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도시난민] 잘 나갔던 이색거리,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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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최근 도시화·산업화로 원주민들이 터전을 빼앗기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머니위크>는 재개발 열풍에 짐을 싸야 하는 원주민들과 특색거리의 이면, 해외사례 등을 통해 우리사회에 뻗어내린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매달 마지막주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클럽데이를 즐겼죠. 춤이 좋아 찾아가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거리문화와 독립예술인들의 공연을 보면 일상을 벗어난 듯한 자유분방함을 느꼈어요.” (33세 회사원 김지영씨)


대한민국의 개성 있는 청춘들이 모이는 서울 홍대거리. 1990년대 중반 이곳에서 시작된 클럽문화는 2000년대 ‘클럽데이’(한장의 티켓으로 여러 클럽을 출입하는 이벤트)라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서울 주요도심의 클럽 관광화를 이끌었다. 하루 1만명의 젊은이가 음악축제를 찾았고 주변 상권도 함께 번화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인의 길거리 공연이나 분위기 있는 벽화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명성을 떨쳤던 클럽데이는 2011년 막을 내렸다. 상권 발달로 건물임대료가 상승하고 홍대거리를 상업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예술인들이 이탈하자 클럽경영인 모임이 자기반성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클럽데이는 4년 만인 지난해 재개됐지만 핼러윈을 연상시켰던 옛날의 그 독특함은 자취를 감췄다. 중심가 곳곳에 대형프랜차이즈가 들어섰고 일부 빈 상점은 문에 ‘권리금 2억원, 월세 580만원’ 등의 안내문이 붙었다.


홍대의 폐업한 가게. /사진=김노향 기자
홍대의 폐업한 가게. /사진=김노향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의 습격 ① 홍대

지난 6일 오후 홍대 인근의 한 골목. 15년 전 학창시절 친구들과 단골로 찾던 술집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안쪽을 들여다봐도 탁자나 주방기기 없이 텅 빈 모습은 오래전 영업이 끝났음을 암시했다. 이 술집은 유럽풍의 외관과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주변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와 옷가게가 많다. 가게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최근 몇년 사이 월세가 급등해 이주하는 상인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상권의 임대료는 ㎡당 2.93만원(보증금 제외 기준). 부동산정보분석기업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3개월 사이 서울 전체상권의 임대료가 7.15% 오른 가운데 홍대 주변의 연남동, 상수동은 12.6%, 9.3% 올랐다.

홍대 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낙후지역에 가난한 예술인들이 유입되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가 이후 높아진 인기로 상권이 발달하고 월세가 오르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이주하는 것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뜨는 상권 뒤엔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주요상권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청담동에서 밀려난 예술인들이 가로수길로, 이태원의 상점들이 경리단길로 옮겨가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김 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 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싸움과 밀접하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지역문화와 가치창출을 고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촌마을.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서촌마을.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북촌 카페가 들어선 거리. /사진 =머니투데이 DB
북촌 카페가 들어선 거리. /사진 =머니투데이 DB

◆젠트리피케이션의 습격 ② 서촌·북촌

같은 날 오후 서촌과 북촌으로 걸음을 옮겼다. 홍대처럼 한때 젊은 예술인들의 ‘공방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와 화장품가게 등이 들어섰다. 자그마한 화랑과 상점도 눈에 띄지만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서촌과 북촌은 각각 경복궁의 서쪽과 북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 이름이다. 조선시대 골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화를 싫어하는 토박이들이 모여 살며 한옥과 특색있는 동네서점을 운영해 낭만을 자아냈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 서촌, 북촌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구경꾼이 모였다.

한 서점 주인은 “1년 만에 보증금이 2배 오르고 월세도 수백만원 인상되면서 거리가 대기업 상점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삼청동의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중심가 중 한 건물은 음식점이었던 1층이 전용면적 100㎡인데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630만원대다. 현재는 빈 상태다. 

지난해에는 서촌에서 40년째 쌀집을 운영했던 상점 등 3곳이 건물주에게 내쫓겨 분쟁이 일었다. 서촌 주민들은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일도 있지만 땅값이 오른 틈을 타 건물을 파는 주인이 늘면서 새 건물주가 직접 장사하거나 높은 월세를 부담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2012년 이후 서촌은 급속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으며 화려해졌다. 변화 없는 ‘느림’이 특색이던 거리가 번화한 거리로 탈바꿈했다. 종로구청 자료에 따르면 일반주택이나 소매점이 음식점, 카페로 바뀌면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새 서촌 일대의 주거면적이 8.8% 줄었고 상업면적은 129%나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개발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서울은 미국, 유럽과 달리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홍대와 대학로는 20년, 인사동은 10년이 걸렸는데 서촌은 2~3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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