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상] 전방위 수사 '4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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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롯데그룹이 창사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횡령·배임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경영권 분쟁으로 ‘유통제국’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머니위크>는 롯데의 운명을 가를 검찰 수사 주요 쟁점과 판도라의 상자를 열 키맨들을 집중 조명했다.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창사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서 촉발된 검찰 수사가 그룹 전체로 확대되며 천문학적 규모의 횡령·배임·비자금 의혹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전방위적 검찰 수사와 동시에 진행 중인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유통제국’ 롯데가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롯데 운명을 좌우할 검찰 수사 쟁점을 모아봤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14일에는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곳과 협력업체 5곳 등 총 15곳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재무·회계 관련 주요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롯데그룹 비리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 이전 수개월간의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한 롯데의 횡령·배임·비자금 규모는 3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본사 압수수색. /사진=뉴스1 DB
롯데건설 본사 압수수색. /사진=뉴스1 DB

◆수상한 내부거래

검찰이 롯데그룹 본사와 다수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것은 내부거래에서 검은 돈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4일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 계열사는 모두 2008년 롯데 제주리조트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다.

검찰은 이들 계열사가 제주리조트 건설부지와 제주리조트 지분 등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방법으로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에 부당한 이익을 안겨준 것으로 의심한다.

‘가족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임대료 혜택 등으로 오너일가가 부당이익을 얻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히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인 BNF 통상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 서씨의 딸 신유미씨가 지분 대부분을 가진 유원실업 및 유기개발을 주목한다.

롯데그룹의 알짜회사인 롯데케미칼도 주요 수사 타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357억원으로 그룹 내 비중이 33.1%에 이른다. 당기순이익은 8703억원으로 과반이 넘는 51.4%의 비중을 차지한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재료값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원료수입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케미칼 원료 구입 과정에서 그룹으로부터 별도 자금 형성을 지시받은 적이 없고 우리 직원들도 그런 일을 실행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오너일가 뭉칫돈, 비자금 의심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인이었던 이모씨를 통해 신격호·신동빈 부자가 롯데 계열사로부터 매년 각각 100억원, 200억원씩 받아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그룹 측은 정상적 경영활동에 따른 급여나 배당금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비자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또한 호텔롯데 34층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보관됐다가 이씨의 처제집으로 옮겨진 현금 30억원을 찾아내 자금의 성격을 수사 중이다.

나아가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의혹도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MB정부 시절 중요한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 기간 40조원 규모의 자산이 83조원으로 2배 이상 커졌으며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허가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롯데그룹이 모종의 대가를 치르고 MB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영권 분쟁 재점화

검찰의 칼날이 신 회장을 겨누는 사이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는 듯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반격을 가하는 모양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현 경영진을 해임하고 자신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할 예정이다.

우호세력 확보를 위해 이미 일본으로 건너간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서의 검찰 수사 상황을 현지에 전하며 신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지난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액시올사와의 합작사업 기공식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경영권 분쟁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경영권 방어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 속도나 범위가 예사롭지 않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공영회 15.6% ▲오너일가 7.1% ▲임원지주회 6.7% ▲롯데재단 0.2% 등으로 구성됐다.

광윤사 주식 50%+1주를 보유한 신 전 부회장이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얻으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과반을 훌쩍 넘어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한국롯데의 다양한 비리 행위가 드러나면 종업원지주회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롯데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무더기 입건 예고

롯데그룹의 조직적 증거인멸도 지켜볼 대목이다. 6월 초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리 대표에게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15억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을 당시 광범위한 자료 파기가 이뤄진 게 확인됐다.

롯데그룹 계열사 1, 2차 압수수색을 앞두고는 사무실 책상 서랍과 금고를 비우고 차량까지 동원해 각종 서류와 문서를 빼돌리는 행위가 이뤄졌다. 특히 롯데건설은 컴퓨터 자료 파기를 위해 디가우징보다 더 진화한 전문 삭제프로그램(WPM)을 사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적발됐다.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과정에서 다수의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한 만큼 혐의가 확인되는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 수사는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이뤄져 증거인멸 수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며 “롯데그룹 수사는 우선 순위가 바뀔 수 있어 추후 필요한 상황이 되면 (증거인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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