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옥시 사태 '유탄'… '가습기 살인' 배후?

CEO In & Out / 신현우 불스원 부회장(전 옥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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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살릴 수 있어요?” 지난 2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련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긴급 기자회견장. 피해자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연단 위에 올라 오열하며 외친 말이다. 그의 떨리는 듯한 시선은 옥시의 한국법인장 아타 올라시드 샤프달 대표를 향해 있었다. 샤프달 대표는 이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며 피해 보상안으로 총 1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불거진 지 5년. 문제의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이 출시된 지 15년 만에 이뤄진 사과다. 그동안 해당 제품이 불러온 103명의 안타까운 죽음은 옥시 측의 침묵 속에 철저히 외면당해야 했다. 검찰은 뒤늦게 해당 사건을 주목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연관 사망자를 낸 옥시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 회사는 영국의 레킷벤키저가 한국의 옥시를 인수해 설립했다. 사태 책임론은 영국 본사와 현 대표에게 쏠린 모양새지만 검찰이 주목하는 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당시 옥시의 총책임자였던 신현우 전 대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피의자 조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 4월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한 신현우 불스원 부회장(전 옥시 대표)이 소환조사를 받으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피의자 조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 4월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한 신현우 불스원 부회장(전 옥시 대표)이 소환조사를 받으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신현우 불스원 부회장. ‘은둔의 CEO’로 알려진 그는 2005년까지 10년 넘게 옥시 대표를 지낸 뒤 2010년 불스원을 인수했다. 현재 잘 나가는 불스원을 이끌며 줄곧 샐러리맨 신화로 주목받아온 그지만 그 이면에 붙은 꼬리표는 ‘살인기업 옥시의 전 대표’다. 검찰은 지난달 말 그를 옥시 사태의 책임 인물로 보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 비용 줄이고 안심 광고 넣어 탄생한 ‘살인 살균제’ 

신 부회장은 옥시가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제조할 당시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세계 1위 영국계 세정제 회사인 레킷벤키저가 한국 동양화학그룹 계열사 옥시의 인수를 공식 마무리한 시점은 문제의 살균제가 개발된 뒤인 2001년 3월31일이다.

검찰이 최고경영자였던 그에게 주목한 사안은 크게 세 가지다. 그가 ▲독성 실험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는지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허위 광고를 했는지 ▲유해성을 알고서도 지속적으로 판매했는지 여부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옥시는 2000년 주성분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바꾼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하는 과정에서 독성학 분야 해외 저명학자에게 PHMG의 독성 검사를 의뢰했다. 이에 전문가는 “흡입 독성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서신을 접수받은 옥시 연구소 선임연구원 최모씨는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년 후인 2001년 해당 제품의 판매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부회장은 검찰조사에서 “독성실험 필요성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며 “흡입독성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제품이 인체에 큰 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당시 옥시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신 부회장이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유해성 실험을 생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옥시의 광고담당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그가 살균제 관련 광고 업무의 주요 과정을 보고받고 지시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2000년 10월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며 용기에 ‘살균 99.9% -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광고 문구를 넣은 바 있다.

신 부회장은 소환 조사 당시 “제품의 세부 광고문구 기획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고 사전에 유해성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실무진 진술과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신 부회장이 광고·마케팅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고 신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처음 시판 당시 책임자였던 신 부회장의 책임론을 크게 제기한다. 전 대표라는 그늘에 가려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빗겨간 모양새지만 당초 유해 가능성을 알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정황을 집중 수사하면 살인혐의 기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제공=불스원
/사진제공=불스원

◆ 불스원 뿌리도 옥시… 사건 이후 67억원 배당

현재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국내 1위 자동차용품브랜드 불스원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 부회장의 무책임한 결정이 피해자들의 끔찍한 죽음으로 드러날 무렵 그는 불스원 지분 42.93%를 인수하며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스원의 전신 역시 옥시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생활사업부였던 옥시는 1996년 자동차용품 전문회사인 상아&참을 인수, 연료첨가제인 불스원샷을 내놓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2001년엔 사명을 불스원으로 변경했고 같은해 옥시가 레킷벤키저에 팔리면서 독립했다.

불스원은 지난해 매출 106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의 실적을 낸 알짜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불스원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의 원인이라는 정부의 역학조사가 나온 2011년 이후 5년간 총 67억원을 배당했다. 불스원의 최대주주인 신 부회장이 이 기간 동안 챙긴 돈은 약 30억원에 달한다. 그는 또 2008년 신발멀티숍 슈마커도 인수했다. 슈마커는 현재 불스원이 지분 48.89%, 신 부회장이 38.16%를 각각 보유했다. 

불스원 관계자는 최근 논란에 대해 “옥시와는 뿌리를 찾자면 같지만 현재는 엄연히 다른 회사”라며 “가정용품을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을 아꼈다.

더 이상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신 부회장. 혹자는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한 회사의 오너에 오른 그의 경영능력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2013년 모교가 아닌 연세대에 6억원을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2년 척추성근위축증(온몸의 근육이 마르는 희귀 질환)을 앓으면서도 안구 마우스를 통해 연세대 특별전형에 합격,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아 ‘연세대 호킹’이라는 애칭을 가진 신형진씨가 바로 신 부회장의 아들이다. 그 역시 가정에서는 아픈 아들을 둔 아버지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인 역시 아픈 아들을 평생 뒷바라지 해오면서 사회적으로는 살인 제품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면서도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고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우 부회장은?
▶1948년생 ▶서울대(화학공학과 졸업) ▶1970년 동양화학공업(현OCI) 입사 ▶1991년 옥시 대표 ▶2005년 동양제철화학 부회장 ▶2010년 불스원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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