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삼성생명 '전자지분 줄게, 지주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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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삼성카드에 이어 최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 측에선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시장의 해석은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것으로 기운다.

삼성생명은 최근 3년간 지배력 확보를 위해 꾸준히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지분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 금산분리법에 따라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축소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20조원 이상의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여력이 남아 있을지가 미지수다. 결국 삼성생명이 머지않아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화재·증권 보유지분 30% 맞춰야

삼성생명은 지난 8월1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은 11.17%에서 19.16%로 늘어난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했던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인수해 삼성카드의 지분율을 기존 28.02%에서 71.86%로 높였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 지분을 계속 늘리는 것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수순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금융지주사법 제43조2에 따라 삼성생명은 상장된 금융자회사의 지분 30% 이상, 비상장 금융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19.16%(취득 후 지분율 기준)를 비롯해 삼성화재 14.98%, 삼성카드 71.9%, 삼성자산운용 98.7% 등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두루 갖고 있다. 이 중 비상장법인인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모두 상장된 금융계열사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로부터 삼성증권 지분을 취득한 뒤 10.94%의 자사주까지 추가로 매입하면 지분율 30%를 넘길 수 있다. 또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5.98%를 인수할 경우 삼성생명은 금융지주사로서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수히 쌓여 있다. 금융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법적 문제도 남아있다.

◆IFRS4 2단계 도입 앞두고 자본확충 걸림돌

우선 현시점에서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자사주 매입이 적절한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20조원 이상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하는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경우 지급여력 하락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기업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면 당장 회사 내부 보유자산이 줄어든다. 따라서 자본확충이 시급한 때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재무전략을 거꾸로 가동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아직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지급여력비율(RBC)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비금융사 지분매각도 난제다. 금산분리 원칙상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려면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고 1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한 1대주주다. 삼성전자 2대주주는 4.18%를 가진 삼성물산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보유한 4.18%보다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 1%의 가치는 2조36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 7.21%의 가치만 15조~20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5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 곳이 마땅찮아 보인다. 결국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에 매각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문제는 그룹의 자금 여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그가 지배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한다면 지배력을 높일 수 있지만 10조원 이상의 인수대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47%를 처분하고 ‘물산-생명-화재’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로선 이 부분의 해결이 어려워 보여 지주회사 전환을 본격 추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한다면 삼성생명 입장에선 계열사 지분매입을 위한 현금 및 IFRS4 2단계 준비금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1980년대까지 보험에 가입한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몫은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주식매각 계획과 유배당 보험계약자에 대한 매각차익 배당계획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매각대금 대부분이 배당금으로 나가기 때문에 삼성생명으로선 삼성전자 지분 처분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팔면 금융지주 전환 시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금융지주 전환에 고심해온 이유기도 하다. 다만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법률해석이 나온다.

◆삼성 조준 법안 줄줄이 국회 계류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일반지주회사가 수평으로 연결된다. 그룹 전체를 하나의 지주회사체제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조로 꾸려진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삼성을 겨냥해 내놓은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 계류 중인 점이 부담이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종걸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취득시기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계열사 지분 중 총자산의 3%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 규정으로 현재 삼성생명의 투자 여력은 5000억원 내외”라며 “앞으로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려면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에스원, 호텔신라, 삼성경제연구소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야당의 지배구조 법안 발의, ‘원샷법’ 시행 등의 이슈로 삼성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며 “삼성이 최종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주주, 정부, 정치권, 국민을 설득하고 3세 경영 아래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제시하는지가 지배구조개편을 준비 중인 타 기업에도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서술했다.


[포커스] 삼성생명 '전자지분 줄게, 지주사 다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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