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굴 위한 '산모교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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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누굴 위한 '산모교실'입니까
“산모교실에 당첨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임신 7개월 차. 임산부라면 누구나 경험한다는 산모교실에 처음 지원해 본 기자가 지난 2일 받은 당첨 메시지다. 산모교실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신과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강좌. 출산 후 필요한 모유수유 교육, 신생아 돌보기 교육 등이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주로 임산부를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이나 산부인과 문화센터에서 행사를 주최하는 데 거의 매달 강의가 열린다. 포털 사이트에 ‘4월 산모교실’이란 검색어를 입력하자 10여개의 산모교실이 소개될 정도다. 특히 강의의 질이 높거나 큰 경품이 걸린 행사일수록 임산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기자가 당첨된 W산모교실은 거기에 비하면 소규모에 속하는 산모교실 중 하나. 행사 진행 횟수도 5회로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행사 당일인 지난 5일. 기자가 강서구에 위치한 행사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행사 장소는 이미 100여명의 산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부 처음 순서는 '출산! 아는 게 힘이다'라는 주제의 강의. 강사는 전 대학병원 간호사였다. 해당 강사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건강한 임신과 출산, 육아를 위한 노력, 임신 초기·중기·후기 태아의 성장 등에 대한 강의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어 분만의 종류와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임신 초기, 각종 육아 책과 태아 다큐멘터리를 섭렵한 터여서 생소한 내용은 없었다. 이는 다른 산모들도 마찬가지. 한 산모는 “오히려 가임기 여성에게 적합한 강의”라며 “내용도 헐렁하고 전혀 새로운 게 없는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산모는 “강의 내용은 부실했지만 강사의 자연분만 경험담은 좋았다”며 “마지막에 보여준 출산동영상이 짧아서 아쉬웠는데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르포] 누굴 위한 '산모교실'입니까
그리고 이어진 휴식시간 30분. 단순 휴식시간이 아니었다. 입장할 때 받은 경품권 응모장에 홍보를 들었다는 도장 6개를 모두 받아야 경품 추첨에 응모할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 강의실 맞은편에는 보험사, 사진관, 카드사, 화장품업체, 분유업체, 유아용 책업체 등 6곳의 홍보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산모교실의 진짜 목적은 이 휴식시간이라는 생각이 스칠 때쯤, 각 부스에 도착하자마자 종이 한 장이 건네졌다. 신상정보 기입란이었다. 신상정보 기입 후 정보제공에 동의한다는 표시를 한 뒤 직원에게 주면 직원의 제품 설명이 이어지고 비로소 도장을 받을 수 있다.

한 화장품 업체 직원은 “천연 오일성분의 제품으로 튼살방지에 탁월하다”며 제품을 홍보했고, 사진관 업체 직원은 “예약금을 단 돈 1만원만 받고 있다. 오늘 예약하면 11자짜리 액자와 시계형 액자 등을 추가로 지급한다”며 당일예약을 권유하기도 했다.

30분동안 3개의 부스를 돌고 도장을 받았다. 한군데 더 들를 생각이었지만 수 십명의 산모들이 긴 줄을 만들어 놓은 탓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곧바로 2부 행사가 진행됐다. 2부는 ‘이야기가 있는 태교음악’. 태교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이나 배우자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임산부들은 이 시간을 가장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20~30분간 엽서에 편지를 쓰고 나면 지원자들이 나와 편지를 읽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임산부는 9개월 동안 고생한 남편에게, 또 다른 임산부는 친정 엄마에게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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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해진 분위기를 뒤로 하고 다시 돌아온 휴식시간 30분. 홍보부스는 나머지 도장을 받아 경품에 응모하려는 산모들로 술렁거렸다. 카드사 직원은 여러 유아용품을 전시해 두고 “오늘 카드를 만들면 선물을 골라갈 수 있다”고 카드 가입에 열을 올렸고, 가장 많은 직원이 참여한 한 보험회사 부스는 4~5명의 직원이 자리를 잡고 임산부와 1대1 상담을 이어갔다.

부스투어 중에 만난 한 산모는 “오기 전에 W산모교실 블로그 후기를 봤는데, 휴식이라 쓰고 부스투어라 읽는다고 하더라”며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엉성하게 만든 설문지 속에 신상을 파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6개 업체에 기자의 기본 신상을 공개한 뒤 받은 건 신생아용 양말 하나와 수두룩한 전단지…. 그리고 경품 응모에 참여할 수 있는 6개 도장이 찍힌 종이 한 장 이었다. 종이를 갖고 자리에 돌아가자 벌써 행사 마무리 단계. 시간은 4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경품추첨이 이어졌다. 햇빛가리개부터 두유, 화장품, 아기띠, 아기욕조, 유모차 등등 사회자 호명에 따라 당첨된 몇몇 산모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품행사를 끝으로 오후 5시, 산모교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다.

삼삼오오 모여서 퇴장하는 산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사에 대한 후기를 전하며 소란스러웠다. 이들은 “프로그램이 부실하니 이곳에서의 3시간이 헛되었다”는 평을 늘어놨다.

평소 산모교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산모는 “첫 애 때부터 산모교실을 자주 다녔는데, 그 때 만해도 규모도 크고 유익한 내용의 강의가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민간업체에서 주최하는 소규모 산모교실이 많아지고 점점 홍보성이 짙어지면서 임산부들의 신상을 얻기 위한 장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산모 역시 “막달인데도 시간을 내서 나왔는데 대단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실망이 크다”며 “경품보다 진짜 알찬 내용을 기대하고 왔는데 앞으로 산모교실에 다시는 안가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산모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임산부들을 모집하는 산모교실. 목적을 앞세워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배부른 임산부들과 열띤 홍보를 늘어놓느라 피로가 누적된 직원들. 이들 모두 표정이 밝아 보이지 만은 않던 시간이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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