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우덕이'가 안성맞춤이네

송세진의 On the Road -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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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하면 '맞춤'이고 '바우덕이'다. 유기는 무엇이고 남사당패, 꼭두쇠, 바우덕이는 또 누구인지…. 이곳에선 아이에게 해줄 옛날이야기가 참 많다. 한바탕 놀이에서 호숫가 산책까지 알차게 즐겨보자.


안성 남사당 공연
안성 남사당 공연


◆슈퍼스타 바우덕이 

남사당 놀이는 고사로 시작한다.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가벼운 한마당이라 생각했지만 시작은 사뭇 진지하다. 어떤 관객은 고사상 앞에 나와 기도에 동참한다.

생각보다 공연이 길다. ‘덜미’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민속인형극이다. ‘버나’는 ‘흔한 접시 돌리기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와 수위를 높여 별의별 것을 다 돌린다. ‘살판’은 네명의 재주꾼이 두명씩 짝을 이뤄 경쟁하듯 재주를 넘는 놀이인데, ‘잘하면 살판, 못하면 죽을판’에서 이름이 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조심조심 줄타기 위에 재담을 얹은 ‘어름’, 탈춤놀이 ‘덧뵈기’,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풍물놀이’를 관람하고 있자니 왜 이 앞에 고사가 필요했는지 알 것 같다. 무엇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남사당패. 그들은 매일 사선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작은 아이조차도 환호와 박수를 받기 위해 3m가 넘는 곳에 올랐다. 어른 위에 어른, 어깨를 밟고 서서 그 위에 무동을 태운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면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위험한 재주를 넘고, 늘 낯선 동네에 들어가 밥을 얻어 먹어야 했다. 사람들을 모으고, 웃기고, 울리고, 뛰놀게 했지만 정작 천대받고 무시당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마을에 들어오는 날은 축제였다.


무동놀이
무동놀이


남사당패의 리더는 ‘꼭두쇠’라 한다. 하는 일도 험했고 멤버 하나하나가 기인인 남사당패 사람들이 평범할 리도 없다. 이런 조직을 컨트롤 하고이끌어 나가는 단장이자 ‘패거리’의 대표다. 그런데 안성남사당패에 여자 꼭두쇠가 나타났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었던 바우덕이는 5세에 안성남사당에 입단해 15살에 꼭두쇠가 됐다. 최초이자 최후, 유일한 여성 꼭두쇠였다. 2년 후 경복궁 중건에 골머리를 앓던 흥선대원군은 그렇게 잘한다는 바우덕이의 안성남사당패를 불러 일군들을 격려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바우덕이는 대원군의 눈에 쏙 들고 만다. 천민에게 정식 벼슬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정3품 상당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하사했다. 이것은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전천후 통행증이 됐다. 안성남사당패가 사당패 깃발을 앞세우고 가다 다른 사당패를 만나면 그들은 만장기를 숙여 안성남사당패에 예의를 표시했다고 한다. 바우덕이는 전국구 스타가 됐고 사람들은 안성남사당패가 나타나면 "바우덕이가 왔다!"고 했다. 그 이름 자체가 안성남사당패를 대신하는 이름이 된 것이다. 차츰 안성남사당패뿐 아니라 다른 남사당패를 말할 때도 ‘바우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러니까 현대의 호치키스, 스카치테이프, 햇반처럼 한 분야 전체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야기를 조금 알고 보니 흥겹기만 할 것 같은 공연에 처절함이 더해진다.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은 “아이고, 얼마나 연습을 했겠어” 하는 칭찬인지 걱정인지 모를 감탄사를 연발한다. 공연의 감동보다 더 깊어지는 것은 남길 것 없이 모든 것을 소진하고 간 바우덕이와 그녀의 후예들, 그들에 대한 감사함이다.

◆안성맞춤박물관

유기라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삼국시대에 청동 합금 기술이 발달했고, 유기의 주원료인 ‘청동’이 석기, 청동기, 철기 등 시대구분의 기준이 되지 않았는가. 

중국에서는 ‘신라동’이라 말할 정도로 신라의 유기를 인정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청동합금기술을 최고의 것으로 발전시킨 곳이 안성이다. ‘딱 맞는다’, ‘마침 딱 좋다’는 의미를 ‘안성맞춤’이라고 하는데 이 말 역시 안성의 유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 유기에 대해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안성맞춤박물관
안성맞춤박물관

1층에는 안성맞춤유기전시실과 향토자료실이 있다. 유기는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대량생산한 ‘장내기’ 유기와 사대부가로부터 주문생산한 ‘맞춤’ 유기가 있다. ‘안성맞춤’이란 말은 ‘맞춤’ 유기를 잘 만든 것에서 유래한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안성맛침’, ‘안성맞침’ 등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의 보다 정확한 쓰임새는 ‘소홀히 하던 물건이 갑자기 필요에 딱 맞을 때’ 하는 말이다. 그만큼 유기장인들이 솜씨가 좋고 성실했나 보다. 소비자의 갑작스러운 필요에 좋은 제품으로 호응했을테니 말이다.

2층은 농업역사실, 3층은 향토사료실로 구성됐다. 농업역사실에서는 안성 지역의 대표 농산물인 쌀, 포도, 한우, 배, 인삼 등을 재배한 지역의 특성과 모습을 볼 수 있고, 향토사료실에서는 안성이 3·1만세운동에서 열심을 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브와 풍뎅이

가족과 함께라면 조그만 체험농장에도 들러보자. 싱그러운 허브가 자라는 이 농장에는 염소, 공작, 고양이, 개, 고슴도치, 사슴벌레, 도마뱀, 풍뎅이 등이 함께 산다. 처음 ‘허브와 풍뎅이’라는 농장 이름을 들으면 둘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농장에 가보면 이 조합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알 것이다. 어른들은 허브를 따서 식초를 만들고 아이들은 풍뎅이를 마음껏 관찰하고, 살짝 손을 대어 보고, 염소에게 먹이도 주고, 고양이와 숨바꼭질을 한다.

허브밭에선 몸을 저절로 낮추게 된다. 대부분 키 작은 식물이라 손으로 잎을 비벼 시향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스스로 겸손한 자세를 만든다.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등 농장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이파리를 만져본다. 이 곳에 잠깐 동안만 세포 하나하나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허브와 풍뎅이
허브와 풍뎅이


농장 앞 용설호수는 또 하나의 축복이다. 호수를 따라 산책하기에도 좋은데 강태공들에겐 최고의 낚시터기도 하다.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가족이 함께 호숫가 캠핑을 즐겨봐도 좋겠다. 허브 농장에서 로즈마리 몇 잎을 따와 샐러드를 만들고 구워 먹고 밤에는 호수 위 별구경도 좋겠다. 고요한 밤이 되면 바우덕이 이야기를 해주고, 안성맞춤 퀴즈를 내며 다정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


[여행 정보]

안성맞춤랜드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안성IC에서 ‘안성, 평택’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출구 - 안성톨게이트 - 안성 IC 삼거리에서 ‘장호원, 안성’ 방면으로 우측 - 서동대로 - 모산2육교 - 대덕터널 - 단원고가도로 - 비봉터널 - 가사교차로에서 ‘장호원, 죽산, 안성, 안성시청’ 방면으로 우측 - 가사교차로에서 ‘원삼, 남사당전수관’ 방면으로 좌회전 - 보개원삼로, 가사교차로에서 우측 - 보개원삼로 - 남사당로

[대중교통]
안성종합버스터미널 - 보개농협, 가사동 정류장에서 15-1 승차 - 안성맞춤랜드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안성남사당공연장: 검색어 ‘안성맞춤랜드’ /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남사당로 196-31
안성맞춤박물관: 검색어 ‘안성맞춤박물관’ /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서동대로 4726-15
허브와풍뎅이: 검색어 ‘허브와 풍뎅이’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용설호수길 245-7

안성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
문의: 031-678-2518 / http://www.namsadangnori.or.kr

안성맞춤랜드
안성남사당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공연장 이외에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 사계절 썰매장, 오토캠핑장 등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매년 가을 바우덕이축제가 열린다.
문의: 031-678-2672 / http://asmcland.or.kr
안성남사당 상설공연: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 일요일 오후 2시
관람료: 일반 1만원 / 청소년, 군경, 경로, 장애인 등 5000원 / 어린이 2000원

안성맞춤박물관
문의: 031-676-4352 / http://www.anseong.go.kr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허브와 풍뎅이
문의: 031-676-6623/ http://www.herbbeetle.com
체험 및 농장이용: 토, 일, 공휴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 평일은 개인 및 단체 예약
체험비용: 곤충표본 만들기, 곤충 채집하기 등 1만원 / 허브식초 만들기 등 8000원
(체험은 예약 필수)

● 음식
도토리: 도토리 전문점으로 밥, 만두, 샐러드, 국수 등 거의 모든 요리에 도토리가 들어간다. 전문점인 만큼 도토리묵을 쑨 솜씨가 남다르다. 찰랑찰랑 쫀득거리는 맛이 일품이다.
묵밥 7000원 / 도토리만두국 7000원 / 묵무침 1만원 / 4인 코스 5만원
031-671-0511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16

● 숙박
모차호텔: 드라마, 잡지 등에 소개된 바 있는 부티크 호텔이다. 이동저수지 앞에 위치했고, 저수지 건너에 골프장이 있어 객실에서 보는 전경이 평화롭다.
031-673-2200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어진로 961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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