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일임형 ISA에서 '이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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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나영석씨(40)는 지난 5월 초 은행원의 권유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했다.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고 수익률도 짭짤할 것이란 은행원의 말에 귀가 솔깃했던 것. 하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을 확인한 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익률은 기대와 달리 마이너스였다. 아직 가입 초기라며 위안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2. 직장인 김영식씨(41)는 신한금융투자의 자산배분형종합자산관리(랩어카운트) 상품인 ‘신한명품 미래설계랩’ 수익률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올 초 가입했는데 3개월 수익률이 6.7%를 기록한 것. 그는 상품가입 당시 ISA를 두고 어떤 상품에 가입할까 망설였는데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임형 ISA 열풍이 시들해지고 자산배분형랩이 주목받고 있다. 일임형 ISA는 애초 기대와 달리 초라한 수익률 성적표를 받아 투자자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투자유형이 비슷한 자산배분형랩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일임형 ISA 지고 자산배분형랩 뜨고

금융투자협회가 ISA다모아에 공시한 수익률 현황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상품의 상당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0%대에 머문 상품도 많았다. 은행권이 출시한 22개 일임형 ISA MP상품 중 9개 상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대 초반의 수익률을 낸 상품은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9개의 수익률은 0%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상품별로는 신한은행의 ‘고위험A’가 -1.46%로 손실규모가 가장 컸고 우리은행 초고위험 MP 중 ‘국내우량주’(-1.38%)가 그 뒤를 이었다.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우리은행에서 출시한 상품들로 간신히 1%대를 넘겼다. ‘우리일임형 국공채 ISA’(안정추구형)가 1.17%, ‘우리 일임형 글로벌우량주 ISA’(공격형)와 ‘우리 일임형 공모주알파 ISA’(위험중립형)가 각각 1.12%, ‘우리 일임형 글로벌30 ISA’(위험중립형)가 1.11%를 기록했다.

반면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자산배분형랩 고객 확보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명품 미래설계랩’의 수익률은 6개월 기준 11.2%, 3개월 6.78%, 1개월 2.3%로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삼성증권 자산배분형랩 ‘POP UMA’는 3개월 기준 평균 1~2%대의 수익률을 냈고 미래에셋대우가 출시한 ‘글로벌 두루두루 자산배분형펀드’도 3개월 0.82%, 6개월 3.41%, 9개월 6.83%를 기록해 투자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자산배분형랩은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금융회사가 알아서 여러개의 펀드에 투자하고 주기적으로 펀드교체(리밸런싱)를 통해 자산을 관리해주는 계좌를 말한다. 투자운용방식이 ISA와 비슷하기 때문에 수익률부문에서 비교대상이 되기도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자산배분형랩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두배가량 늘었다”며 “짧은 기간 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소문이 퍼진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은행권, 노하우 부족… ‘묻지마 가입’도 잇따라

일임형 ISA의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은행권의 투자운용 노하우 부족을 들 수 있다. 은행은 투자보다는 예·적금이나 방카슈랑스 등 안정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보수적인 금융회사다. 펀드 등도 판매만 할 뿐 운용은 대부분 증권사나 투자운용사가 맡는다. 직접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ISA는 직접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일부 은행은 ISA 도입 전 일임형 상품기획이나 랩어카운트 운용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채용에 나섰지만 아직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전문가를 채용하더라도 투자부문에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은행의 특성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 안전을 추구하는 은행의 기본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고작 3개월 수익률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은행이 자초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의 해석이다.

일임형 ISA는 출시 전 만능통장·국민통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금융권의 기대를 받았다.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15일(출시 4개월 경과) 기준 ISA 총가입계좌 수는 238만계좌에 달했다. 특히 은행계좌가 214만3000좌(90%)로 가입률 면에서 증권사의 23만7000계좌(10%)를 압도했다.

이처럼 초기 가입이 증가한 데는 각 은행원의 지인 마케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일임형 ISA 출시 3~4개월 전만 해도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전체 가입자의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는 것. 가입자가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닌, 은행원의 권유에 따라 형식적으로 가입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1만원 이상 10만원 이하 계좌와 1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 계좌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지금은 일임형 ISA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고 시중은행 ISA에 가입한 고객 수가 29만명에 달했다. 반면 증권사를 통해 ISA에 가입한 22만1000여명 중 투자성향 분석을 거치지 않은 고객은 1464명으로 전체의 0.7%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위험과 저위험 등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투자상품 가입을 유도했다면 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더라도 대다수 고객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그런데 ‘묻지마 가입’이 성행하면서 고객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이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성승제 bank@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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