 성장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권을 승계할 2세들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은 2세 경영인이 회사의 외형을 확장시킨 경우도 있지만 불투명한 후계구도 때문에 어렵사리 키운 회사를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만큼 기업의 흥망성쇠가 빠르게 이뤄지는 업종도 드물 것”이라며 “그만큼 오너십과 경영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창업주 2세에 경영권이 승계되더라도 경영자로서 철저한 경영수업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창업 1세대로 누구보다 이 같은 패션업계의 상황을 잘 아는 권 회장이 수십년간 이끌어 온 ‘뱅뱅’ 브랜드를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권 회장이 뱅뱅의 아성을 유지하기 위한 승부수를 어떻게 띄울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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