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 생존법] 반전세, 선진국엔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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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S>가 월세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봤다. 전세가 지고 월세가 뜨는 현상황에 한숨 짓는 서민을 위해 국내 주거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외사례를 통해 주거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전문가를 만나 월세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도 알아봤다.
부동산학계가 사용하는 전세의 영어 명칭은 ‘Chonsei’, ‘Jeonse’ 등이다. 이는 전세가 다른 언어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제도임을 방증한다.

그런데 최근 전세제도가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금융의 발달과 주택가격의 안정화로 전세는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사라질 제도’로 여겨졌지만 장기화되는 저금리 기조가 ‘전세의 소멸’에 속도를 가했다.

전세의 몰락은 많은 사회적 우려를 동반한다. 근대화 이후 보증금과 월세의 비율에 따라 사글세에서 전세까지 다양한 주거사다리를 이루고 살아가던 우리 국민에게 전세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임대차계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세가 없는 다른 나라의 임대차시장은 어떻게 유지될까.

◆자가비율 높고 임차인 위한 정책 뚜렷

해외선진국의 경우 전세는 물론 흔히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금을 높인 형태의 월세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모두 1~3개월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제공하거나 일정기간의 임대료를 한번에 미리 지급하는 형태의 임대가 보편적이다.

국가간, 지역간 주택임대가격 차이가 크지만 높은 임대료는 공통적인 사회문제로 지목된다. 높은 임대료를 피해 기차에서 사는 삶을 택한 독일인 여성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보다 자가소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가소유율이 54.2%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61.2%, 미국은 65.5%에 달했다. 영국 67%, 벨기에 78%, 아일랜드 75%, 프랑스 57%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우리나라보다 자가소유율이 높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또 오랜 기간 ‘전세 없는 삶’을 살아온 이들 국가는 다양한 제도적 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비교대상은 공공임대주택비율이다. 현재 국내 공공임대주택비율은 5% 수준인데 유럽연합(EU)의 경우 9.4%에 달한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공공임대주택비율은 8%선으로 추정된다.

이 국가들 역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며 공공임대주택의 수요가 늘자 재정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법으로 민간임대를 늘리는 대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여러 방안을 내놓아 임차인 보호에 힘썻다. 독일은 임대료를 3년간 20%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으며 지역임대료지수에 따라 평균 임대료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했다. 프랑스는 임대료 변동금액을 각 분기별 또는 12개월 동안의 일정지표에 따라 결정하도록 정했다.

◆임대사업자에도 ‘인센티브’… 공급 다양화

이들 국가는 임대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하지 않는다. 다양한 혜택을 통해 임대사업자의 수익 또한 보전해준다. 이는 앞서 임대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기업과 투자자들이 임대주택에 투자를 꺼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 중반 이후 임대주택관련 투자수익이 낮아지며 주택시장에서 민간임대주택의 비중이 1988년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정부는 임대사업자가 신규주택 구입 시 임대소득세 감면을 통해 주택구입 투자비의 18%까지 과세표준을 공제해주는 등 임대사업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독일정부도 마찬가지다. 민간임대주택 건설촉진을 위해 사업자를 대상으로 융자를 지원하고 매년 주택구입액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가상각으로 공제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실시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경기침체 여파로 집값이 떨어지고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나며 임대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일본정부는 민간임대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땅·주택 소유주가 개인 부동산자산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상속세와 고정자산세, 도시계획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임대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이 임대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본과 같은 기업형 임대주택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민간임대주택의 공급주체가 다양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은 민간임대시장의 9%를 조합기업이 차지하고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민간임대시장의 ‘제도적 임대인’으로 존재한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주체가 민간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공공성을 가진 단체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임대료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의 전세 ‘안티크레티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로 알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 일부 학자에 의해 다른 국가에도 전세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발견된 전세 유사사례는 볼리비아의 ‘안티크레티코’(Anticretico)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아 자신의 목적에 맞게 투자하고 계약기간 동안 세입자가 집을 사용하는 제도다. 통상적인 계약기간이 2년이라는 점도 전세제도와 같다. 전세와 다른 점은 세입자도 등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는 것, 전세금 미상환 시 계약에 따라 주택소유권이 임차인에게 전부 이전되는 것 등이다.

학계에서는 이 제도가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스페인에 도착하고 이후 스페인의 남미 식민지화로 인해 볼리비아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한다.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제도라는 뜻이다. 스페인, 프랑스, 미국(루이지애나),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법률적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최윤신 chldbstl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 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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