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하기] 지푸라기조차 없는 ‘월세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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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됐지만 정부 대책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애초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은 만큼 실효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날선 비판을 퍼붓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년 주택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전국의 월세 비중은 44.2%로 아파트가 38.7%, 다세대·다가구는 48.8%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주택 평균 월세(한국감정원 집계)는 56만원, 서울은 81만원에 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전세보증금 투자풀'을 두고서도 회의론이 비등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슈 더하기] 지푸라기조차 없는 ‘월세난민’

◆ 주거안정 월세대출 '있으나 마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거안정 월세대출' 이용자는 지난해 총 243명, 대출액은 16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2014년 '10·30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대책'에서 시범사업으로 500억원(최대 7000명)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이용자는 예상치의 3.47% 수준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월 출시한 주거안정 월세대출은 전용 85㎡ 이하, 보증금 1억원 이하, 월세 60만원 이하인 세입자가 대상이다. 취업준비생, 근로장려세제(EITC) 가입자, 기초생활수급자 중 희망키움통장 가입자에게 가구당 720만원 한도에서 2년치 월세를 연 1.5%의 저리로 매달 최대 30만원씩 빌려주는 상품이다.

앞서 국민, 신한 등 7개 시중은행이 2013년 4월 출시한 월세대출도 초라한 실적을 냈다. 출시 첫해 13건, 2014년 16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월세대출건수는 11건으로 대출잔액은 9000만원에 불과했다. 건당 대출금액은 8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연 2%대 초저금리로 대출해줘 월세 인상에 부담을 느낀 주거 취약계층의 신청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적은 저조하기만 했다.

출시 초기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보금자리론·디딤돌 대출 등 다른 정책 기금을 활용한 서민 주거 안정 대출상품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도 월세대출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지원 대상을 취업준비생,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근로장려금 수급자 등으로 한정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 당시 "저소득층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대상의 월세대출 실적이 없는 것은 결국 보여주기 상품을 만든 것"이라며 "제도 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 월세대책 손질 나섰지만…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맞춤형 서민주거비 지원 강화의 하나로 월세대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저출산·고령화 대책 당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올해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월세대출 지원대상을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대출한도는 월 30만원(총 720만원)에서 40만원(960만원)으로 확대했다. 취급은행도 우리은행 1곳에서 기금취급은행 6곳(우리은행·기업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으로 늘어났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을 맡겨 받는 배당금으로 월세를 내도록 하는 '전세금 운용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전세보증금 투자풀'의 세부 조성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전세로 살던 A씨가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바꾸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이를 공적 금융기관이 A씨 같은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위탁받아 모(母)펀드인 '투자풀'을 조성한 뒤 이를 다시 민간 금융기관에 분산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을 다시 배당하는 식이다.

이렇게 전세금 운용기금에서 생긴 배당 수익으로 월세를 충당하고 부족할 경우 기금에 맡긴 돈을 담보로 월세대출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추정치 등을 조합했을 때 300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정부의 월세 정책은 더 많은 빚을 내라는 말"이라며 "월세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결국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월세대출 대상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주택바우처를 늘려야 한다"면서 "구시대 수준에 머무른 정부의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과거와 같이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서민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해답"이라며 "경영효율화를 핑계로 비정규직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 서민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중심 경제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서민 주거안정의 초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투자풀'에 대해 "전세시장의 특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는 이른바 '반전세'가 많다. 전셋값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해 그만큼의 월세를 내기로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고 해도 남는 보증금이 얼마 없다는 의미인 동시에 금융위의 바람대로 세입자가 '투자풀'에 많은 돈을 넣을 정도로 보증금을 줄이면 반대로 월세는 턱없이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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