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등 여행사 '면세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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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여행업체인 하나투어가 ‘신 성장통’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진출한 신사업에 적잖은 자금이 나가는 데다 본업인 여행업도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공들여 따낸 면세사업 역시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처지다. 

◆ 1년 새 주가 반토막… ‘면세점의 저주’

당장 1분기 실적전망부터 밝지 않다. 지난해 하나투어는 4594억원의 매출액과 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 11% 증가한 수치. 순이익은 3% 감소한 341억원에 그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한 편이지만 올해 1분기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나투어의 실적을 하향 전망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원인은 야심차게 추진한 면세사업에 물음표가 찍히면서다. 하나투어는 지분 76.8%를 출자해 자회사 SM면세점을 만들고 면세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데 이어 같은 해 7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도 획득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하나투어는 면세사업에 적잖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지난 2월 중순 가오픈 상태로 문을 연 뒤 이달 말 정식 오픈을 앞뒀지만 아직까지 입점 브랜드를 다 채우지 못한 상황. 이렇다 할 명품브랜드도 유치하지 못했다.


하나투어. /사진=뉴스1 허경기자
하나투어. /사진=뉴스1 허경기자

하루 매출 역시 당초 목표치인 10억원의 10분의1 수준인 1억~1억5000만원 대에 머문다. 경기 침체로 중국인관광객(유커)들의 소비가 주춤하는 데다 시내면세점이 늘어나면서 기업 간 면세경쟁이 치열해 진 탓이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이 이달 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할 경우 SM면세점의 실적개선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면세 특허권 선정 당시만 해도 여행이라는 본업과 면세점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컸지만 몇달 사이 그 기대는 수익성 우려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며 “면세 운영경험이 전무한 중견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하나투어 주가는 1년도 안돼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7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주당 20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하나투어 주가는 이달 들어 절반 이하 수준인 8만원 대로 내려앉았다.

목표치 하향조정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 하나투어는 올해 서울 시내 면세점 3500억원, 인천공항면세점 790억원 등 면세사업에서만 429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는 지난해 하나투어 전체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업 중에 안 되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최근 쏟아진 일련의 관심에 대해) 면세점과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실적 전망 등으로 이슈가 부각되고 부풀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면세점 하루 매출도 당초 발표했던 1억~1억5000만원에서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존의 면세점에 세운 목표치도 아직 하향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외부 변수에 취약한 여행업의 특성상 하나투어는 그동안 널뛰기 실적을 보여왔다”면서도 “신규 사업인 면세점의 경우 이곳의 실적이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하기까지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3인 대표 체제’ 걸림돌… 탈출구는 ‘글쎄’ 

해결책은 외형성장을 통한 사업다각화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하나투어가 여행업에 더해 지난 2012년 인사동 센터마크호텔을 시작으로 호텔사업에 진출, 면세업 특허권까지 따내며 차세대 성장동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해당 사업들은 본업과 비슷한 리스크를 가져 안정된 매출을 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내부 지배구조 특성상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하나투어의 지배구조는 박상환 회장과 권희석 부회장, 최현석 사장의 3인 체제로 이뤄져 있다. 이들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모두 합쳐도 17.82%에 불과하다. 2대주주는 국민연금(13.4%)이며 트러스톤자산운용(8.48%), 미래에셋자산운용(6.12%) 등 기관투자자들이 34.90%를 보유 중이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대형 투자를 받기엔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하나투어는 자회사를 만들고 그 회자에 투자유치를 하는 방식으로 신사업 구상을 짤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이 적은 3인의 대표체제로는 새로운 사업을 강행하거나 의견을 모으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도 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 대형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이 같은 우려에 “계획된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하나투어는 그동안 호텔, 문화공연, 면세점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에 투자를 해왔다”며 “면세점의 경우 초반 실적이 기대를 밑돌고 있지만 그랜드 오픈 이후엔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르포] ‘파리’ 날리는 SM면세점

/사진=김설아 기자
/사진=김설아 기자
“신규 면세점을 열었는데 파리만 날립니다. 브랜드들이 입점 협상을 하다가도 국내 면세점이 포화라는 이유로 갑자기 중단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권희석 SM면세점 회장이 지난 3월 중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한 말이다. 그로 부터 1개월여가 지난 지금 SM면세점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12일 오픈 2개월을 맞은 SM면세점을 찾았다.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이곳 지하 1층~지상 6층에 약 1만㎡ 규모로 조성된 SM면세점은 입구부터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몇몇 매장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화장품브랜드 매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중국인관광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실구매로 이어지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코치, 에트로, 비비안웨스트우드 등의 브랜드가 자리한 지하 1층의 럭셔리 부티크·명품 시계 매장을 비롯해 페라가모, 구찌, 톰포드 등의 브랜드들이 자리한 럭셔리 패션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지하 1층의 경우 단 한명의 손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마저도 입점이 100% 진행되지 않아 중간 부분이 하얀 가벽으로 막힌 상태였다.

매장 한 관계자는 “4월 말쯤 입점하는 것으로 안다”며, 방문객이 너무 없다는 기자의 질문에 “브랜드 입점이 모두 완료되면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을 아꼈다.

그나마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2층 수입화장품·향수 매장이었다. 하지만 토니모리, 바닐라코,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샵 등 저가 화장품 매장에만 몇몇 사람이 있을 뿐 고가 상품이 포진된 매장에는 한두명만 눈에 띌 뿐이었다. 저가 화장품 매장에서는 제품을 테스트해보거나 일부 구입해가는 사람도 보였다.

패션액세서리, 선글라스, 시계, 쥬얼리 매장으로 구성된 3층에는 구경하는 사람도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4층 식품·전자·패션잡화·주류 매장과 드라마 몰로 꾸며진 5층도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부터 카페가 마련된 6층까지 1시간여를 전부 둘러보는 동안 기자가 마주친 사람은 직원을 제외하고 50명 안팎. ‘파리’만 날린다던 권 대표의 하소연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셈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파리도 사람도 없는 참담한 상황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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