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줄게”… 부동산 불법거래 은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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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약·취득세 감면으로 특정층 유인, 불법 알면서도 ‘쉬쉬’

# 직장인 A씨는 혼자 살 만한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입할 계획이다. 거주 중인 서울 용산 인근지역이 개발로 월세가 치솟아 차라리 대출받아 오피스텔을 사서 이자를 내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비교한 후 한 공인중개사무소와 분양사무소를 방문했다. 두 곳에서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집값을 1000만원 깎아줄 테니 계약서상 금액을 높여 쓸 것을, 분양사무소에서는 취득세 300만원을 대신 내겠으니 지정해주는 층을 매입할 것을 제안했다.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머니위크 DB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머니위크 DB


◆불법거래 알지만… 매도인·매수인 ‘윈윈’

계약서상 매매금액을 실제보다 높여쓰는 업(Up)계약서는 당연히 ‘불법거래’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이를 자행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이 최근 몇년 사이 계속해서 침체됐기 때문이다. 당장 몇푼을 깎아주더라도 추가 계약 시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다. 

A씨가 매입하려 한 오피스텔 가격이 1억6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계약서상은 정상 금액을 기재하고 실제로는 1억5000만원으로 해주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1000만원을 손해 보지만 다음 계약이나 고시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아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매입자 입장에서도 집값 초과분에 따른 취득세 수십만원만 더 내면 1000만원 가까이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불법거래의 원인이 된다.

수도권의 한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계약서상 매매금액을 부풀려 쓰면 은행 대출한도를 높일 수 있는 점도 업계약서의 유인”이라며 “또 계약서상 가격이 높은 쪽이 차후 재매각할 때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 아래 업계약서 작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가의 경우 KB국민은행 공시시세가 인터넷으로 공개되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오피스텔, 원룸, 빌라 등은 정확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워 계약서 금액이 대출한도에 영향을 준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업계약 적발건수는 2010년 109건에서 2014년 366건으로 3.4배 증가했다. 과거 부동산시장이 활황이던 시기에는 집값을 낮춰 계약하고 세금을 줄이는 ‘다운계약’이 유행했지만 불법거래의 유형이 점차 변해가는 것이다.

세수 측면에서 볼 때 업계약은 취득세가 늘지만 차후 집을 매각할 경우 집값 상승분이 감소해 양도소득세가 줄어든다.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최근에는 투자 대신 주거 목적의 매매가 많기 때문에 세수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실제 적발되지 않는 업계약이 많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어명소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그간 탈세와 은행 대출금 증액을 목적으로 계약금액을 높여 신고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부동산 거래신고 제도가 적용되면 탈법적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머니위크 DB
/사진=머니위크 DB


이와 함께 국토부는 허위거래한 사실을 자진신고한 자에게 과태료 감면제도(리니언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계약 과정에서의 분쟁이나 불법거래에 대한 과태료 등 제재를 우려해 거래 일방이 자진신고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취득세 피하는 방법 갖가지… 적발은 어려워

위의 A씨 사례는 오피스텔 취득세와 관련, 정부의 세제혜택을 악용한 경우다. 실제로 하나의 건축물을 지으면서 일부 층은 아파트로 등록하되 일부 층은 오피스텔 용도로 변경, 투자유치 시 홍보로 활용하고 취득세를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층부터 10층까지는 아파트, 11~12층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등록하는 식이다.

매입하는 측에서는 아파트로 등록돼 있으면 향후 집값 상승의 호재를 기대할 수 있고 어린이집, 문화센터 등 편의시설 확보 면에서 유리하다. 주거용 오피스텔일 경우 건축주가 직접 임대사업을 등록해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취득세는 일반주택 매매 시 1~3%대이고 오피스텔은 4.6%에 이르지만 정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5년 이상 임대하는 사업자에게 감면해준다.

이런 오피스텔은 미끼상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오피스텔 분양가를 낮춰 손님을 끌고 실제로는 더 비싼 아파트층을 매매하도록 권유하는 식이다. 수도권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업무용지에 주택을 지으면서 건축법상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비싼 취득세를 대신 내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그룹 대표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하는 것으로 위장해 취득세를 감면받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조사해 환급한 세금을 다시 추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취득세를 아끼기 위해 오피스텔을 구입했다가 차후 손해 볼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아파트를 흉내 낸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세금뿐 아니라 관리비에서도 차이가 나는 만큼 구매 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령 오피스텔 형태의 공동주택을 아파트로 등록해도 주변 인프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관리비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오피스텔은 분양광고 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으로 같은 크기의 오피스텔을 살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아파트와 달리 발코니 등 서비스 면적이 없고 실사용 공간, 즉 전용률(계약면적 대비 전용면적)이 50%대로 좁다. 보통 아파트의 전용률은 75% 수준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오피스텔 특성상 업무용지인 경우가 많아 학교나 녹지,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관리비가 몇배 이상 비쌀 수 있어 장기간 거주하다가 취득세보다 더 내게 되는 결과가 생긴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축주들은 건축물을 지을 때 세금과 용적률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기 때문에 일일이 용도 변경의 목적을 조사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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