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한국과 미국 대학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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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대학 동문이나 지역주민이 대학교에 기부하는 금액이 상당하다. 미국 사립대학 수입 중 기부금 비중이 10%에 이를 정도다. 다트머스대는 전체 수입의 35%를 기부금에 의존하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동문의 3분의2가 기부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은 대체로 졸업생의 30%가량이 기부에 참여한다. 스탠퍼드대는 동문 중 2011년 한해 동안 모교에 기부금을 낸 비율이 35.3%(7만6487명)였으며 동문의 총 기부금이 6억달러(약 6600억원)에 달했다. 동문의 기부 참여율이 50%가 넘는 대학들도 있다. 한국은 명문대학이더라도 일정하게 기부금을 내는 동문의 비율이 3~5%에 그치고 그외 대학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미국 대학, 사실상 무상교육

사립대인 하버드대는 연간 학비가 4만5000달러(약 5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학비 부담능력에 따른 장학금제도를 시행해 전교생의 60%가 각종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아 1인당 평균 학비는 1만5000달러(약 1600만원) 정도다. 연소득 6만달러(약 6600만원) 이하인 가정의 자녀는 학비를 전액 면제하고 연소득 6만5000~15만달러인 가정의 자녀는 연소득의 10% 이상인 부분이 면제된다.

이는 기부금으로 마련한 재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교생이 2000명에 불과한 윌리엄스대처럼 기부금이 넉넉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상으로 교육기회를 주는 시골의 작은 대학도 있다. 가정형편상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닌 후 졸업해 취업에 성공하면 다시 학교에 기부금을 내는 순환체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 교육지원위원회(CAE)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금 상위 10개 대학에서 수입총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18%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고수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은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니다 졸업 후 안정된 수입이 들어와도 모교에 기부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 대교연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사립대학은 2014년 기부금이 수입총액 대비 1.7%에 불과하다.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거나 간신히 현상만 유지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년제 대학의 기부금 총액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재학생 1인당 기부금은 약 30만원으로 미국과 비교할 수준이 안된다. 기부자별 기부금 비율은 2014년 기준 기업체(37.0%), 단체 및 기관(32.5%), 개인(30.5%) 등으로 세 기부주체자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단체 및 기관에서 내는 기부금은 2010년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해 기부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2.0%에서 32.5%로 크게 감소했다.

◆한국, 지역별로 ‘부익부 빈익빈’

지역별로 살펴보면 2014년 서울지역의 기부금(2432억원)이 광역시지역 기부금(424억원)의 6배에 달해 심하게 편중됐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2010년에는 서울지역 기부금 비율이 52.5%였는데 2014년에는 60.2%로 늘어나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서울지역만 2014년의 기부금(2432억원)이 2010년(2394억원)보다 소폭 늘어났을 뿐 다른 지역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광역시외 지역은 2014년 680억원으로 2010년(914억원) 대비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학생 1인당 기부금은 2010년 서울지역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이 각각 50만3000원, 22만4000원이었으며 2014년에는 각각 52만6000원, 16만7000원으로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이처럼 대학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기업의 기부금이다. 기업은 서울지역 대학에 기부한 금액의 비율이 68.9%에 달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기부금 편중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예컨대 연세대는 2014년 사립대 기부금 총액 4037억원 중 12.6%에 해당하는 507억원의 기부금을 모아 하위 95개 대학의 기부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그 뒤를 이어 ▲고려대 356억6000만원(8.8%) ▲동국대 226억4000만원(5.6%) ▲성균관대 165억7000만원(4.1%) ▲한양대 161억7000만원(4.0%) ▲경희대 153억7000만원(3.8%) ▲서강대 143억1000만원(3.5%) ▲중앙대 110억6000만원(2.7%) ▲영남대 108.5억원(2.7%) ▲이화여대 106.7억원(2.6%) 등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상위 10개 대학에 사립대 기부금 총액의 50.5%가 쏠렸다.

기부금 상위 10개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지역(영남대 제외)에 위치한 의과대학(서강대 제외)이 설치된 대형대학에 기부금이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기부금 총액이 대학수입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장로회신학대(12.3%), 수원카톨릭대(22.1%), 중앙승가대(26.3%), 대전카톨릭대(29.5%), 부산장신대(15.4%), 영산선학대(14.9%) 등이 미국 수준이지만 모두 종교대학이다.
미국도 80년대에는 기부금이 대학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대에 불과했지만 이후 10%대로 올랐다. 한국의 기부문화가 아직 선진국만큼 성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학기부금이 적은 외부요인으로는 경제불황을 들 수 있다. 경기침체는 기업과 같은 큰손의 기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부요인으로는 국내 대학 기부금담당자의 46%가 ‘기부금 모금 및 관리시스템 미구축’을 꼽았다. 기부금전담부서가 있는 대학이 절반이 안된다.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대학도 담당인력이 2~5명이고 기부금 모금활동 예산도 적은 편이다. 반면 기부금을 잘 모으는 외국대학들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부금 확충을 위해 노력한다.

국내대학은 등록금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수년째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정책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재정상황 때문에 교육의 질이 저하된다면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등록금, 국고보조금, 법인전입금과 함께 대학기부금도 사립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돼야 한다.

◆세제혜택 등 활성화제도 시급

이를 위해 대학기부금 모집 활성화 제도가 필요하다. 기부금이 연말정산 특별공제대상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2014년부터 기부금의 소득공제율이 최대 38%에서 15%로 낮아졌다. 주요대학의 경우 고액기부금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데 개인기부자로서는 그만큼 기부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과세표준 1억원인 사람이 1000만원을 기부하면 예전에는 350만원을 공제받았지만 지금은 150만원만 공제받는다. 세금혜택이 200만원 축소된 것이다. 과세표준 10억원인 사람이 5000만원을 기부하면 세금혜택이 950만원이나 줄어든다. 세액공제로 전환된 후 실제로 서울대, 중앙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은 고액기부자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인 대학에 기부하는 것을 일반 기부와 같은 선상에서 보는 제도를 개선해 대학기부금 소득특별공제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교협은 지난 4.13 총선 전에 각 정당 정책위원회에 ‘대학발전을 위한 과제 건의문’을 전달하면서 정치후원금 등과 같이 대학기부금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법 및 소득세법의 개정을 제안했다.

미국 대학들이 기부금을 많이 모으는 배경에는 성숙한 기부문화와 더불어 상당히 큰 세금감면혜택이 한몫한다. 하버드대에 거액을 기꺼이 낸 사람들은 기부금의 50%에 대해 세금감면혜택을 받는다. 등록금 인상이 제한되고 정부의 대학지원사업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재원마련방안으로 정부 차원의 기부금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각 대학교는 고액기부자만 관리하지 말고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에게 기부금의 사용처와 학교의 발전계획 등을 알려줘야 한다. 소액의 기부도 모이면 커지고 소액기부가 나중에 고액기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칼럼] 한국과 미국 대학의 '차이'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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