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이케아·3M·필립모리스·BAT… ‘한국 호갱’ 먹고 크는 파란눈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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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벤키저(옥시), 아우디폭스바겐, 이케아, 쓰리엠(3M) 등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자사 제품이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했거나, 소비자를 속인 것이 드러났음에도 차일피일 보상을 미루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다수 기업들이 잇따라 사고(?)를 치며 한국소비자를 '글로벌 호구'로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호구’ 전락한 한국인

독일기업인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알려지며 전세계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미국과 유럽에서 서둘러 대규모 리콜을 시행했으나 한국에선 어떤 사과나 배상안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환경부가 요청한 리콜 계획서를 계속해서 부실하게 제출해 등 한국정부와 소비자를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1일차 옥시 3,4단계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를 농락한 옥시본사 책임자와 정부의 피해접수, 판정방식에 대해 규탄하고 3·4단계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정방식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뉴스1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1일차 옥시 3,4단계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를 농락한 옥시본사 책임자와 정부의 피해접수, 판정방식에 대해 규탄하고 3·4단계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정방식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뉴스1

영국에 본사를 둔 옥시는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유일하게 한국에만 판매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옥시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만 94명에 달한다. 옥시는 제품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지난 4월 검찰이 수사하기 전까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으며, 유해성이 드러난 이후에도 실험 결과를 조작하고 회사명을 변경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빴다.

스웨덴의 가구기업 이케아는 미국에서 어린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름(MALM) 서랍장’의 북미지역 판매를 금지하고 대대적인 리콜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소비자원, 국가기술표준원 등의 리콜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판매를 고집하고 있다.

3M은 최근 공기청정기와 자동차 에어컨 필터 등에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쓰인 CMIT·MIT와 같은 계열의 살생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판매한 게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직장인 한모(34)씨는 “외국계 기업들이 연이어 이런 문제들을 일으키는 건 한국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라며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할 텐데 진정성 있는 보상은커녕 비윤리적인 행태로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외국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고 꼬집었다.

◆해외 송금에 혈안… 모국에선 ‘돈 잔치’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나 공헌에는 관심없고 해외 송금에만 혈안이 된 외국계 기업도 있다. SC제일은행, 오비맥주, 에쓰오일, 르노삼성자동차, 유한킴벌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으로 최근 진행한 배당금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그 상당 부분을 본사가 가져갔다. 각종 로열티 금액까지 포함하면 이들 기업의 해외 송금액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보내지는 국내 명품업체들의 배당금 규모 또한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버버리코리아, 페라가모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불가리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 등 5개 회사가 한국에서 낸 이익으로 본사에 배당한 액수는 1117억원에 달했다. 최근 4년간 배당한 금액만 2558억원으로 이미 출자금의 10배 이상을 회수했다.

이들 명품업체들은 자국으로 수익금을 보내느라 분주했을 뿐 지난해 기부금으로 낸 돈은 모두 합쳐봐야 1249만원에 불과하다. 최근 4년간 기부한 금액을 다 합쳐도 1억원이 채 넘지 않는다.

외국계 담배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시 자료를 보면 필립모리스의 한국법인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519억2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98% 늘었다. BAT코리아 역시 2014년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BAT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4년 마이너스 56억6700만원에서 지난해 115억69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국내 담배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가면서도 이익의 대부분을 본국에 배당 형태로 송금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순이익 1917억7109만원을 대주주 미국법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로 100% 송금했으며, BAT코리아 역시 이 기간 순이익 270억7627만원에서 손실분을 제외하고 남은 173억8722만원 전액을 주주인 미국법인 ‘브라운앤드윌리엄스(B&W)홀딩스’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반면 사회 환원 및 한국에 대한 재투자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필립모리스는 2014년 3억4200만원, 지난해 3억7100만원을 기부하는 데 그쳤으며, BAT는 2014년 6800만원에서 줄어든 5600만원을 기부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이 0.02~0.1%에 불과한 반면 같은 업종의 KT&G는 지난해 총매출액의 2.9%인 808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활발한 공헌활동을 펼쳐 대조적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우디폭스바겐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우디폭스바겐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1

◆CSR, 외국계 기업은 제외?

기업 활동에 있어 기본 목적인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도 준수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많은 기업들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전담부서를 구성해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내 대기업 위주로 집중되는 사이 외국계 기업들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단물만 쏙 빨아먹고 베푸는 것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BAT코리아는 지난 6월 경남 사천공장 부지에 1000억원 규모의 제2공장을 착공하며 아시아 담배시장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AT코리아 측은 이를 통해 신규채용을 늘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직원들을 채용하는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과거 사천공장을 지을 당시 공언한 국산 잎담배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은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내시장의 40% 가까이를 점유 중인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잎담배를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

또 JTI코리아는 현재 KT&G 신탄진공장을 빌려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마저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기업인 KT&G는 국산 잎담배를 전량 구매하고 매년 잎담배농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에도 KT&G는 3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잎담배농가 장학금 및 건강검진을 지원했으며 올 여름 폭염 속에서도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위해 잎담배 수확 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를 기만하고, 사회 환원은 이행하지 않은 채 국내에서 올린 막대한 수익을 고배당 형태로 해외로 보내는 데 골몰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행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변하지 않는 이상 외국계 기업에게 진정성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며 “법과 절차 이전에 소비자의 권리를 통해 비양심적인 기업들을 심판하고,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를 지키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주열
허주열 sense8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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