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 르포] '조선 도시' 거제, 안녕하십니까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거제도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퇴근 중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거제도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퇴근 중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경상남도 남단의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명승지가 많고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유명한 해수욕장도 적지 않아 관광객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다.

거제도는 관광지 외에 또 하나의 상징이 있다. 세계를 호령하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본거지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조선소가 이곳에 있다. 성채를 방불케하는 거대한 배를 만들기 위해 수만명이 땀방울을 흘렸고 힘과 노하우를 모아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조선소들은 연일 우울한 소식들만 타전하는 진원지가 됐다.

거제도에서 자전거는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거제도에서 자전거는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거제도, 정말 유령도시 됐을까

지난 2일, 서울에서 약 400㎞를 달려 거제로 향했다. 오후 6시 즈음 퇴근시간에 맞춰 도착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은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가 장관이었다. 퇴근 분위기는 여느 대형 공장과 다르지 않았다. 시간당 100㎜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도 주황색 비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퇴근행렬을 이어갔다.

거제도 조선소 근로자들의 주요 출퇴근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집과 직장의 이동거리가 멀지 않은 데다 자동차처럼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겪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장 주변엔 ‘자전거포’가 성황을 이룬다. 가게 앞엔 바퀴와 타이어가 쌓여있고 안엔 자전거를 고치려는 사람 몇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협력업체 직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삼성중공업 정문 앞 도로변에선 협력업체 직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부당해고로 인해 미처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업계가 맞닥뜨린 위기가 실감됐다. 조선업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퇴근인파로 북적이는 거제도 시내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주황색 비옷의 자전거 무리들이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모습이 독특한 풍경을 연출했다.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은 어딜 가든 꼭 있었다. 등에는 삼성중공업과 DSME(대우조선해양) 등 현재 근무중인 회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비가 많이 왔지만 큰 골목의 호프집과 음식점엔 사람들이 몇명씩은 앉아 있었다. 반사 띠를 두른 주황색옷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서도 퇴근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콜레라’가 발병한 곳으로 알려진 탓에 횟집골목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빨리 닫았다.

콜레라 탓에 횟집엔 불이 꺼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콜레라 탓에 횟집엔 불이 꺼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일찍 귀가하고 씀씀이 줄이고… 달라진 문화

평일엔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오는 기러기아빠 정모씨(36)는 “몇년 뒤면 모를까 현재 상황은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조선업체들은 일감이 없는 게 아니어서 현지 분위기는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1년6개월쯤 일거리가 남아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이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

대규모 해양플랜트와 수십척의 배를 만들어 선주에게 인도해야 하기에 최소한 현재 작업 중인 내용이 끝날 때까진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문제는 2년 뒤다. 추가 수주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 최대한 수주를 따내는 게 과제”라며 “납기일에 맞춰 인도하고 대금을 계획대로 받으면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평했다.

국내 한 조선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엔 퇴근 후 술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요새는 퇴근하면 바로 귀가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점과 모텔이 몰린 유흥가는 한창 불을 밝힐 시간임에도 횟집골목처럼 조용했다.

퇴근하는 조선소 근로자들 /사진=박찬규 기자
퇴근하는 조선소 근로자들 /사진=박찬규 기자

◆활력 되찾고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길

1999년 통영과 거제를 잇는 ‘거제대교’에 이어 2010년엔 거제도와 가덕도를 연결한 길이 8.2㎞의 ‘거가대교’도 개통됐다.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다.

거제-통영 지역을 둘러보니 몇군데 리조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당장은 최근 지어진 ‘괜찮은’ 호텔이나 리조트 수가 적은 편이다. 거제-통영 지역은 뛰어난 천연 관광자원과 조선소라는 훌륭한 관광상품을 지녔지만 이를 활용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거제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 중 하나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조선소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들은 거제도의 필수 관광 코스라고 한다. 방문 3일전에 예약하면 정해진 시간에 조선소 내부를 둘러볼 수 있고 웬만한 빌딩보다 덩치가 큰 구조물이 압권이다.

앞으로도 이런 광경을 계속 볼 수 있도록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조선소의 위상을 되찾고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힘 넘치는 거제도가 되길 기대해본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232.84하락 5.0215:32 10/07
  • 코스닥 : 698.49하락 7.5215:32 10/07
  • 원달러 : 1412.40상승 1015:32 10/07
  • 두바이유 : 93.31상승 2.0915:32 10/07
  • 금 : 1720.80보합 015:32 10/07
  • [머니S포토] 2022 한은 국감, 마스크 고쳐쓰는 이창용 총재
  • [머니S포토] 안경 고쳐쓰는 이기식 병무청장
  • [머니S포토] 농협 이성희 "수확기 대비, 벼 매입자금 2조 1000억 투입"
  • [머니S포토] 경찰청 윤희근 "법질서, 공동체 건강 유지하는 근간"
  • [머니S포토] 2022 한은 국감, 마스크 고쳐쓰는 이창용 총재

칼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