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 미분양아파트 ‘땡처리’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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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금리인상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자 건설사들이 속속 할인 분양에 나서는 추세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유동성 문제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어 할인분양이 불가피하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 사실상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하지만 애초 제값을 주고 분양을 받은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갈등 역시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경기 용인시 성복지구의 한 사거리에 아파트 할인분양을 알리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스1
경기 용인시 성복지구의 한 사거리에 아파트 할인분양을 알리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스1
◆ 건설사들 미분양 털기 '안간힘'


이런 현상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경기 용인시에서 지난해 7월 공급된 '수지동천 더샵 파크사이드'는 분양가 대비 2500만~3000만원 할인에 들어갔고 '지석역 임광 그대가'는 일부 가구를 최대 50% 할인해준다.

인천에선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가 잔여가구를 대상으로 최초 분양가보다 14%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을 진행 중이며 최근 하남시에 공급된 '두산위브파크'는 175·195㎡를 최초 분양가에서 약 40% 할인된 가격(5억3000만~6억원)으로 공급해 분양을 완료하기도 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입주 후 미분양 물량 할인 사례도 많다. 2009년 입주한 '영종 자이'는 23∼25%를 할인해 준다. 2014년 입주한 '부천 아이파크 1단지'는 최대 37% 할인받을 수 있다. 지난해 입주한 '일산 덕이 아이파크'는 41.6%의 할인을 적용 중이다.

서울에도 할인분양 아파트들이 등장했다. 2014년 입주한 중구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최대 27% 할인 분양 중이며 2012년 입주한 마포 '메세나폴리스'는 중도금 45% 이자 지원과 3년 후 잔금 지급 조건으로 판촉을 진행 중이다.

더욱이 청약불패를 자랑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지난해 말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최근 다양한 추가 혜택을 제공하며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계약률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자 중도금을 무이자로 전환하는가 하면 발코니 무상 확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애초 중도금 무이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최근 현관 중문과 오븐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부담을 줄이려는 사업의 특성상 분양가 자체를 낮추기보다는 통상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전기오븐레인지,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형태의 할인분양을 진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혜택들을 모두 더하면 3000만~7000만원 정도를 할인한 것과 비슷하다"며 "올해 분양 경기가 불투명하다 보니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낀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건설사vs수분양자 극한대립 불가피

문제는 할인분양을 둘러싼 건설사와 수분양자 간 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점이다. 2014년 6월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에 입주한 정모씨가 할인분양에 항의하다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씨는 미분양된 약 800가구가 기존 분양가보다 20∼30% 할인분양되자 이에 반발, 할인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의 이사를 저지하다 분신을 기도했다. 2013년 9월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플러스'는 입주 2개월 만에 미분양분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3.3㎡당 1003만원 이었던 분양가는 71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아파트 가치하락을 우려한 기존 입주자들은 철조망 등으로 출입구를 봉쇄, 할인분양자들의 입주를 막아서기도 했다. 이런 다툼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할인분양이 이뤄지는 곳에서는 빈번히 발생했다.

할인분양으로 불거진 갈등은 건설사와 기존 입주민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이웃 공동체마저 산산조각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분양가 책정이나 변경은 원칙적으로 건설사의 재량이라며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수년간 할인분양 피해 소송도 잇따랐으나 그동안의 법원 판례를 보면 "미분양 물량이 많아 판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매매대금, 지급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하는 것은 건설사의 계약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며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는 게 고작이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주민과 건설사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할인율 제한은 어려워 보이나 건설사가 할인분양에 나서기 전 수분양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한다거나 할인분양 가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분양전환형' 전세를 적극 활용하게 하는 등 정부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선분양제도는 공급자들만이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이들은 이를 악용해 가격을 부풀리고 불리한 매매조건을 강제한다"면서 "분양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집이 보유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할인분양에 따른 건설사와 수분양자 간 갈등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사가 분양가의 원가를 공개한다면 할인분양은 물론 고분양가 논란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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