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김해 '신공항' vs 김해공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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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2011년 4월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공약으로 내건 신공항 설립계획이 백지화 됐을 때였다. 입지적합성 평가에서 최종후보지였던 밀양과 가덕도 모두 100점만점에 4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낙제점을 받았다.

그로부터 5년 후, 동남권 신공항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후보지는 이번에도 밀양과 가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6월21일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엔지니어가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용 역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강종민기자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엔지니어가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용 역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강종민기자

◆ 정치권에 놀아난 투자자들

이른바 ‘신공항 테마주’나 밀양과 가덕도 부동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밀양과 가덕도 중 한곳이 선정될 것이라 여겼던 이들은 마치 사기를 당했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가진 가장 큰 의문은 ‘밀양 대 가덕도’로 10년이 넘게 싸워 왔는데 어떻게 갑자기 김해공항이 대안으로 등장했냐는 점이다.

사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요구는 1990년부터 시작됐다. 이것이 표면으로 떠오른 것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신공항의 적정한 위치를 찾겠다’는 답변을 했고 2006년 12월 공식적인 추진을 지시했다.

불이 붙은 것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다. 2007년 서울시장이던 이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오자 2011년 신공항 추진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다. 당시만 해도 '제3안'으로 김해공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후 대선공약으로 부활한 ‘동남권 신공항’에서도, 이후 지자체장 선거에서도 ‘제3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용역결과를 발표한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프로젝트 전반을 살펴보고 기존의 옵션 비교가 아닌 제로에서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밀양과 가덕도로 후보지를 한정하지 않고 최초에 제시됐던 35개 후보지를 모두 고려해 평가했다는 것이다.

ADPi 측 관계자는 “공항 선정 컨설팅을 할 때는 현재 있는 공항을 확장할 방안이 없는지부터 분석하는 게 기본적인 절차”라며 “최초부터 35개의 후보지에 김해공항 확장안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밀양과 가덕도 둘 중 한곳에서 결정날 것처럼 발언하며 판을 만들었다”며 “해당지역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말장난에 투자자들이 놀아났다”고 평했다.

◆안된다던 김해, 어떻게 됐나

지금까지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하거나 기존 활주로에서 시계방향으로 30도 정도 틀어 교차 활주로 2개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3년 한국공항공사 용역 연구에서도 기존 남북 방향인 2개의 활주로 서쪽에 반시계방향으로 50도 정도를 비튼 길이 2700m짜리 보조 활주로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이런 방안이 수용인원을 최대 20% 수준밖에 늘릴 수 없는 것으로 분석돼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군공항 이전 문제와 안전 문제 등도 지적돼 최종대안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ADPi는 용역결과 발표를 통해 김해공항에 활주로 1개를 확장할 경우 최대 3800만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관들의 수차례 용역에서는 불가능하던 일이 어떻게 갑자기 가능해진 걸까.

ADPi는 공항 부지 인근 땅을 공항 내로 편입해 활주로를 V자형으로 구성하고 독립 활주로를 만들면 3800만명에 이르는 승객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V자형태의 활주로는 해외에서도 안전과 효율을 인정받은 구조여서 김해공항의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이상적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그간 진행한 용역에서는 이런 방안이 나오지 못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ADPi의 방안이 ‘발상의 전환’이라며 “앞선 연구용역에서는 인근 부지를 건드리지 않고 자체 공항 부지 내에서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한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ADPi의 이 같은 용역결과에 대해 김해공항 확장을 답으로 정해놓고 숫자를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 대구시는 공항시설 및 공역, 활주로 용량 전문가 등으로 TF팀을 구성해 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상태다.

/사진=뉴스1 DB
/사진=뉴스1 DB

◆ 항공업계는 관망 중

신공항 계획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남으로써 항공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지만 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포화상태에 이른 김해공항의 시설 확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확실한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경영상의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야간운항이 불가능하다는 김해공항의 단점은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항공업계는 만약 가덕도에 해상공항이 설치된다면 24시간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KTX가 인천공항에 연결된 상황에서 야간운항제한이 해제되지 않으면 김해공항이 국제공항으로 힘을 얻기는 어렵다”며 “특히 중장거리 국제선의 경우 커퓨타임(야간 항공기 통제시간) 때문에 적극적인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최윤신 chldbstls@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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