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도 다녀왔지만 이 일이 제 적성인 듯 해요"

[하이하이 커버스토리4] 플로리스트 이동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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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이동주씨
플로리스트 이동주씨

“남성용 슈팅게임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며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먼 그림을 그렸어요. 하루 종일 총, 피, 해골 같은 자극적인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내 안의 여성성이 소멸되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여성적인 취미생활을 찾았는데, 처음엔 플로리스트 이 일이 직업이 될지는 몰랐어요.”


이동주씨는 한국애니매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경 공예대학(애니메이션 전공)을 졸업한 후 게임회사에 취업했다. 2년여를 게임회사에서 온통 피로 물든 빨간색 모니터만 보며 관련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일이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아 ‘아 이건 아닌데…’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찾은 것이 꽃꽂이 수업이다.


처음엔 그저 취미활동이었다. 그런데, 직업으로 바뀌는 계기가 생겼다. “꽃꽂이 수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즐겁고 본업으로 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꽃을 가르쳐준 선생님과 함께일하게 되었어요.” 전업 초기엔 고민이 많았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고 그 계통에 성공하고 싶어 유학도 다녀왔다. 그런데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 좌절감이 컸다. ‘다른 회사는 좀 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회사 상황도 비슷했다. 가장 큰 고민이 ‘부모님이 딸래미 공부한다고 10여년 동안 뒷바라지 해주셨는데…’라는 생각에 죄송하고 허무했다.


"유학도 다녀왔지만 이 일이 제 적성인 듯 해요"

취미가 직업되는 과정은 ‘험난’


“이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로 3개월 정도는 내가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은 게 확실한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했던 것 같아요. 매일 출퇴근길에 사업구상을 했는데, 그것이 저를 두근거리게 했고 잘 할 수 있겠다 마음이 들어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처음에는 많이 놀라셔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씀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건 모두 해보라고 해주셔서 바로 퇴사준비를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 고민을 하고 부모님께 말을 한 것이 꽤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취미가 직업으로 전환되려면 생각보다 많은 과정들이 필요했다. 가장 큰 관문은 엄청난 종류의 꽃과 소재들의 이름을 외우고 각각의 활용법과 관리법을 익히는 일이었다.


“여기서 엄두를 못 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였는지, 그냥 외워지더라구요. 그리고 아무래도 플로리스트는 색감에 대한 감각이 필요한데 기존 이런 부분은 오히려 수월한편이었어요. 판매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어떤 꽃을 원하는지 캐치하는 능력도 필요하구요. 이건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꽃시장에서 어떤 소재들이 어떤 계절에 나오고 어떤 게 싱싱하고 좋은 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동주씨는 꽃이 들어오는 날(일주일 세 번)마다 새벽시장이 열리면 출근도장을 찍고 사입한 꽃들을 다듬고 새벽 4~5시 사이쯤에 잠을 잤다.


“주변에서는 못할 짓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러다 보니 친한 사장님들도 생기고 소재를 고르는 감각도 덩달아 익혀지더라구요. 현재는 꽃다발, 플라워박스 등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전국으로 배송하고 있어요.” 홍보는 주로 트위터를 이용했다. 판매의 90%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데, 예쁜 모양의 꽃다발 사진을 찍어 올리고, 고객이 요구하는 케릭터를 만들어주는 등 고객들의 요구를 세세하게 응대한 것이 주요했다.


"유학도 다녀왔지만 이 일이 제 적성인 듯 해요"

플로리스트는 좋은 일이지만 힘든 일


매출은 연 1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 수익은 회사를 다닐 때와 비교해 그렇게 크진 않지만, 일에 대한 만족감은 다르다. “아무래도 매일 싱싱한 계절 꽃들에 둘러싸여 일을 하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판매하다 보면 조금씩 남는 꽃이 생기는데 그럴 때는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어머니 눈길 가는 곳에 꽂아드려요. 꽃을 선물 받았을 때 퍼지는 미소를 보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도 처음에는 생화는 금방 시들어서 싫다고 하셨는데 막상 한두송이씩 장식해드리니 정말 좋아하시더라구요. 꽃이 주는 플러스 에너지와 함께 저도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 대해서 계속 배우게 돼요. 싫어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동주씨의 어릴 적 꿈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 그래서 최근 전에 했던 애니메이션 공부와 꽃을 연결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유튜브에 간단한 튜토리얼이나 꽃을 고르는 팁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올리는 작업을 추진했고 몇 개는 촬영과 편집도 끝나있는 상태예요. 꽃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컨텐츠를 제작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제작한다면 언제 어디선가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동주씨는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화려해 보이는 모습 뒤에는 힘든 부분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꽃을 꽂는 아름다운 모습은 플로리스트가 하는 일의 20~30%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힘든 육체노동이 생각보다 많은 직업이라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도 많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선택하려고 하신다면 꼭 내가 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서 틈틈이 꺼내보셨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직업이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청소년 여러분이 일을 하면서 ‘이게 아닐 수도 있다’라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그럴 경우 너무 크게 상심하지 말고 이것저것 부딪혀 보세요. 그럼 반드시 당신에게 맞는 일이 있을 겁니다. 대학이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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