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둘로 쪼개진' 노량진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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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외투 위에 '단결·투쟁'이 쓰인 빨간 조끼를 입고 있었다.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은 둘로 나뉘었다. 앞서 14일 신축건물이 문을 열고 16일 새벽 첫 경매가 시작됐지만 기존 상인 대다수가 입점을 거부하면서다. 상인의 80%는 옛 시장에 남아있다.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수산시장은 1971년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현 위치에 도매시장을 이전 설치하며 형성된 수산물 전문 시장이다. 정부 감독 아래에 있던 수산시장은 2002년 민영화 바람을 탔다. 입찰에는 약 35개의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정부는 농수산 유통의 공익성을 감안, 수협을 인수대상자로 선택했다.

2007년에는 전통시장의 현대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노량진수산시장도 해당됐다. 수협에서는 '현대화를 통한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오래된 건물의 안전성 위험을 고려해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라 밝혔다. 2년 뒤인 2009년 수협의 신관 설계 계획에 들어갔다. 수협과 상인들은 서로의 의견을 반영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신관. /자료사진=뉴시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신관. /자료사진=뉴시스

◆"장사만 하게 해달라"

신관은 휑했다. 몇 안되는 점포의 생선 비린내가 왁스 냄새를 지울 순 없었다. 2층 식당이 위치할 공간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옛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몇 점포가 신축 건물로 이전해 듬성듬성 빈 공간이 있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4m 폭의 메인 통로 양 옆을 지키고 있었다.

수산시장에서 25년간 장사한 이모씨(59·여)는 "우리야 왜 좋은 곳에 안가고 싶겠나"라고 운을 뗐다. 이씨는 "임대료가 올라 상인들이 안가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지만, 임대료는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단지 "장사만 하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옛 시장의 생선을 놓고 팔 수 있는 공간인 자판대는 약 2.4m이다. 1m의 공간이 더 남는다. 상인들은 이곳에 냉동고 등 각종 물품을 보관한다. 하지만 신축건물의 자판대는 1.9m에 불과하다. 물건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폭이 넓어졌다고 하나 옛 시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신관에서는 장사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바닷물을 공급하는 배수관도 문제다. 옛 시장의 배수관지 지름은 90mm정도다. 하루 장사를 마치고 물을 바꾸는데 30분가량이 걸린다. 그러나 신축 건물의 배수관은 가정용 호스다. 이씨는 "물을 공급하는 데 2시간이 소요된다"며 "안 그래도 잠잘 시간이 부족한데 장사를 어떻게 하란 소리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점포를 혼자 운영하는 상인은 새벽 2시반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한다.

이 외에도 바닷물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냉각기가 각 점포 상인 머리 위에 설치돼 있는 옛 시장과 달리, 신축건물은 멀게는 100m정도 떨어져 있다. 특히 여름에 보관 중인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 고기질이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하나다. 제대로 장사하게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장사가 안될 게 뻔한데 배 이상이 되는 임대료를 내고 거기(신축 건물) 가서 망하라는 거냐"라며 "자기네(수협)들 잇속만 챙기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노량진수산시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17일 오후 1층은 여전히 휑하다. /사진=머니위크
지난 14일 노량진수산시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17일 오후 1층은 여전히 휑하다. /사진=머니위크

지난 14일 노량진수산시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17일 오후 2층엔 여전히 공사중이다. /사진=머니위크
지난 14일 노량진수산시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17일 오후 2층엔 여전히 공사중이다. /사진=머니위크


◆'불공정 추첨' 의혹

수협중앙회는 옛 시장의 약 40%가 입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축 건물에의 입점을 거부하는 상인들로 구성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는 수협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연합회 소속 정모씨(43·남)는 "실제로 들어간 점포는 20%가 채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수산시장을 이루고 있는 점포의 종류는 크게 세 종류다. 살아있는 생선을 회 떠 만드는 '고급상회' 이른바 A급 점포, 그리고 냉동 고기와 어패류, 기타 생선을 파는 가게가 B급, C급 점포로 구성된다. 정씨는 "A급 점포로만 볼 때엔 40%정도 입점한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20%도 안된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신축 건물로 입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리 추첨에서의 불공정함을 들었다. 옛 시장은 3년에 한번씩 ‘공개추첨’을 한다. 확 트인 공간에서 경찰 입회 아래에 추첨을 하는 것이다. 상인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메인 통로에 자리한 A급 점포를 차지하면 3년간 이들의 장사는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정씨는 '추첨' 대신 '투표'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정씨는 "추첨은 공정하게 해야하지 않나"라며 반문했다. 그는 "1차로 추첨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수협에서 편법을 썼다. 1차에서 자리가 마음에 안드는 사람은 한 번 더 추첨을 하게 해줬다"라며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씨는 "추첨을 온라인으로도 했다"며 "투표를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18일 머니위크와의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온라인 추첨은) 옛 시장에 있던 상인들이 입점을 하려는 상인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들의 신변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추첨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인의 20%만 입점했다는 연합회 측의 주장에는 "거짓"이라면서도, 몇 명의 상인이 신축 건물로 이전했는지의 질문에는 "이전한 상인들이 해당 사항을 밝히기를 꺼려한다"며 답을 피했다.

기존 노량진수산시장 메인통로. 왼편은 새벽에 주로 일하는 도매점이, 오른편에는 소매점이 있다. /사진=머니위크
기존 노량진수산시장 메인통로. 왼편은 새벽에 주로 일하는 도매점이, 오른편에는 소매점이 있다. /사진=머니위크


◆우유부단 서울시

노량진수산시장 신축 건물로의 입점을 두고 수협과 상인들간의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존 상인들의 입점 거부로 신축 건물에서의 파행이 계속 되자 "새 건물 개장 이후 기존의 판매 공간은 임대 계약이 만료된 만큼 상인들이 무단 점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 법적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8일 머니위크와의 통화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개설은 시가 했지만 출자는 수협에서 해 법적으로 행정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 수협중앙회, 수협노량수산주식회사, 상인 등 4자대면회의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수산시장에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와 관련, 시 관계자는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30일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4만8233㎡를 활용해 한강-여의도-노량진수산시장-복합리조트로 이어지는 관광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옛 시장에서 10여년간 일해온 고씨(39·여)는 "우리를 용산참사처럼 내칠 생각이냐"며 "시는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대웅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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