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더하기] 면세점 구매 제한, '중국 보따리상'만 잡을까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 모습. /사진=뉴시스DB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 모습. /사진=뉴시스DB
관세청이 ‘면세점 사재기’ 를 방지하기 위해 칼을 꺼내들었다.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시계, 화장품, 향수 등의 면세점 내 구매개수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면세점 재고관리 차원에서의 대량 판매’ 기준을 두 차례 업체들에게 전달한 바 있는 관세청이 직접 세세한 지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화장품과 향수의 경우 브랜드별 1인당 50개까지, 가방과 시계는 합산해 각각 10개까지 구매가 제한된다.

관세청의 이번 지침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문제시된 면세점 ‘중국 보따리상’이 가장 큰 이유다. 일부 보따리상이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해 중국으로 돌아가 자국에서 불법적으로 유통, 큰 이득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품 등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국산품은 공항에서 인도받지 않고 시내면세점에서 바로 수령하는 점을 악용, 대리구매로 국내 사업자들이 넘겨받아 차익을 챙기는 편법을 바로잡으려는 취지다.

이번 면세점 구매개수 제한 발표 직후 가장 큰 우려를 낳은 곳은 화장품 시장이다. 실제로 주력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는 발표 당일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면세점 화장품 매출의 큰 손이 ‘유커’들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번 구매개수 제한 발표로 화장품·면세점 업계에 미칠 파장을 짚어봤다.

◆화장품 업계 “영향 미미할 것”

이번 지침을 두고 면세점 업계에서는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자칫 ‘한류 쇼핑’에도 찬물을 붓진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 허가를 서울에 늘려주는 등 정책적으로 많은 규제를 풀어주던 관세청의 이번 개수 제한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당장 유커들 사이에서 구매개수 제한 소문이 돌면 국내 면세점 방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명 이번 구매개수 제한 정책은 사재기나 편법 구매를 막는다는 게 정부 취지지만 역효과가 클 수 있다”면서 “정부 기준대로라면 화장품 매장에서 마스크나 립스틱만 50개 구매해도 더 이상 쇼핑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우려를 낳은 곳은 역시 화장품 업계다. 지난해 화장품 업계 면세점 매출 비중은 25%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면세점 화장품 매출이 백화점·방문판매 매출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구매개수 제한이 화장품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국내 화장품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측은 이번 발표로 인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면세점에서 1인당 구매개수를 자체적인 기준을 정해 제한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발표로 영향을 입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부터 면세점에서 ‘설화수’,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제품에 대해 1인당 20개 이하로 구매개수 제한을 두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면세점 인기 제품 중 하나인 럭셔리 브랜드 ‘후’ 나 ‘숨’ 에 구매개수 제한을 두고 있다. 자체 기준에 의하면 1인당 후는 세트당 5개, 총합 20개를 넘게 구매할 수 없다. 이번 관세청의 기준인 브랜드별 50개 수량제한보다 오히려 더 엄중한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사재기 문제로 인해 이미 주민번호와 여권번호 등으로 인당 일정금액과 일정수량 이상 구매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해놨었다”면서 “이번 발표로 인해 단기적인 매출하락이 있을 순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이러한 지침을 미리 내려놓은 것은 사재기 방지 측면도 있지만 구매 큰손인 유커들을 관리하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유커들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방문해 한 매대에 있는 제품을 몽땅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손님이 제품을 독점하면 후에 방문한 유커들은 물건을 살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유커들 사이에서 ‘OO점 매장은 늘 물건이 없다’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피해자는 따로 있다?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관광산업 활성화 및 투자·고용 촉진을 위해 서울·부산·강원지역에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DB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관광산업 활성화 및 투자·고용 촉진을 위해 서울·부산·강원지역에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DB


이번 발표로 인해 정작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곳은 대기업 화장품 업체들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면세점에는 설화수나 후 같은 대기업 제품들도 있지만 중소·중견기업 화장품 제품들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견기업 ‘잇츠스킨’의 경우 지난해 롯데잠실점, 롯데제주점 등 5개 면세점에서 523억19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그동안 시내 면세점에서 일정 규모 이상 설치를 의무화했던 ‘국산품 전용 매장’을 없애는 대신 앞으로 신규 특허를 받거나 특허 기간을 갱신하게 되는 대기업, 중소·중견 기업 면세점에 대해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장’을 설치할 것을 추진하면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중견업체들의 경우 이번 기준이 자칫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할 시기에 성장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에 입점한 한 중소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마스크팩이 주력 상품인 우리 입장에서 개수 제한은 뼈 아프다”면서 “일부 고객들은 마스크팩을 많으면 수십 개에서 수백 개까지도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매개수 제한이 내려지면 매출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냐”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번 화장품 구매제한 기준을 두고 업계 보완 건의에 따라 수량 기준을 브랜드로 할 것인지 매장으로 할 것인지 추가로 검토 한 후 8월 중 다시 확정된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지침을 두고 업체별 의견이 달라 보완 중”이라며 “일반 관광객들의 편의를 해치지 않는 차원에서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내놓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030.55하락 12.9415:24 03/05
  • 코스닥 : 924.02하락 2.1815:24 03/05
  • 원달러 : 1125.00하락 0.115:24 03/05
  • 두바이유 : 66.74상승 2.6715:24 03/05
  • 금 : 63.11상승 1.6715:24 03/05
  • [머니S포토] 독도지속가능이용위 입장하는 정세균 총리
  • [머니S포토] 눈물 흘리는 이용수 할머니
  • [머니S포토] 발렌타인, 자사 모델 정우성·이정재와 함께
  • [머니S포토] 정세균 "이번 추경안은 민생 치료제이자 민생 백신"
  • [머니S포토] 독도지속가능이용위 입장하는 정세균 총리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