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저축은행이 사는 법 ‘단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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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진주시 중앙시장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나대환씨(가명)는 지난 2월 부동산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지역 소재 진주저축은행을 찾았다. 감정금액 1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나씨가 받고자 한 대출금액은 8000만원. 신용상태 등으로 볼 때 원칙적으로 그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는 7000만원까지다. 하지만 그는 진주저축은행에서 원하던 8000만원을 모두 대출받을 수 있었다. 최대한도 7000만원 외에 1000만원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었던 건 정성지표로 고객 본래의 한도를 일정부분 늘려주는 ‘정성적 한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관계형금융’이다.

저축은행이 관계형금융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당장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충성고객을 확보해 미래의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관계형금융이란 금융회사가 고객과의 거래 시 정량적 수치(담보물 감정가, 신용등급 등)뿐 아니라 고객과의 지속적인 거래·관찰·현장방문·접촉 등을 통해 얻은 정성적·사적 정보를 활용,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환능력과 특성까지 감안해 대출자격을 평가하는 방법을 말한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전담직원 운용해 고객접점 확보


저축은행은 관계형금융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직원을 두기도 한다. 전담직원은 고객과 오랜 관계를 형성해 고객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고객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전화 또는 우편을 이용해 수시로 연락을 취한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진주저축은행에서 8000만원을 대출받은 나씨도 이 사례에 해당한다. 나씨에게는 그의 전담직원 홍모씨가 있다. 진주저축은행 직원인 홍씨는 지난해 2월 한 고객을 통해 나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홍씨는 한달에 2~3회 나씨의 가게를 방문했다. 방문하기 힘든 경우엔 나씨와 통화하면서 접촉을 늘렸다. 그간 축적된 나씨의 영업관계·성격·재산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홍씨는 나씨에게 대출 최대한도를 넘어선 금액을 대출해줄 수 있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들은 관계형금융이 저축은행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입을 모은다. 핵심고객(거점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충성도가 높아 저축은행의 미래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은 고객접촉 후 상담내용을 기록·관리함으로써 정성적 한도를 생성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확보된 미래고객은 여신고객으로 자산화된다.

실제 부산의 IBK저축은행은 관계형금융을 통해 여신금액을 늘렸다. 부실저축은행 4개를 인수하며 2013년 7월에 출범한 B저축은행은 출범 당시 기존 600억원이던 가계대출을 지난 6월 말 기준 2900억원으로 늘렸다. 전체 대출은 22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전체대출금액 대비 가계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출범 당시엔 27%에 그쳤으나 지금은 50% 가까이 올랐다.

IBK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전체를 관계형금융의 결과로 볼 수 없겠지만 관계형금융을 기반으로 서민대출을 진행하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형금융, 수도권에도 확산


관계형금융은 수도권을 거점으로 한 대형저축은행보다 지역의 소형저축은행에서 더 활발히 시행 중이다. 관계형금융은 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을 상대로 시행해야 효과가 있는데 이런 주민이 지방에 더 많아서다. 또 수도권에 몰려있는 대형저축은행보다 소형저축은행에서 시행하는 게 경쟁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역 기반 소형저축은행의 경우 직원이 고객 집안의 수저가 몇개인지 알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관계형금융은 보통 2년 이상 시간을 두고 시행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대형저축은행이 하기엔 힘든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요즘 수도권 소재의 저축은행들도 직원과 고객의 접촉면을 늘리는 중”이라며 “관계를 통해 점포를 찾아오는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2010년 서울 잠실에서 빵집을 개점한 신모씨는 지난해 커피도 함께 팔기로 결심했다. 커피전문점이 급격히 늘어난 시장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했다. 신씨에게 도움을 건넨 건 인근 대신저축은행의 지점장. 신씨 가게의 단골인 그는 신씨의 월세와 관리비가 얼마인지 알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신씨의 사정과 계획을 들은 지점장은 그에 맞는 상품을 신씨에게 건넸다. 신씨는 “신뢰를 바탕으로 쌓은 관계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관계형금융 확대 시행과 관련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저축은행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규모·재정적인 면에서 영세하기 때문에 오는 고객만 받아서는 영업하기 힘들 것”이라며 “관계형금융처럼 직접 발로 뛰며 고객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금융권과 3금융권 사이에 낀 입장에서 파이가 줄어들었지만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금융권 통틀어 발생되는 문제 중 하나는 소비자가 본인의 상황을 모른 채 섣불리 대출받는 점”이라며 “필요 이상으로 높은 이율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형금융의 핵심은 ‘신뢰’다. 시간·공간적 제약이 따르더라도 소비자에게 유·불리한 점 등을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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