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성찬 푸드테크] 먹지마세요, 펀드에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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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된 신산업 ‘푸드테크’가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머니위크>는 국내 푸드테크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관련 기업의 투자현황도 알아봤다. 푸드테크 관련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도 소개한다.

1970년대 개발된 통일벼는 쌀 부족 문제를 극복한 녹색혁명의 주역이었다. 녹색혁명의 또 다른 주역은 비료와 농약. 이 둘은 밀, 쌀, 옥수수 등 농산물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며 크고 탐스러운 과일·채소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가축도 마찬가지다. 돼지를 감금틀(스톨)에 가둬 키우면 금방 살찌울 수 있다. 어미 돼지는 스톨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살고 새끼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꼬리와 송곳니를 잘라 배합사료를 먹여 하루 최고 900g씩 살을 찌우면 된다. 닭도 A4 용지만한 철창우리(배터리케이지)에 가둬놓고 키우면 공장에서 도축하기 좋은 크기로 자란다. 달걀 생산량도 높다. 농가에서는 이런 식으로 많은 고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과연 이렇게 생산된 음식을 먹고 싶었던 걸까. 생산량 증대가 농업기술의 최종목표인지 의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 ‘농사펀드’라는 개념을 도입한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다. 박 대표는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스마트팜 등 농업신사업 움직임에 소농민은 배제돼 근본적인 농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안전한 먹거리는 소농민들이 건강해야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료와 항생제로 범벅이 된 사료가 아닌 건강한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 작고 못생겼지만 싱싱한 채소·과일 농사에 투자하고 싶다면 농사펀드에 주목하자. 또 외롭게 친환경농법을 고수하며 농사를 짓는 농부라면 농사펀드의 문을 두드려보자. 


펀딩화면. /사진=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펀딩화면. /사진=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펀드로 농부투자자 모집

# 농사펀드 참여 농가 1호인 조관희씨(62)는 충남 부여에서 쌀농사를 짓는다. 조씨는 올해로 4년째 농사펀드에서 활동 중이다. 농사펀드를 통해 영농자금을 지원받아 완전 자연농법으로 친환경 쌀을 생산한다. 올해는 목표액을 300만원으로 정해 펀드를 모집, 6일 기준 총 254만5000원(85%)을 투자받았다. 조씨는 농사펀드 홈페이지에서 투자받은 금액으로 ▲친환경 육묘비 ▲우렁이농법을 위한 우렁이 구입 ▲수확한 벼의 도정비용 ▲리워드 포장 및 택배비용 등에 쓴다고 공개했다. 그는 10월 말~11월 초에 벼를 수확해 투자자들에게 11월8일쯤 배송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 4일 조씨의 친환경농법 벼농사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자신의 고래실논(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에 만든 논)에 초대해 손모내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농사펀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조씨의 고래실논 쌀을 비롯해 농부들의 무화학비료·무농약 재배 사과, 풀 먹고 자란 한우, 무항생제 삼겹살 등 각종 친환경농산물이 좌르르 펼쳐진다. 다른 농부들도 조씨처럼 홈페이지에 재배과정과 상품의 특징, 투자상환 계획 등을 상세히 공개한다.

농사펀드의 구조는 이렇다. 농사펀드에 입점한 농부가 쌀, 감자, 사과, 고기 등의 농산물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 전국 각지에 사는 사람들이 1만~30만원의 돈을 소농에게 투자한다. 이렇게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불특정 다수에게서 기금을 모으는 것)이 형성된다. 목표 펀딩이 성공하면 모아진 투자액은 소농에게 영농자금으로 지원된다.

이때 농사펀드는 총 펀딩금액의 7~10%를 수수료로 받는다. 즉, 농사펀드는 크라우드펀딩과 농산물 직거래를 합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소농은 대출 걱정 없이 정직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투자자들은 생산과정을 지켜보며 친환경농산물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7가지 기준 충족해야 농사펀드 입점

농사펀드에 입점하려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부 ▲흙에서 농사짓는 농부(양액재배, 식물공장 형태의 농사 제외) ▲친환경 농사로 차츰 전환할 의지가 있는 농부 ▲자연의 속도로 농사짓는 농부 ▲동물들이 자라는 환경을 관리하는 농부 ▲아이들에게 안전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농부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농부 등 7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후에도 농사펀드는 입점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우선 각 지역의 활동가, 단체, 대표농부를 ‘농사펀드 이장’으로 선발해 해당지역의 농부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관리한다. 예정하지 않고 농사현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약속했던 농사방법과 진행과정을 사전협의 없이 어기거나 속였을 경우 펀딩(투자)금액을 전액 회수하며 진행펀드의 취소와 함께 앞으로 3년 동안 농사펀드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밖에 펀딩(투자)의 결과물로 발송되는 농수축산물 중 일부를 공급전후 수거해 잔류농약, 중금속, 방사능, 항생제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품목과 검사결과는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농사펀드 개념. /사진=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농사펀드 개념. /사진=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리스크는 ‘자연재해’… 농부-투자자 ‘동업자 관계’

이처럼 농사펀드 측에서 나름대로 깐깐한 절차를 거쳐 농산물을 선정하지만 리스크는 존재한다. 증시상황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달라지는 일반펀드처럼 농사펀드도 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질 수 있다. 농사펀드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태풍, 가뭄, 병충해 등 자연재해다. 고라니, 멧돼지 등의 출몰도 여기에 속한다.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치면 농부는 이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농산물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펀딩에 참여한 농부와 투자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예상치 못한, 불가항력의 리스크까지 농부와 투자자가 함께 나누는 것’이 농사펀드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투자자는 농부와 함께 모든 생산과정을 공유하기에 농사를 망치더라도 기꺼이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농사펀드에서 농부와 투자자는 ‘갑을’ 관계가 아닌 ‘동업자 관계’인 셈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농산물가격의 45%가량이 중간유통비용인 점을 감안하면 농부와 직거래하는 구조의 농사펀드를 통해 농산물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앞으로 거래농가의 규모가 커지면 농사펀드 측은 자연재해 관련 보험을 개발해 이를 보완할 계획이다.



농사펀드에 투자하기

농사펀드 홈페이지 접속→회원 가입 또는 페이스북 계정 통해 로그인→원하는 펀드상품(농산물) 선택→해당상품을 수확할 농부의 계획 읽어보기→‘함께 농사짓기’ 클릭→필요한 양 선택 후 금액 투자→배송일까지 재배과정 지켜보기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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