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선개발-후특허 위험해요"

People / 특허청 심사관 오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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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게 자신의 특허를 뺏겼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년새 이른바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글로벌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중소기업과 개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특허분쟁 공세를 펼치며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허청 심사관인 오성환 변호사(39)는 이에 대해 “수많은 중소·벤처기업과 개인발명가들이 특허에 대한 무지로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거나 곤경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는 특허와 관련해 거의 전 영역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전문가다. 로펌에 근무하며 특허분쟁을 맡았고 변리사로서 특허출원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특허청에서 특허심사와 특허법 개정업무까지 맡으며 특허출원부터 분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들의 고충을 몸소 느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특허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피해와 고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약간의 지식과 특허권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것들이지만 중소기업이나 일반인에게 이런 지식과 정보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최근 <실무에서 바로 쓰는 특허분쟁 지침서>를 출간한 이유다.

오성환 변호사. /사진=최윤신 기자
오성환 변호사. /사진=최윤신 기자

◆ 제품 개발과 특허보호 병행해야

오 변호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나 개인발명가들이 특허 출원과정에서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는 ‘특허 출원’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무의미한 특허를 취득하고 이 특허권이 자신의 기술이나 제품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특허 출원시 핵심은 ‘특허청구범위’(특허법 제97조)다. 이 부분이 특허권자가 가지는 독점·배타권의 범위를 결정한다. 변리사는 특허출원업무를 진행할 때 특허청구범위를 좁게 가져가려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출원인이 빠른 진행을 원하기 때문이다. 심사관의 입장에서도 특허청구범위가 좁을수록 특허를 내주기는 쉽다. 이 경우 그 특허는 무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오 변호사는 “특허청구항이 길수록 권리범위는 좁아진다”며 “청구항 한개가 한페이지 이상 될 경우 실질적으로 특허침해가 성립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어렵게 획득한 특허일수록 가치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특허청구범위가 넓어질수록 심사관은 더욱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출원인이 최대한 넓은 특허청구범위를 확보하려면 변리사와 함께 심사관을 설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특허청구범위를 무작정 넓히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권리범위가 넓은 특허는 특허침해기업이 제기하는 특허무효소송에서 오히려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특허맵을 구성해 전략적으로 특허를 준비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특허맵은 자신이 발명하려는 카테고리 내의 선행특허들을 조사해 자신이 취득할 수 있는 특허들에 대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하나의 특허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전히 보호하기 힘든 만큼 특허맵을 작성해 가능한 넓은 범위의 특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는 비단 특허취득을 통해 자신의 독점적 권리를 사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타업체의 특허들과 비교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허출원은 제품의 개발 및 연구와 병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중소·벤처기업과 발명가들은 비용상의 문제로, 혹은 지재권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특허출원을 뒤로 미루는 ‘선개발, 후특허’ 방식을 택한다”며 “지재권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개발과 동시에 특허출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자신의 연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외수출을 염두에 둔 제품이라면 해외특허 출원시기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 특허출원을 하고 12개월 내에 해외 특허 출원을 해야만 해외특허청에서도 국내 출원일을 기준으로 특허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국내 특허출원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나가거나 국내 특허등록이 이뤄지면 국내 특허출원 내용이 공개되므로 이후에 이뤄지는 해외 특허출원은 등록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 특허분쟁, 대응은 어떻게?

특허권과 관련해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특허분쟁’이다. 특히 최근 NPE들이 특허분쟁에 대비하지 않은 중소기업에 무차별적으로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전송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애태우는 경우가 많다.

오 변호사는 “특허침해 경고장을 받은 경우 보낸 측의 의도를 파악한 후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고장에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라이선스 수입을 얻기 위한 경고인지, 사업중지를 요구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만약 라이선스 수입을 얻기 위한 NPE의 경고장이라면 무조건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특허를 침해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경우 라이선스 수익을 위해 악의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경고장을 전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독점을 위해 기업체가 사업중단을 요구하는 경고장이라면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특허권자의 특허 권리범위 등을 확인하고 침해여부에 대해 외부 전문가로부터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 것이 좋다. 만일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면 무효 논리를 만들어 소송에 대비하고, 침해판단이 든다면 회피설계 등을 준비하는 방안이 있다.

오 변호사는 그럼에도 “특허권 분쟁에서 영세한 중소기업에 불리한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선 중소기업의 경우 소송이 장기화 될 경우 이를 감당할 비용이 없어 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소송이 두렵다보니 실질적 특허침해가 아닌 경우에도 반강제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피해사례도 많다.

다만 그는 “이런 생각들이 보편화되면서 최근 특허법에도 유의미한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래를 밝게 봤다. 이어 최근 개정된 특허법 132조(자료의 제출)의 예를 들며 “특허권자인 중소기업들이 침해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침해 회사의 비밀보장을 빌미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개정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최윤신 chldbstl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 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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