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포커스] '아파트 벽간소음'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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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드르륵’, “여보! 빨래 좀 개요”, “응애응애!”…. 신혼집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하루 종일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 지경이다. 층간소음을 우려해 꼭대기층을 매입했는데 더 심한 벽간소음 탓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이 같은 벽간소음이 건설사의 무리한 공사진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줄이면서 적은 인부를 투입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공사를 완료해서라는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표준품셈 유명무실… 당국도 나 몰라라

공사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한 근로자 구모씨는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하니까 인부 한사람이 하루 동안 쌓는 벽돌 수가 1만3000장”이라며 “벽돌 사이 줄눈을 채우지 않고 무작정 쌓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벽간소음은 방문이나 창문 사이의 틈으로 이동하는데 이렇게 부실공사를 할 경우 벽돌 사이를 비집고 새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사현장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이렇게 작업량이 많은 것은 정부가 고시하는 ‘표준품셈’의 운영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표준품셈은 정부가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자재와 노무비, 장비비 등 1000개가 넘는 항목을 기준으로 정한다. 품셈이란 품이 드는 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즉 표준품셈에는 벽돌과 거푸집 등 자재를 만들고 운반하는 수량뿐 아니라 인부의 임금, 장비를 이용하는 비용 등이 포함된다. 정부가 표준품셈을 제시하면 발주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공사비를 산출하기 때문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표준품셈은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에 고시되며 통상 1년마다 조정된다. 문제는 표준품셈이 공사현장의 실질적인 작업량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발주기관이나 시공사는 표준품셈을 지키면 공사비가 과다 산정된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지자체는 표준품셈에 따른 공사비가 많이 든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진=머니위크DB
/사진=머니위크DB

이에 대해 정부는 공사현장의 환경이나 역량에 따라 작업량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김문성 국토교통부 기술기준과 사무관은 “표준품셈은 전반적인 평균값이고 작업 준비시간과 마무리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노련한 인부가 일을 더 할 수 있는 반면 서투르면 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표준품셈이 ‘20’이고 숙련된 인부가 ‘50’을 맡으면 일부는 이를 두고 노동착취라며 문제를 제기한다”며 “표준품셈 대비 2.5배 일한 게 사실이지만 개인과 현장의 차이일 뿐 이 기준을 꼭 지키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인부 한명이 거푸집을 제작하는 양이 과도하다며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방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은 “표준품셈은 일반적인 기준일 뿐이고 개인마다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품셈을 계산할 때 여러 현장을 가서 평균을 내기 때문에 현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안 지킨다고 제재하지 않을 뿐더러 발주기관이 운영상 공사비를 부당 감액하면 안된다는 규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머니위크DB
/사진=머니위크DB

◆무리한 공사로 부실건축물 ‘안전 우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문제가 제기된다. 공사현장 관리자들은 표준품셈을 초과하는 작업량을 요구하고 근로자들은 기준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정해진 임금만 받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적정임금을 못 받으면서 마지못해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사 품질관리의 권한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로 공사만 따내고 보자는 건설업계의 문화 탓에 초과노동이 방치되고 있다”며 “공사현장의 노동강도와 임금체불 문제는 법제화로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실공사는 벽간소음뿐 아니라 안전관리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아닌 소형 공동주택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은 콘크리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벽돌로 지은 뒤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 쉽게 구조를 변형시키는 수법을 쓴다. 가격을 내리거나 하나의 주택을 여러개로 분리하기 위해서다. 대형건설사들도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공동주택사업에 뛰어들어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실제 올해 1월 대구에서는 철거 중인 건물 바깥벽이 무너졌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오피스텔 구조물이 붕괴됐다. 2013~2014년에도 충남 아산과 제주에서 신축 중인 원룸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해진 공사기간을 맞추려다 보니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에서는 표준품셈에 따른 초과노동을 막기 위해 공사현장별로 작업의 강도를 맞추고 표준임금을 정하는 법안을 추진해왔다. 2012년 이미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설공사의 적정임금 등을 정부고시하도록 한 가칭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지만 4년째 계류 중이다.

한편 표준품셈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따라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사비 적산을 민간에 이양하고 전문적인 자격제도를 마련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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