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 금리 ‘긍정과 부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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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마이너스금리 카드를 빼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달 29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기관들이 일본은행에 예치한 자금 중 일부에 -0.1% 금리가 적용된다. 중앙은행에 여유자금을 예치하기보다는 대출 등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놔 우리나라에 미칠 파급효과가 만만찮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엇갈린다. 현재로선 자동차·기계·조선·철강업종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으나 다른 업종에선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국채 모집 중단한 일본… 추가 인하 시사

일본의 마이너스금리정책으로 자국 시장이 혼란스럽다. 일본 재무성은 오는 3월 개인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발행하던 10년 만기 ‘신형창구판매 국채’ 모집을 접었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바뀌면서 발행가가 액면가보다 높아 투자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재무성이 지난 2일 입찰한 10년 만기 국채 평균 낙찰 금리는 0.078%로 사상 최저치다.

일본은 하루 유통되는 국채의 70% 정도가 이미 마이너스금리다. 따라서 신형창구판매 국채 2년 만기와 5년 만기는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모집을 중단했다. 이번에 10년 만기 국채 판매까지 중단하면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 내 창구판매 국채 모집이 모두 사라졌다.

자산운용업계는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중장기 국채펀드와 MMF(머니마켓펀드)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일본은행 예치금에 따른 이자를 받았으나 앞으로 예치금 일부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 자산운용이 어려워진 것.

일본 다이와증권투자신탁은 마이너스금리정책이 발표되는 날 MMF 판매를 중단했다. 미쓰비시 UFJ 국제투자신탁은 지난 1일 중기 국채펀드와 미쓰비시 UFJ캐시펀드, 국제 MMF 등 중기국채펀드와 MMF 판매를 접었다. 미쓰이스미토모자산관리도 이날 미쓰이스미토모 MMF 등의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도쿄 은행 간 거래금리’(TIBOR)도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대기업 예금 계좌에 대한 수수료 도입을 검토 중이다. 리소나은행과 요코하마은행은 지난 1일 정기예금금리를 인하했다. 신세이은행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내렸다. 마이너스금리정책으로 대형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도쿄 도내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마이너스금리정책은 중앙은행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틀”이라며 “통화완화 수준을 제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리가 추가 인하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한국 수출경쟁력 타격… 자동차 선반영

일본의 마이너스금리정책은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끌어내릴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 문제는 원화도 엔화를 따라 약세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다만 원화의 약세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엔화보다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세계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환율여건이 악화되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이 부진해지고 경기회복도 둔화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실험적인 통화정책이 새로운 불확실성과 예기치 못한 세계경제 불안을 낳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가 우리나라의 자동차·기계·조선·철강업종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이들 업종이 타격을 입는다. 일본의 마이너스금리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수출경합을 벌이는 업종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자동차나 기계업종의 우려는 이미 주식시장에 선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구조적으로 엔화 약세 때문에 우리나라 해당 업종들이 영향을 받을지 여부가 불분명해졌다는 얘기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고 역사적으로 최하단 수준의 밸류에이션이기 때문에 악재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

김형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의 마이너스금리정책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심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한국 수출기업이 엔저 기간에 위협을 받아왔고 거기에 우리나라 증시도 반응하기 때문에 한가지 측면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채권시장에는 긍정적

일본의 마이너스금리정책이 반길 만한 일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이 아시아지역에 풀려 한국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나 기계 등의 업종에서 명암이 갈릴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호재”라며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조치가 아시아증시 전반적으로 약화될 수 있었던 엔케리 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자극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 채권시장은 호조세다. 한국 채권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국고채 30년 만기(국고02750-4412) 경쟁입찰에는 전체 2조5750억원이 응찰해 396.2%의 응찰률을 나타냈다. 낙찰금리도 2.060%로 전일 고시된 30년 만기 고시금리(2.063%)보다 0.003%포인트 더 낮았다. 3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가 연일 최저점을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채권의 강세전망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마이너스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공동락 코리아에셋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은행의 조치 이후 한국은행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주목한다”며 “한국은행이 올해 1∼2회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한국은행이 오는 3월 추가 완화정책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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