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제로금리-중] 울고 웃는 업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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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2006년 6월 이후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금리가 미국 기준금리에 맞춰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경기에 따라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시장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업종은 은행·보험과 자동차·IT·반도체 등 수출업이다. 반대로 철강·조선·해운 등 오랜 업황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업종과 항공·건설·석유화학 등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은행·보험 ‘활짝’

금리상승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으로는 은행업과 보험업이 꼽힌다. 이 두 업종은 시중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을 가장 반기는 곳은 보헙업계다. 보험업종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과거 고금리 때 고정금리로 판매한 상품에 대한 역마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과거 고정금리로 판매됐던 상품에 대한 역마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국공채 중심의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보험사들에게는 이번 금리인상이 투자이익 증가로 나타나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따라 오르면 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크게 개선된다.

은행업종도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확률이 높다. 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확대돼 수익성이 개선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4대 은행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이 1000억~3900억원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은행업은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경기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3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166조원에 달한다.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크다. 가계부실이 커지면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다.

경기도 평택항.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경기도 평택항.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자동차·IT·반도체 ‘화색’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IT·반도체 등 수출업종의 호재도 기대된다. 자동차와 IT업종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실적회복세를 보이는 자동차업종은 환율 여건이 호전되면 이익모멘텀이 따라 붙을 수 있다.

다만 최근 달러강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그러나 원화와 동조화가 진행 중인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엔화 약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업종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IT업종은 투자자본의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상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T업종은 미국의 금리인상 배경이 이번과 유사한 지난 1994년에도 강세를 보였다. 20여년 전 미국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상승기에 IT업종의 강세가 돋보였던 것.

반도체업종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달러 통화권에 속한 주요 경쟁사에 비해 가격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IT 관련 신상품 발표에 따른 신수요 증가로 인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사용되는 센서 등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메모리분야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비메모리 수요증가에 따른 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유동성 효과가 지속될 경우 달러강세와 맞물려 수출관련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특히 자동차와 IT업종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철강·조선·해운 ‘먹구름’

반면 철강·조선·해운업 등 장기간 업황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업종에는 이번 금리인상이 치명적일 수 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철강업은 장기화되는 저유가 현상에 미국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셰일가스와 송유관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는 등 철강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조선업의 경우 이자보상비율이 낮고 자산을 뺀 순부채가 크다는 점에서 금리상승은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확대시켜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지원이 지지부진한 해운업은 금리를 인상하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국내 선사가 부담하는 이자금리가 7~10%의 고금리로 가뜩이나 이자부담이 높은 상황인 만큼 이번 금리인상으로 도산하는 해운사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석유화학·건설업 ‘시들’

항공·석유화학·건설업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우선 외화부채가 큰 항공업이 걱정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구매할 때 대량 매입하기 때문에 외화부채가 큰 편이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고정금리부채 5조3000억원, 변동금리부채 10조4000억원을 갖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금리가 1%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1040억원 증가한다. 아시아나항공도 1조1500억원 규모의 부채가 있는 만큼 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금리인상 조치로 신흥국의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중간원료 수출액 중 신흥국 비중은 93.2%에 달한다. 합성수지의 경우 신흥국 비중이 74.3%로 높은 편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내년 업황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수요까지 축소되면 예상 외로 타격이 클 수 있다.

건설업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금리도 덩달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택 등 부동산 구매자 대부분이 대출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15년에 사상 최대 분양물량을 쏟아냈던 건설사들이 연말까지 분양을 서둘렀던 이유도 금리가 인상돼 부동산시장이 냉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 하반기 이후 호황을 맞은 국내 부동산경기를 지탱한 것은 저금리 기조였다”며 “하지만 국내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된 만큼 부동산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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