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황금돼지는 왜 불국사에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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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S>가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우리 문화재를 돌아봤다. 문화재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고 문화재를 잘 활용하고 있는 해외사례를 살펴봤다. 나아가 도심 속 문화재 보존사례, 국외 소재 문화재 현황, 문화재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도 소개한다.

# 직장인 최씨(30)는 주말을 맞아 연인과 경복궁으로 나들이를 갔다. 도심 속에서 고풍스런 궁궐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돌아온 최씨. 하지만 다음날 직장동료가 “경복궁 어땠어?”라고 묻자 “그냥 좋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가이드가 해주는 설명을 잘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문화재’. 한국인으로서 우리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각 문화재나 유적지에 담긴 역사를 모두 공부하기란 현실적으로 벅차다. 그래도 누군가가 갈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몇 군데 권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근사한 이야기까지 덧붙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잘 알려진 문화재 관광지 속 무심코 넘어갔던 역사 이야기를 살펴보자.


경복궁.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경복궁.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경복궁 향원정·건청궁: 아름다움과 아픔이 공존하는 곳

광화문으로 들어가 조선왕실의 상징인 근정전을 지나 더 발걸음을 옮기면 궁궐 깊숙이 자리 잡은 ‘향원정’을 만날 수 있다.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의 향원정은 조선 후기 왕과 그 가족이 경복궁 안에서 유일하게 휴식을 즐기던 공간이다. 경복궁 하면 근정전과 경회루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향원정의 고즈넉한 정취도 빠뜨리지 말자.

향원정은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다. ‘취향교’라는 구름다리를 지나 향원정 위에 올라서면 앞으로는 남산, 뒤로는 북악산을 볼 수 있다. 높은 산에 안겨 잔잔한 연못 위에 서 있으면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도 이곳에서 잠시 고단함을 벗어던졌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현재 일반관광객은 향원정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취향교 앞에 서면 과거 고종황제가 보았던 풍경과 하늘을 느낄 수 있다.

향원정은 1800년대 후반 고종이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간섭에서 벗어나 정치적 독립을 하기 위해 건청궁을 지을 때 함께 만들어졌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만큼 건청궁은 고종이 여러모로 심혈을 기울여 건립한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청궁은 1895년 일본 자객들이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비극적 장소이기도 하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등 열강의 패권 다툼에 희생된 왕비를 떠나보낸 고종황제는 홀로 향원정에 올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경주 불국사 극락전. /사진제공=불국사
경주 불국사 극락전. /사진제공=불국사

◆경주 불국사 극락전: 황금돼지는 왜 처마 밑에 들어갔을까

황금돼지해였던 지난 2007년,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서 황금돼지 조각이 발견됐다. 맷돼지의 모습을 한 조각은 날카로운 어금니와 길쭉한 눈, 누런 털까지 보일 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졌다.

극락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8세기 중엽 다시 지어진 건물인데 이 조각은 무려 250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현판에 가려져 사람들의 눈을 피해오다 때마침 황금돼지해에 발견된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의 은혜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지만 세상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지붕과 기둥 사이 공간에 돼지조각이 있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불국사의 황금돼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불국사는 물론 다른 어떤 사찰의 사료에도 등장한 적이 없다. 다만 전통 기와로 된 목조건물, 궁전이나 장식이 화려한 건물들의 지붕과 기둥 사이 공간에 용이나 봉황을 조각하는 사례가 있긴 하다.

한 역사전문가는 “돼지가 새끼도 많이 낳고 사람의 삶에 도움을 줘 민간에서는 길한 동물로 여겼다”며 “하지만 사찰에 돼지를 조각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극락전을 축조한 백성들이 몰래 길상의 의미로 현판 뒤에 숨겨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황금돼지가 발견된 후 이를 알리기 위해 극락전 앞에 황금돼지를 본 뜬 동상이 제작됐다. 이 동상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재물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관광객들이 너무 만져서 등의 털 부분이 사라질 정도다.

하지만 진짜 황금돼지 조각은 아직 현판 뒤에 숨어있다. 불국사 관계자에 따르면 동상이 너무 관심을 끌다 보니 실제 황금돼지 조각은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부처님의 은혜가 홍복이 되길 바랐던 백성들의 마음을 ‘진짜’ 황금돼지와 함께 공감해보길 바란다.


수원 화성. /사진제공=수원시청
수원 화성. /사진제공=수원시청

◆수원 화성: 십자가의 비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에는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화성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백성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정약용은 정조의 뜻을 받아 1년 남짓 도시의 기본 틀과 구체적 건축방법을 연구하고 설계한 장본인이다. 도르래를 이용해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거중기’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정약용이 화성 건축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한 만큼 그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특히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에는 정약용이 십자가를 남겼다는 풍문이 돈다. 실제 방화수류정 벽면은 조선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십자가 문양으로 장식돼 있다. 또 방화수류정 천장을 올려다보면 붉은색의 또렷한 십자가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정약용은 천주교의 교리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고 단지 학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화수류정은 수원 화성 축조 이후에 지어졌다고 한다. 정약용은 화성 설계에만 참여했을 뿐이니 방화수류정 십자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정약용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십자가를 넣었을 수 있다. 당시 조선사회는 천주교가 박해받는 와중에도 백성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천주교가 퍼지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천주교 교리를 후세에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 VR로 즐기자

우리 문화재가 첨단기술을 만났다. 직접 가기 힘든 곳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 국립중앙박물관과 구글은 2013년부터 세계 문화유산 온라인 전시 사이트인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에서 다양한 우리 문화유산을 누구나 편리하게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 병원에서 투병 중인 아이들도 VR을 통해 문화재를 감상하고 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실제 VR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난달에만 4차례에 걸쳐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았다. 박물관 측은 앞으로도 박물관의 다양한 디지털기술과 문화재를 결합해 많은 사람이 즐겁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추석합본호(제452호·제4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효원
장효원 specialjhw@mt.co.kr

현상의 이면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눈과 귀를 열어 두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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