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학 문턱보다 높은 '내방'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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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앞둔 대학가는 올해도 어김없이 '방 구하기' 대란이 벌어졌다. 개강을 한달여 앞두고 전세는 씨가 말랐고 원룸 역시 마땅한 방을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 기숙사는 재학생 10명 중 1명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대학생 주거난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학생전세임대주택도 입주대상자의 범위가 좁고 애초 전세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유명무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머뭇거리다 방을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반지하방이나 옥탑방을 알아봐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단체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 4월 서울에 사는 청년 23%는 옥탑, 고시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위크>가 많은 대학생이 자신의 방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촌 대학가를 찾았다.


/사진=성동규 기자
/사진=성동규 기자

◆'방 구하기' 전쟁 한창인 신촌 대학가

올해 첫번째 목요일인 지난 7일 찾은 이화여자대학교는 조형예술대학 실기고사를 치르고 나온 예비 대학생과 학부모로 붐볐다. 그 덕분인지 취재를 위해 방문한 이대 인근 공인중개소에서 일찌감치 방을 알아보던 정세연씨(47)·김희정씨(20) 모녀를 만났다.

울산광역시에서 왔다는 정씨는 딸의 서울생활이 불안했는지 공인중개소 대표에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져 물었다. 원룸(9.9~19.8㎡)의 경우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 45만~50만원 선으로 관리비 등을 합하면 매달 5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해 방학 때 김씨가 울산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월세를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은 방학에도 아르바이트와 토익, 자격증 공부 등을 하며 서울에서 지내는 사례가 많다는 게 공인중개소 대표의 설명이다.

공인중개소 대표는 "월세가 저렴하거나 깔끔하고 대학과 가까운 원룸을 구하려면 지난해 12월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고 정씨에게 귀띔했다. 그나마 여학생은 남학생과 비교해 방을 구하기가 쉬운 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시 합격자 발표가 2주 이상 남았지만 대학가 방 구하기 경쟁은 이미 종국을 향해 가는 형국이다. 정씨가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원룸뿐만 아니라 하숙집도 마찬가지였다.

서강대학교와 걸어서 10분 거리인 한 하숙집을 알아본 결과 빈 방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마포구 신수동 일대를 한참 헤매다 만난 최재식씨(26)도 방을 찾고 있었다. 군 전역 후 이번 학기에 복학을 앞뒀다는 최씨는 휴학 전에도 하숙집에서 지냈다고 했다.

최씨는 "하숙집은 원룸과 다르게 보증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한달에 1인실 43만~50만원, 2인실은 70만~75만원 정도"라며 "식사는 준비해놓은 음식을 직접 차려먹는 뷔페식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것과 같이 주인집 아주머니가 직접 챙겨주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인집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방학 때 집으로 내려가면 밥값을 제해주거나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계약금을 10만~20만원 정도 걸어두고 방을 아예 뺐다가 개학 전에 다시 계약하는 등의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성동규 기자
/사진=성동규 기자

셰어하우스 '머물공'에 거주중인 대학생 등이 거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성동규 기자
셰어하우스 '머물공'에 거주중인 대학생 등이 거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성동규 기자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 대안 찾아 나선 대학생들

이 일대에선 '하숙집'과 함께 '잠만 자는 방'이란 팻말을 쉽게 볼 수 있다. 잠만 자는 방은 공동거실과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개인별 방에서 사는 형태다. 고시텔이나 월방으로도 불리는데 보증금은 없고 월 15만~20만원 선이다.

방은 보통 책상 하나와 몸을 겨우 누일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전부다. 화장실과 주방 등은 8~12명이 함께 사용한다.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더 싼 방을 찾을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신촌 한 대학을 다닌다는 이남영씨(27)는 "1~2학년 때는 원룸에서 자취를 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결국 잠만 자는 방을 선택했다"며 "취업 준비로 학교와 학원 등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요즘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매에 꿈과 희망을 포기한 '7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절대로 꿈과 희망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꼭 취업에 성공해 다시 원룸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날 마포구 아현동에서 이씨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치솟는 주거비 부담을 해결하려는 대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인근 예대를 다니다 현재는 휴학 중이라는 박효주씨(25)는 동기와 함께 하나의 주거지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를 택했다. 외국에는 이미 보편화된 주거형태지만 우리나라에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점차 주목받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기본적으로 3개의 방이 있는 아파트(84~92㎡)에 8~12명이 함께 생활한다. 보증금 500만원과 월 50만원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입주민과 똑같이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쾌적한 편이다.

박씨는 "원룸이나 하숙과 비교해 보안이나 주거환경 등이 훨씬 좋다"면서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자주 느끼곤 했는데 셰어하우스에 들어온 이후 예전 혼자 살 때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씨는 "타인과의 공동생활이 항상 유쾌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타인과 자신의 다른 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의 성향과 생활방식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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