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생존법] '양극화·불확실성'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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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시대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1.25%로 뚝 떨어졌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예견된 정책이다. ‘깜짝 금리인하’라는 분석이 많지만 올해 상·하반기 중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쏟아졌다. 그 결과 금리인하정책으로 시장이 받은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러나 초저금리시대는 금융환경을 조금씩 바꿨다. 첫째, 금융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변했다. 금리가 낮은 예·적금보다 채권 등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에 돈이 몰린 것. 둘째, 금융회사의 경영전략이 변경됐다. 탈예·적금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은행은 IT와 협업을 통해 예금고객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다른 한편으론 예·적금 가입 유치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방카슈랑스 등 투자가 가능하거나 중장기적으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파는 데 더 열을 올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현금 늘거나 부채 늘거나 ‘금융 양극화’

또 다른 현상으로 금융 양극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빚이 늘기 마련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자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급증한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한달 동안 3조5000억원 늘었다. 월별 증가액으로 사상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현상은 이유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부동산 수요증가다. 초저금리가 되면 이를 활용해 내집을 장만하거나 가정에서의 독립, 현재 사는 곳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낮은 금리로 쾌적한 집을 찾는 수요층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누구는 빚이 늘고 누구는 현금이 증가한다. 즉 집을 매매할 경우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는데 파는 사람은 현금이 늘고 사는 사람은 금융부채가 증가한다. 집을 새로 장만하거나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층이 늘면 마찬가지로 누구는 빚을, 누구는 현금을 더 쥐게 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가 내려갈수록 빚이 늘거나 반대로 현금을 보유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를 금융 양극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빚더미에 앉은 사람이 채무불이행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라지는 금융규제… 비과세혜택 다양화

금융규제도 완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올해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과 ISA 등 금융규제를 완화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게 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가능하도록 금융규제문을 개방했다. 저금리 기조가 아니었다면 쉽게 결정하기 힘든 정책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금리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언제 다시 규제가 강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도 속속 출시됐다. 초저금리시대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채권 등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반면 은행은 수익성이 줄고 고객유치에 애를 먹게 된다. 대출이자로 수익을 챙기는 이른바 예대마진이 쪼그라들면서 은행권 수익성은 초비상상태다. 정부는 이 현상에 따라 세제혜택이라는 미끼로 은행 등 금융회사가 고객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올해 출시된 ▲ISA ▲과세특례 해외펀드 ▲비과세종합저축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장기로 투자할 수 있는 저축성보험(10년 이상 유지)도 지난해 9월 세액공제 한도를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초저금리에 따라 절세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며 “투자가능한 환경이 마련돼야 돈이 돌고 내수가 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인기 떨어지는 원금보장형 금융상품

금융상품도 인기가 엇갈린다. 기준금리가 떨어질수록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은 인기가 시들고 부동산이나 채권·주식 등 중위험 혹은 고위험 투자시장에 돈이 몰린다. 예·적금에 현금을 맡겨봐야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계산하면 실질적으로 떨어지는 이자수익은 마이너스에 불과하다.

제로금리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도 예금보다는 채권이나 주식에 돈이 몰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채택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갈 수 있다. 만약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제로금리로 간다면 탈예·적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시중은행이 통신사·저축은행과 연계하거나 스포츠마케팅과 연계해 예·적금에 우대금리를 주는 것도 이탈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사실 원금보장형 상품의 매력은 이제 떨어졌다”며 “과거의 틀을 벗고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팀장은 이어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번도 겪지 못한 초저금리, 불확실성 ‘상존’

이처럼 초저금리는 누구에겐 기회, 누구에겐 위기로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지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예측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융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불거졌다. 가계부채가 버블로 이어졌고 부채규모가 한계에 이르면서 터진 악재다. 우리나라 역시 나름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추세다.

더구나 기준금리 연 1.25%는 우리가 그동안 한번도 겪지 못한 금리수준이다. 언제든 이상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완중 수석위원은 “앞으로 한차례 정도 더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언제든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이상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미래 불확실성을 점검해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성승제 bank@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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