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은퇴 후 승마에 빠진 그녀들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 '펀'하게 사는 액티브 시니어 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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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바야흐로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다.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부동산과 금융으로 경제력을 축적한 베이비부머가 그 주역이다. <머니위크>는 액티브 시니어가 등장한 배경과 소비행태, 그리고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이를 겨냥한 기업마케팅 등을 살펴봤다.

# 지난 16일 아침. 현관을 나서던 조옥희씨(53)가 후다닥 집으로 되돌아갔다. 조씨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주방. 사과 1개와 당근 3개, 생밤 한 움큼을 가방에 챙겨 담았다. 누가 봐도 가볍게 먹을 아침을 챙겨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은 조씨를 위한 것이 아니다. 조씨가 아들이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는 승마용 말 ‘익스프레시보 4세’의 간식이다.

조씨가 처음 승마를 배우기 시작한 건 2005년이다. 말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점차 승마의 재미에 빠졌지만 바쁜 회사일정으로 주말에만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은퇴 후 그동안 아쉬웠던 마음을 봉인 해제하듯 조씨는 매일 용인 자택에서 남양주 청마승마클럽까지 150km를 왕복한다.

최근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패턴에 관심이 쏠린다. 그들은 자기만족과 질 높은 노후생활을 추구하며 취미생활에서도 남다른 점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조씨는 액티브 시니어의 ‘모범적인’ 사례다. 은퇴 후 개인 소유의 말을 직접 관리하며 제2의 인생에 박차를 가한 조씨를 <머니위크>가 동행 취재했다.


조옥희씨. /사진=임한별 기자
조옥희씨. /사진=임한별 기자

◆은퇴해도 외롭지 않은 이유, ‘익스’

조씨가 마구간으로 들어서며 “익스(익스프레시보의 애칭)야~”라고 크게 외치자 하얀색 말 한마리가 고개를 앞으로 쑥 내민다. 그러자 조씨는 “얘가 우리 아들”이라며 익스를 소개했다. 반갑다는 듯 익스도 묵직한 치아로 조씨의 외투를 가볍게 물고 흔들었다.

그는 “지금은 매일 승마클럽으로 출근해서 익스랑 노는 게 일”이라며 익스의 머리털을 빗어 준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30년간 근무하던 무역회사에서 퇴직해 완벽한 ‘자유의 몸’이 됐다. 항상 바쁜 회사생활로 주말에만 겨우 승마를 즐겼지만 이제는 매일 승마를 하며 여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조씨는 익스와 함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조씨가 즐기는 승마종목은 ‘마장마술’이다. 제자리 돌기, 옆으로 뛰기, 우아한 도약 등을 훈련하는 마장마술은 올림픽의 체조종목과 성격이 유사하다. 특히 경마나 장애물 넘기처럼 부상위험이 크지 않아 시니어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조씨는 승마를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현업에 있을 때는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골프를 자주 쳤는데 은퇴 후에는 그런 관계가 대부분 끊기더라고요. 대신 익스와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운동하고 교감하다 보면 정말 반려동물 이상으로 듬직할 때가 있어요.”


2시간 레슨을 마친 조씨와 익스는 다시 마구간으로 돌아왔다. 말과 사람 모두 거친 숨을 내쉬며 입김을 내뿜었다. 조씨가 습기 가득한 익스의 콧구멍을 시원하게 닦아 주니 킁킁거리며 코를 풀어댔다. 입가에 흐르는 침까지 말끔히 닦아준 뒤 조씨는 아침에 챙겨온 사과를 먹이며 “고생했어”를 반복했다.

조씨가 승마를 즐기며 매달 지출하는 비용은 대략 200만원. 클럽에 지불하는 익스의 관리비와 레슨비 외에도 기타 간식비용 등이 추가된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하고 싶은 취미를 하며 노후를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단, 승마클럽에서 말을 대여해 승마를 배운다면 한달에 60만~70만원이 소요된다.


박상단씨. /사진=임한별 기자
박상단씨. /사진=임한별 기자

◆승마로 사귄 친구, 쇼핑도 함께

조씨는 승마클럽에서 만난 친한 언니라며 기자에게 박상단씨(70)를 소개했다. 승마경력 30년이라는 박씨는 그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력이 넘쳤다.

두사람은 2013년 처음 만났다. 조씨가 지금의 청학승마클럽에 새로 오면서 서로 알게 됐다. 결정적으로 두사람이 가까워진 계기는 서로의 상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조씨가 은퇴를 기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면 박씨는 외아들을 독립시키면서 자신만의 삶을 되찾은 것.

박씨와 조씨의 대화는 익스와 ‘키스미’(박씨 소유의 말) 관련 이야기로 끝없이 이어졌다. 박씨는 “지인 중에는 이렇게 승마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죠. 나이를 먹어서 친구를 만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또 두사람은 한달에 한번씩 꼭 쇼핑데이를 갖는다. 다만 과거와 다른 쇼핑습관이 있다면 직장생활을 할 때처럼 신상품이나 고급스러운 정장·가방 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화점 대신 주로 아웃렛을 이용한다. 그들은 쇼핑데이의 마무리를 항상 승마용품점에서 한다.

“쇼핑하면서도 익스랑 키스미 생각이 자꾸 나니까 결국 승마용품점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영양제, 관절약 등 사고 싶은 게 수도 없이 많아요.(웃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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