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구조조정' 관전포인트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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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마련, 구조조정 범위, 실업 대책 등 '연착륙' 고심

정부 구조조정협의체가 경기민감업종으로 지목한 조선·해운업을 시작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막이 올랐다. 글로벌 업황 부진, 중국의 거센 도전, 방만경영 등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부실업종의 불부터 끈 뒤 다른 취약업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필요성 여부를 따져 추가로 실시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관건은 필요한 재원 마련 방법, 범위, 실업자 대책이다. 3대 쟁점이 어떻게 진행될지 살펴봤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추경 편성 vs 한은 발권력’ 팽팽

“공급과잉·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가 칼자루를 쥔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

하지만 그는 구조조정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도중 “채권단과 기업의 자율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는 구조조정이 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일단 부실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라는 ‘셀프 구조조정’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이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상기업의 존립과 경쟁력 강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 등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조정 재원은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관리부실 책임론 등이 불거지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추경 편성은 그만큼의 정부 재정적자를 의미하는 만큼 재정 건정성 악화로 연결된다. 

이에 정부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국가채무로 잡히지 않는 한국은행의 자금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기대 정부의 책임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양적완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통화량과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를 가진 한은이 시중에 통화를 직접 공급할 경우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부담과 함께 통화량 조정을 위한 통화안정증권 발행에 따른 부채도 추가로 짊어져야 한다. 
 
이미 초저금리 기조 유지를 위한 통화완화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푼 한은은 184조원가량의 통화안정증권 부채를 지고 있다. 여기에 5조~1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구조조정 재원만큼의 부채를 추가로 지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게다가 조선·해운업에 물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금이 이미 21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채권단으로서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일단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상황에서 또 다시 채권단이 관리에 실패할 경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될 우려도 있다. 

고심 끝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중앙은행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직접 출자보다는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대출이 원칙에 맞는다”고 정부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여기에 한은 노조도 성명을 통해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안은 부실기업의 도산을 막아주는 구제금융에 가깝다”며 “부실경영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이 총재에게 힘을 실어줬다. 

결국 정부는 ▲구조조정 집도의(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자본수혈 당사자(산은·수은) ▲비용 부담자(기재부·한은) 등 관계기관들이 모인 국책은행 자본확충 TF에서 논의를 거쳐 오는 6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겠며 한발 물러섰지만 곤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참여연대, 정의당 등은 지난 1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주장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정부·기업의 부실경영과 관리감독 실패로 야기된 구조조정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먼 양적완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사진=뉴시스DB
/사진=뉴시스DB

◆조선·해운은 시작에 불과

정부에 따르면 구조조정은 크게 세 갈래로 추진된다. 조선·해운업종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과 채권은행들은 주채무계열 기업에 대한 평가를 조속히 마친 뒤 신용위험성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업종과 같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오는 7월 대출 규모 500억원 이상 대기업 2000여곳에 대한 평가 결과가 먼저 공개되며 11월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도 공개된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법에 의거해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직업훈련 통한 재취업 유도

만성적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조선업은 사내 하청 등 ‘취약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이미 고강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6~9월에는 2만~3만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대규모 실업 대란이 예고된 가운데 조선 3사 노조에선 현재 사측이 진행 중인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 고발센터를 가동하며 사측의 퇴사 압박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인력 감축에 나설 경우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정리해고를 줄이고 실업자들이 새롭게 취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교육·보건의료 등 공공서비스 쪽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자들이 직업훈련 등을 거쳐 단기간 내 재취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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