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세상] 로봇 몇개에 지갑 털리는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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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완구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했다. 몇몇 히트장난감과 절찬리 방영된 TV 애니메이션이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여기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어른들의 구매열기로 지난해 국내 완구시장 규모는 1조원대를 돌파했다. <머니S>는 이러한 국내 완구산업의 성장배경과 ‘덕후’를 양산한 장난감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로열티 효과'에 수십만원 '헉'

놀이터에서 친구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 부모로서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마트로 달려가 로봇장난감을 아이 손에 쥐어준다. 나름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어깨가 으슥해진 아빠.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 손에 쥐어준 장난감은 ‘터닝메카드’라는 로봇형 카드배틀 완구였다. 종류만 50종에 육박한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놀려면 1개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별 수 없다. 내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감 때문에 초라함을 느끼게 할 수는 없는 일. 그렇게 아빠는 완구를 사기 위해 마트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최근 완구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장난감을 구매하는 부모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제때 구매하려면 줄을 서야 하고 일부 인기 제품은 발매 당일 품절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노력을 비웃는 듯한 가격이다. 경기불황으로 부부나 친족간 10만원대 선물을 건네는 것조차도 망설여지는 요즘, 장난감 가격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닌’ 수준으로 성장했다.

 

/사진=뉴스1 DB
/사진=뉴스1 DB

◆장난감 왜 비쌀까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30대 가정주부 이미연씨(가명)는 요즘 네살배기 아들과 장난감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다. 장을 보기 위해 집 인근 L대형마트를 찾을 때마다 아들이 장난감 가게도 가자고 졸라서다. 웬만하면 아들이 갖고 싶은 것을 사주고 싶지만 3만~5만원대가 기본인 데다 10만원이 넘는 장난감도 있어 선뜻 지갑을 열 자신이 없다.

지난 8월 21일 기자가 찾은 L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는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몸만한 커다란 장난감을 가리키거나 직접 들고 엄마에게 사달라고 떼쓰기 일쑤였다. 부모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40대 남성 직장인 박정민씨(가명)는 "아들이 골라도 꼭 비싸 보이는 큰 장난감을 고른다"면서 "좀 더 저렴한 걸로 유도하지만 유행하는 인기제품이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훈육 차원에서 아이를 다그치며 사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풀이 죽은 아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정희영씨(가명)는 “집에 쌓여있는 장난감이 많은데도 아들은 매번 새 제품을 사달라고 조른다”면서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10만원은 깨질 각오를 하게 된다. 로봇 장난감은 2~3개만 사도 수십만원이 나간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의 올 어린이날 시즌 전 매출 톱10(표 참고)을 기준으로 주요 인기 장난감 제품 가격대를 살펴보면 1~3위는 모두 10만원대가 넘는 제품이었으며 5만원 이하는 2개에 불과했다.

[장난감 세상] 로봇 몇개에 지갑 털리는 아빠들

유아·어린이용 전동자동차의 가격은 ‘헉’ 소리가 난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8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12개 전동자동차 모델 중 온라인쇼핑몰 최저가격 기준 가장 저렴한 제품은 햇살토이의 아우디 A3로 17만1040원이었다. 반면 가장 비싼 제품은 헤네스의 M7프리미엄으로 가격이 54만7990원에 이른다. 전동자동차 안에 내장된 배터리 가격을 감안해도 부담이 큰 가격대다.   

IPTV 시청비용도 부담이다. 인기시리즈의 경우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 시청할 수 있지만 이미 시즌이 끝난 시리즈는 IPTV로 구매해야 한다. 자녀가 '또봇'의 광팬이라면 무려 열일곱시즌에 달하는 시리즈를 구매해야 할지도 모른다. 관련 뮤지컬 티켓이나 문구제품에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다.
 
장난감 완구 가격이 고가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로열티 효과'라고 말한다. 스토리를 갖고 있는 장난감은 일반 장난감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 완구업체 관계자는 “장난감 자체에 들어가는 재료와 인건비, 그리고 캐릭터가 만들어지기까지 투입된 유무형의 자원가격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아이들은 플라스틱 조립품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립품에 덧씌워진 이야기에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장난감 대여소', 실질적 대안은 못돼 

고가 장난감에 멍든 부모들이 대안으로 찾는 곳은 장난감대여소다. 현재 민간기업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여소는 전국 50여곳에 이른다. 대여소에서는 연회비 1만원과 장난감 개당 1000원 정도를 받고 유아 장난감을 빌려준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위에서 열거한 터닝메카드나 레고, 카봇 등 인기 제품은 대여할 수 없다. 취급대여물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여소는 블록이나, 유아용 퍼즐, 인형, 소꿉놀이 등 교육적인 측면이 강한 장난감을 취급한다. 비싼 장난감 구매가 부담인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순천 아이사랑 장난감대여소 관계자는 “워낙 자잘한 부품으로 이뤄진 레고는 반납 시 부품이 비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로봇제품은 공동사용 시 고장률도 높고 관리도 어려워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가의 장난감이 가격만큼의 질을 갖췄다고도 볼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용 완구제품의 소비자불만 건수는 2013년 1495건, 2014년 179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2244건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불만은 제품의 품질과 수리서비스 문제"라면서 "업체들이 제품 출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가격에 걸맞은 품질과 A/S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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