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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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지역인 일명 ‘옥바라지 골목’. 이곳은 현재 존치 여부를 놓고 이해관계자들끼리 대립하고 있다.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는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독립운동가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위해 묵었던 여관골목이 있는 이 지역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개발조합 측은 역사적 근거가 없다며 계획대로 철거가 진행돼야 한다고 맞선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원만한 사업 진행을 바라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 보존가치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역시 엇갈린다.


옥바라지 골목을 감싸고 있는 공사용 가림막. /사진=김창성 기자
옥바라지 골목을 감싸고 있는 공사용 가림막. /사진=김창성 기자

◆도심 위 작은섬 ‘옥바라지 골목’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 옆 좁은 인도에 길이 약 200m, 높이 10m의 공사장 가림막이 쳐져 있다. 가림막 앞 어른 두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2.5m 남짓한 좁은 인도에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작은 천막이 있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곧 장마도 다가오지만 천막을 지키는 사람들은 요지부동이다. 무악2구역에 자리한 ‘옥바라지 골목’을 지키는 대책위 사람들의 풍경이다.

천막을 지키는 사람 중에는 일본인 후지이 다케시도 있다. 옥바라지 골목 보존에 앞장서는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인 그는 현재 옥바라지 골목의 쟁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이곳에 대해 얼마나 아시죠?”라고 반문하며 “현재는 서울시가 제시할 대책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이곳은 반드시 보존돼야 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주민 생존권을 묵살하고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무분별한 재개발이 이뤄져선 안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달 넘게 천막을 치고 이곳을 지키느라 지쳐 보였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곳은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이 서린 서대문형무소 건너편에 자리했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돼 고문당하던 독립운동가들의 옥바라지를 했던 가족들이 묵은 역사적인 현장이라는 것이 옥바라지 골목을 지키는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 회원이자 이곳에서만 38년을 거주한 주민 최은아씨는 “대책위가 준비한 PPT자료를 들고 이달 초 박원순 시장을 찾아가 왜 이 골목이 존치돼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거주민 안전과 역사적 가치를 짓밟는 무조건적인 철거는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5월 강제 철거가 진행된 옥바라지 골목은 대책위가 말하는 역사적 가치가 많이 훼손된 상태다.

◆강제 철거에 맞선 보존 당위성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월17일 강제 철거가 진행되던 ‘옥바라지 골목’을 찾아 “손해 배상을 당하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를 막겠다”며 철거 중단을 명령했다. 재개발조합 측은 명도소송에서 이겨 적법절차에 따라 이 지역 강제 철거를 진행했지만 박 시장의 말 한마디에 재개발사업 자체가 무기한 중단됐다.

대책위는 박 시장의 공사 중단 명령을 환영하면서도 그동안 서울시 내부에서도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었던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짚었다. 최근 거주민 최씨를 비롯한 대책위가 박 시장 면담을 위해 PPT자료를 들고 시청을 찾았을 때 그동안 대책위가 서울시 재생협력과에 수차례 전달한 도시재생안을 박 시장은 몰랐던 것.

최씨는 “이곳에 들어설 아파트는 인도로부터 14m 뒤로 밀려 지어지는데 그곳에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옥바라지 골목 흔적을 그대로 살리고 거주민 주거도 보장해달라는 도시재생안을 수차례 시청 재생협력과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지난 6월 초 박 시장과의 면담에서 이 내용을 PPT로 설명하자 박 시장은 그동안 이 내용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582 옥바라지 골목 철거를 반대하는 대책위 천막. /사진=김창성 기자
582 옥바라지 골목 철거를 반대하는 대책위 천막. /사진=김창성 기자


최씨는 재개발 인허가권을 쥔 종로구청의 행태도 비판했다. 최씨에 따르면 종로구는 그동안 옥바라지 골목을 관광명소로 지정했다. 지난해까지는 종로구가 설치한 ‘동네골목길 관광 제6코스’라는 안내판도 있었다. 하지만 종로구는 재개발이 구체화되자 안내판을 철거했다.

그는 “그동안 종로구에서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적 가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다 재개발이 진행되자 자진 철거했다”며 “현재는 대립 국면인 이곳 상황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고 씁쓸해했다.

◆역사가치 두고 ‘설왕설래’

대책위는 박 시장과의 면담에서 제안한 도시재생안에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적 가치를 증명하는 분명한 근거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합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사업 추진을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며 대립 중이지만 서울시와 종로구는 해결책 제시에 미온적이다. 재개발 진행에 법적 하자는 없지만 치욕적인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서린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대책위 주장에 강제 철거를 중단한 채 한발 물러선 상황.

서울시는 박 시장의 발언을 토대로 도시개발원칙을 재천명하며 합의 없는 사업 진행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종로구는 김영종 구청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정원칙을 지키면서 옥바라지 골목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역시 실마리는 풀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와 종로구는 옥바라지 골목 일대 재개발 진행에 중요한 열쇠를 쥔 역사적 보존가치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도 이곳의 역사적 보존가치에 대해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모 대학의 A교수는 “옥바라지 골목은 독립운동가의 옥바라지를 하던 가족들의 아픔이 곳곳에 깃든 장소”라며 “특히 이 골목에는 1930년대 건물 양식과 당시 기술로 구운 기와가 얹혀진 보존가치가 충분한 가옥이 있었지만 강제 철거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또 다른 대학의 B 교수는 “옥바라지 골목이 서대문 형무소 건너편에 있어 위치상 골목 형성의 토대는 제공했다”면서도 “당시 실제 독립운동가의 옥바라지를 한 가족들이 묵었던 장소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김창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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