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동양 인수, ‘철인의 뚝심’ 통했다

CEO In & Out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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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발판 마련, 경영권 확보 불협화음 최소화 과제

‘인수합병(M&A)의 귀재’,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CEO’. 재계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을 일컫는 별명이다. 지난해 1월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와 계열사 간 시너지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업무에 매진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유 회장의 별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게 또 다시 증명됐다. 유진그룹이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옛 동양그룹 지주사 ㈜동양의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지 4개월여 만에 독보적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동양 경영진과 경쟁사 삼표그룹의 견제를 뚫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제공=유진그룹
/사진제공=유진그룹

◆동양 인수, 9부 능선 넘었다

유진그룹의 지주사 격인 유진기업은 지난달 30일 동양의 2대 주주인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 10.03%를 972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거래가 마무리되면 유진그룹은 동양 지분 23.0%를 확보(유진기업 19.83%+유진투자증권 3.22%)한 1대 주주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된다. 삼표가 보유한 3.19%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1% 미만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동양은 사실상 유진의 품에 안기게 된 셈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9월 유진그룹이 동양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이후 파인트리자산운용이 곧바로 동양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지분 확보 경쟁에 가세했다. 당시 양사는 단순투자 목적 지분 취득이라 설명한 후 서서히 지분을 늘려나갔다. 지난 2월 동양의 회생절차 종결이 결정(법정관리 졸업)되자 양사는 동양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한 후 본격적 지분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 3월 동양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율을 13.02%(유진그룹), 10.03%(파인트리자산운용)까지 끌어올린 양사는 법정관리시절 임명된 현 동양 경영진에 자사 추천 이사 파견을 위해 손을 잡았지만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해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현 경영진의 반발과 3대 주주 삼표의 견제 속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양사는 주총 의결권 공동행사를 추진하며 2개월 뒤 정해진 가격으로 상대방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보유하도록 약속했다. 정기주총에서 패배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결국 이번에 유진그룹이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지분을 모두 흡수하며 동양 경영권 확보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선 유진그룹과 동양이 막강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 규모만 봐도 그렇다. 유진의 자산(1조4000억원)에 동양 자산(1조2000억원)이 더해지며 자산 규모가 2배가량 늘어난다. 또한 주력인 레미콘분야에서 업계 수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삼표를 제치고 단숨에 압도적 1위로 치고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동양그룹 시절 지주사 역할을 했던 동양은 레미콘사업을 중심으로 섬유, 플랜트, 건설 등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다. 동양그룹 해체 후 동양시멘트가 지난해 삼표그룹에 인수돼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동양그룹 시절 확보한 생산시설과 영업력은 관련 업체와 합쳐질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실제로 레미콘사업과 관련해 동양은 24개 공장을 보유 중이어서 유진기업의 29개 공장과 합쳐질 경우 전국적으로 53개 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유진기업 공장들은 수도권과 충청, 호남을 중심으로 분포된 반면 동양의 공장은 부산, 울산, 창원 등 영남권과 강원을 중심으로 위치해 겹치지 않고 전국적 영업망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유 회장 주도 아래 과거부터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금융 ▲증권 ▲보험 ▲방송 채널사업 ▲콘텐츠 제작 ▲복권 발행 및 판매 ▲주택 및 상가 임대업 등 다양한 신사업 도전에 지속적으로 나선 유진그룹에게 동양의 비레미콘분야 사업부문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진과 동양의 결합으로 양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동양의 가장 큰 사업부문인 레미콘은 생산공장과 영업망 등이 겹치는 경우가 없어 원재료 바잉파워와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섬유, 플랜트, 건설 등 기타 사업부문도 우리 입장에선 새롭게 생기는 것이어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지원을 늘릴 방침”이라며 “통상적 기업 결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조정 없이 양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느리게 확실히 경영권 확보

유진그룹의 남은 과제는 실제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기업결합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진그룹은 "서로 다르게 살던 두 식구가 한 식구로 합쳐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을 텐데 천천히 준비하라"는 유 회장의 뜻에 따라 현 동양 경영진을 존중하는 한편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비전을 착실하게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유진그룹이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책임경영 의지를 확실히 보인 만큼 반감을 갖고 있던 소액주주들도 입장을 바꿔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으로 기대된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큰 고비를 넘긴 것은 맞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며 “지속적인 지분 추가 매입과 함께 현 경영진을 존중하면서 천천히 경영권 확보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양시멘트 인수전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연거푸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유 회장. 그가 이번 딜로 명예회복과 함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유경선 회장 프로필
▶1955년생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1999년 드림씨티방송 회장 ▶2001년 유진종합개발 대표이사 회장 ▶2003년 아시아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3선 연임) ▶2004년~ 유진그룹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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