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현장" 외치는 저축은행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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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 1월 사전에 조율된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권 A저축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갑작스런 회장 방문에 저축은행 지점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이 회장은 직원들을 다독이며 잠깐이나마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또 지점 방문 기념으로 사비를 털어 지점 직원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 가운데 저축은행 지점을 깜빡 방문하고 사비로 금일봉까지 건넨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2 ‘22일’. 이 회장이 취임 후 한달 동안 저축은행 현장을 방문한 기간이다. 평소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이 이곳 저축은행업계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당연히 임직원들은 환영일색이다. 금융전문가이자 중앙회장으로서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 회장에 선임된 후 업계 풍경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너진 ‘신뢰’, 현장에서 다시 쌓다

이순우 회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소통을 중시하는 그답게 현장방문을 통해 저축은행 이미지 개선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취임한 이 회장은 한달 새 전국의 다양한 저축은행 관계자를 만났다. 저축은행 대표이사부터 영업점 창구직원까지 업계 사람을 고루 만나며 현장으로 스며들었다.

이 회장은 지난달 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6개 지부회의에 참여했고 주변지역의 영업점을 방문했다. 지부회의는 서울, 경기·인천, 경북·대구 등 각 지역별 저축은행 대표이사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기구다. 이 회장은 서울사무실에 앉아 지역 저축은행의 상황을 문서로 보고받는 것이 아닌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걸 택했다. 지부회의를 마친 뒤엔 사전예고 없이 저축은행 영업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사진 오른쪽 네 번째)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사진 오른쪽 다섯 번째)이 저축은행중앙회와 우리은행 간 포괄적 업무제휴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사진 오른쪽 네 번째)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사진 오른쪽 다섯 번째)이 저축은행중앙회와 우리은행 간 포괄적 업무제휴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이 회장이 현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실저축은행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되찾으려면 현장에 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대부업 사이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영업했지만 사실상 대부업과 동일선상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또 고객의 예금이 안전할까라는 의문도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같은 이미지 탓에 저축은행 이용을 주저하는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 회장이 중심이 돼 시중은행과 연계를 강화하고 고객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차근차근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회장 취임 후 저축은행의 달라진 풍경이다.

이 회장은 취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장을 역임할 때도 광고 대신 현장에 집중한 덕에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우리가 제대로 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유한 그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이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역임하던 시절에도 늘 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재래시장까지 수시로 방문했다. 2014년에는 200회 가까이 현장을 방문하며 1년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현장을 이해하는 데 할애했다.

나아가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고 반드시 처방전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에게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도 앞장섰다.

저축은행업계도 현장을 누비는 이 회장의 경영방식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 회장은 기존 관 출신 회장에 비해 훨씬 현장을 중요시하는데 저축은행으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라며 “현장직원을 만날 때도 소탈하고 전혀 벽이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뱅크’ 또 일냈다

물론 실무적인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평소 ‘아이디어뱅크’로 불렸다.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한 인물로 유명하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우리은행의 포괄적 업무제휴(MOU)도 이 회장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저축은행과 우리은행 간 연계영업 활성화를 위해 체결한 이 MOU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시장 확대방안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은행을 거래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고객 중 대출연장이 어렵거나 추가대출 등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저축은행이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긴다.

여기에 우리은행의 ISA(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를 통해 저축은행 예·적금 가입도 가능케 할 계획이다. 고객 접근성을 높여 상대적으로 영업망이 부족한 저축은행의 취약점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우리은행과의 업무협약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스스로 고객을 찾는 일은 힘들기 때문에 은행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이번 업무제휴가 상당히 도움될 것”이라며 “은행과의 연계를 강화하면 저축은행 이용고객이 더 건전해질 수 있고 그만큼 연체율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이순우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행장 출신으로서 노하우가 있고 평소 현장을 중시하듯 업무협약 또한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겼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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