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억년의 풍광, 그림이 된 바다

송세진의 On the Road - 청간정·능파대·송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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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는 웬만한 세월도 명함을 못 내민다. 1억년의 풍화작용이 능파대를 만들었고, 송지호는 한때 바다와 이어져 있었다. 청간정은 수백년동안 선비들로부터 칭송받았다. 조상의 조상이 감탄했던 풍경 앞에서 지금의 감상을 더해 본다.

◆선비들이 사랑한 청간정


주차장에 내려 길을 따라 가면 노송 사이로 껑충 솟은 정자가 하나 있다. 청간정은 유난히 돌기둥이 높아 얼핏 봐도 위용이 느껴진다. 마루에 오르면 동해바다의 맑은 바닷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지만 바로 아래 쪽을 보면 아찔할 만큼 가파르다. 관동8경 중 하나라더니 예부터 사람들이 찾아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청간정에서 보이는 바다
청간정에서 보이는 바다


청간정은 조선중기부터 기록에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1520년 중수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1662년 보수하면서 옆으로 작은 누각을 지었고, 1844년에 고쳐 짓고, 1863년에 다시 지었다. 1884년 갑신정변 때 불에 타서 폐허가 돼 10여개의 돌기둥만 남았는데 1928년 현재 위치로 옮겨 중수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또 전화를 입었다.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이 정자를 보수하도록 지시했고 직접 현판을 썼다. 1980년에는 최규하 대통령의 지시로 정자를 보수하고 휴게소, 주차장 등을 갖췄다. 그러다 30여년이 또 흐른 2012년에 다시 고쳐 지었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증축되고 복원된 정자가 또 있을까 싶다.

문인과 예술인도 청간정의 매력에 빠져들곤 했다. 수많은 이가 이곳을 찾았고 시와 그림을 남겼다. 조선시대 정선의 '관동명승첩', 심동윤의 '백운화첩', 강세황의 '풍악장유첩', 작자미상의 '관동팔경도', 이식이 편찬한 '수성지', 송환기의 기행문인 '동유일기' 등이 있고 이식, 어우당 유몽인 등은 '청간정' 시를 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양사언, 정철, 숙종의 어제시, 전직 대통령(이승만, 최규하)도 글씨를 남겼다.

자료전시관에 들러 이런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청간정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물론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지필묵으로 표현된 청간정에는 빼놓지 않고 노송과 바다가 있다.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웠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이는 숲과 주변 마을을 그렸고, 어떤 이는 망망대해를, 어떤 이는 산을 뒤로 하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표현했다. 청간정이 일출 명소이자 낙조 명소이고 달 아래 풍경이 빼어나다는 것 또한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글동글 기묘한 능파대

문암2리항에는 희한한 방파제가 있다. 낚시꾼들이 바위 끝에 앉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흔히 아는 테트라포트 더미가 아니다. 동글동글 벌집처럼 생긴 암벽으로 기암괴석 해변에서 봤던 주상절리와는 또 다른 맛이다. ‘능파’ (凌波)는 ‘급류의 물결’ 또는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미인의 걸음걸이를 표현한 말인데 파도가 해안가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돌의 모양이 거칠지 않고 여성적이다. 게다가 1억년의 세월 동안 염분의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영겁을 마주한 듯 신비롭다.


능파대
능파대
문암해변
문암해변


바위 구멍 사이로 바다를 보고 있자니 물 속에 사람이 있다. 능파대 위에선 낚시를 하는데 물 속에도 해남, 일명 머구리가 있다. 문암천 하구가 만나는 곳이라 어패류가 풍부하고 바다 속 경관이 뛰어나 스쿠버다이버가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능파대 주변으로 산책로가 있어 해변의 경관을 눈 속에 담으며 문암 해수욕장 주변을 걸을 수 있다.

◆바다와 호수 아우르는 관망타워

송지호는 호수다. 물이 맑고 수심이 일정하다. 도미·전어와 같은 바다 물고기와 잉어 같은 민물고기가 함께 사는, 둘레 4㎞, 약 20만평의 호수다. 그런데 정작 호수보다는 송지호 해수욕장이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어 송지호의 ‘호’를 깜빡 잊을 때가 있다.

송지호와 해수욕장 사이에는 철새관망타워가 있다. 이 지역이 겨울 철새인 고니의 도래지여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 계절에 겨울 철새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관망타워에 올라 호수의 고즈넉한 전경과 바다의 시원함을 동시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송지호는 고니뿐 아니라 멸종 위기 1급에 해당하는 흰꼬리수리, 멸종 위기 2급인 말똥가리와 큰고니 독수리가 날아오고 가시고기가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생태환경을 2층 전시실에 실감나게 표현해 놓아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다.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면 한국으로 찾아오는 철새들의 고향을 표시한 지도가 있다. 지도를 살펴보면 가깝게는 중국, 러시아에서 저 멀리 콩고, 수단,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한국까지 날아온다. 길도 잃지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것이 여전히 미스터리다.


송지호 철새관망타워
송지호 철새관망타워


전망대에서 보면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저편에 왕곡마을도 보인다.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으로 한국전쟁 때도 폭격을 피했다는 이곳은 북부지방의 독특한 양식을 가진 전통 가옥들이 잘 보존돼 있다.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멀리서 보기만 해도 평온한 마을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바깥으로 나오면 송지호 둘레길로 향하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빛 좋은 따뜻한 날에 바다가 아닌 호숫가를 걸으며 고성의 청명한 공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송지호 해변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수심이 낮고 백사장이 깨끗해 여름이면 수십만명이 찾아오는 해수욕장이다. 바다 앞에는 동물이 길게 누운 듯한 죽도가 있어 단조로울 수 있는 해변에 변화를 준다. 모래는 희고 고운데 죽도는 화강암이다. 모래사장 바깥으로는 송림이 울창해 해수욕장이 갖춰야 할 좋은 조건은 다 가졌다. 여름에는 이곳이 인파로 까맣게 덮이지만 이 계절에는 그저 파랗고 하얀 색감과 파도 소리가 있을 뿐이다. 사실 낚시꾼들은 3~5월 도다리 철을 놓치지 않고 이곳에 찾아온다. 또 해안과 섬(죽도)이 비교적 가깝다 보니 이곳에서 카약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비교적 고요하다. 송지호 호수에서 초록을 만끽했다면 해수욕장에서는 강렬한 여름을 상상할 수 있겠다.

무엇이 됐든 안구 정화다. 가끔씩 강원도를 찾고 싶은 이유다.

[여행 정보]


청간정 가는 법
서울춘천고속도로 - 동홍천 IC교차로에서 ‘속초, 인제’ 방면으로 우측방향 - 설악로 - 철정터널 - 인제대교 - 인제터널 - 한계교차로에서 ‘간성(고성), 속초’ 방면으로 좌회전 - 미시령로 - 한계터널 - 용대터널 - 용대교차로에서 ‘속초, 미시령’ 방명으로 좌측방향 - 미시령요금소 - 원암2교차로에서 ‘고성(간성), 파인리즈리조트, 세계잼버리수련원, 아이파크콘도’ 방면으로 우측방향 - 고성대로 - 용원로 - 터널 - 고성대로 - 천진교차로에서 ‘통일전망대, 고성(간성)’ 방면으로 좌회전 - 동해대로

[대중교통]
간성시외버스터미널 - 1번 버스(속초, 간성)(신안리) 승차 - 청간리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청간정: 검색어 ‘청간정’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동해대로 5110
능파대: 검색어 ‘고성 문암해변’, ‘능파대’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송지호관망타워: 검색어 ‘관망타워’, ‘철새관망타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동해대로 6021

강원도고성군 관광
문의: 033-680-3677 / tour.goseong.org

청간정
문의: 033-680-3361
청간정자료전시관: 무료

송지호관망타워
문의: 033-680-3556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4시 40분
관람요금: 어른 1000원 / 청소년·군인·어린이 800원

※ 관동8경
대관령 동쪽이라 하여 관동, 즉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명승지 8곳을 말한다.
고성의 청간정, 강릉의 경포대, 고성의 삼일포, 삼척의 죽서루, 양양의 낙산사, 울진의 망양정, 통천의 총석정, 평해의 월송정인데 월송정 대신 흡곡의 시중대를 넣기도 한다.
현재 망양정과 월송정은 경북에 편입됐고 삼일포와 총석정은 북한지역에 있다.
전통의 명승지인 만큼 관동8경을 노래한 시와 전설이 많고 그 중 정철의 <관동별곡>이 유명하다.(출처: 두산백과)

음식
송지호막국수냉면: 현지인에게 인기 있는 소박한 막국수 집으로 송지호 캠핑장 근처에 있다. 동치미막국수, 편육이 맛있다.
막국수 6000 ~ 7000원 / 편육 1만5000원 ~ 2만원
033-631-0034 / 강원도 고성 동해대로 5866

숙박
송지호 오토캠핑장: 죽도가 보이는 송지호 해수욕장의 오토캠핑장으로 나무 그늘이 시원하고 90개의 사이트와 야외무대 등 시설을 갖춘 대규모 캠핑장이다. 뒤편으로는 통나무집도 10동 마련돼 있다.
예약문의: 033-681-5244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동해대로 6090
http://camping.goseong.org/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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